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파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옥진 Aug 17. 2024

놓쳐진 열흘

산파일기

#3.5킬로#큰아기#초산#디저트주의#운동#행복한 순산을 위해서는



그녀와 헤어진 지 열 흘,

볼록 나와있던 배를 보며 적당한 크기의 아기가 태어나리라 예상했었다. '적당한'이라는 애매 모호한 말은 그저 나의 경험과 직관에서 나온 말이라는걸 밝힌다.


다행히 해외에 근무하고 있던 남편은 예정일에 맞게 돌아왔다.


자꾸 바뀌어지는 입국 날짜에 다소 소침해

지기도 하고 또다시 씩씩하려고 노력하는 그녀가 대견했고 우리는 아기의 영특함에도 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아기는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 지를 뱃속에서도 알고 있다는 증거를 여러 번 경험한 나로서는 그랬다.


기대하고 소망한 일이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10월 20일이 예정일이었던 그녀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약 일주일 간 남편과 함께 세상에서 쉽게 이룰 수 없는 행복을 맛봤다.

외식도 하고 즐겁게 아기방 꾸미기도 마쳤다.

'달콤한 디저트'도 그중 하나였다.


남편도 곁에 있고 때 마침 긴 휴가의 시작도 그 날짜와 맞아떨어지니 당연히 식욕이 하늘을 찌르게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아기를 낳았는지,

그녀의 출산 전 과정을 돌아보자!


새벽 세 시,

양수가 흘렀다.


양막이 먼저 파수되는 경우는 초산 산모의 예상 아기체중이 3.5킬로가 넘는 큰 아기인 경우가 많다.


(적당한  아기의 크기는 보기좋게 예상을 빗나갔지만...)


낮 동안은 진통을 유도하기 위해  세 시간이나 걸었다.

오히려 남편이 힘들어 할 정도였다.


다행이도 진통은 시작 되었고

오후가 지나자 5분 간격으로 줄어 들었다.

더 견디겠다고 했다.


오후 여섯시.

조산원 도착!

심해진 진통은 삼 사 분의 간격!

5~6센티의 자궁문 개대!

이만하면 수월히 아기맞이를 할 수 있을꺼라 기대했다.


한 시간 후인 오후 7시,자궁문은 거의 열렸고 가끔씩 오는 큰 수축엔 조금씩 힘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핫펙,

아로마적용,

진통유발 지압,

체위변경,

라이트 터치,

물 마시기 ,

소변보기,

칭찬,

출산의자,

등등은 그녀의 출산을 좀더 쉽게 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허나 힘주기 두 시간 째,

아까부터 보이는 아기의 머리는

여전히 큰 진전이 없었다.


힘주기 세 시간째!

남편도 그녀도 아기도 애쓰고 있다는 걸 난 안다.


태아 심박수는

쿵쾅!!!!잘도 견딘다.

그래서 ...

그래서...

우리는 긴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머리가 아주 천천히 나왔다.

산도 크기에 맞춰진 아기 머리는 길죽했고 뒤따라 나온 아기 얼굴은

두 볼이 탱글탱글 방귀대장 뿡뿡이를 닮았다.


크다!

정말 크다!

머리가 제일 크다!


열흘 간 맘껏 먹었던 그것들이 생각났다.

아차!

남은기간도 열심히 자연출산을 위한 간섭?을 했어야 했다고 급 후회를 했다.


놓쳐진 열흘 덕분에 그녀는 세 시간 동안 힘을 줘야만 했다.


그나마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이 뒷바침 되었기에 해 낼 수 있었다.

초산은

출산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계속 운동과 음식을 조절해야만 한다.

첫아기를 잘 낳아야 하는 이유는

첫아기를 제왕절개로 낳은후 자연출산을 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어서다.

아무런 태어날 준비가 되지 않은 아기가 불쑥 꺼내질 때, 어떤 기분일지를 생각해야 한다.


아기는

최소한 3.5킬로 미만의 크기로 낳아야 순산할 수 있다는걸 꼭 기억하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장가 잘 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