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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May 08. 2024

나는 엄마니까요

어버이날에


결혼을 하니  아기가 생겼습니다.

달이 차니 아기가 태어났지요.

그렇게 엄마가 되었습니다.

사람을 키울 준비 같은 건 없었지만 시간은 나를 엄마로 만들었습니다.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지만 마음은 그전보다 조금 더 따듯해졌습니다.

세상에 이런 마음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처음으로 여자인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들은 내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며 엄마 노릇을 하기엔 너무 벅찼습니다. 이리저리 부딪치고 상처받으며 저도 크고 아이들도 자랐습니다. 서로의 상처는 묻히기도 하고 폭풍이 되기도 했지요. 어떤 것은 멍청하게도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지나가 버리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어느 누가 봐도, 제아무리 분칠을 해도 할머니로 보입니다. 제가 낳고 키운 아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서 아직 진짜 할머니는 되지 못했지만 길거리 아이들이 저를 할머니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의 눈처럼 정확한 것이 없어요. 적응을 하려 노력 중입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퉁이가 삐뚤빼뚤한 종이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주었던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내 삶이 빛났습니다.

서두른다고, 고대한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딸들도 빛나는 날들을 맞이해 보면 좋겠습니다. 수줍게 쓴 편지와 종이 카네이션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여자로 태어나 더 풍성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딸 둘을 낳아 더 행복했습니다.

줄 수 있다면 제 행복도 기꺼이 나누어 주겠습니다.

나는 엄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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