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셋째를 받았다. 이번 아기는 세 아이 중에 제일 작아서 진통이 꽤나 잘 왔다. 진통이 이삼 분 간격으로 오는 통에 얼마나 열렸는지 진찰할 새가 없다. 약물의 사용 없이 자연스럽게 자주 오는 진통은 곧 아기맞이가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결국 진찰을 하지 못한 채 아기가 태어나려 밀고 내려온다. 산모의 몸짓과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진행 정도를 가늠할 수 있으니 괜찮다. 아니나 다를까 입원을 한지 채 삼십 분도 되지 않아서 힘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짐볼을 부여잡고 크게 두어 번 용을 썼다. 엎드려 있는 자세는 아기를 적절하게 움직이게 돕는다. 전후좌우, 사방으로 움직일 수 있으니 출산에 이만한 유용한 물건이 있을까?
다른 자세로 아기를 낳겠냐고 물으니 그냥 엎드린 이 자세가 좋다기에 그대로 낳기로 했다. 그나저나 또다시 나의 자세는 무릎을 꿇고 아기를 경배하듯 위로 쳐다보아야 했다. 짐볼을 안고 엎드리면 시야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산모는 다른 것에 방해받지 않고 온통 출산에 몰두할 수 있다. 출산 호르몬들이 흘러넘치고 두번의 큰 진통이 오간 후 아기의 머리가 만져졌다. 회음 열상을 방지하기 위해 힘 조절을 리드한다. 엎드려서 고개를 외로 꼬고 아기를 받치는 내 모습이 이상해 보이긴 하겠지만 산모가 원하는 자세를 수용하려면 별 수 없다.
2.61킬로의 작은 녀석이 태변을 잔뜩 싸면서 내 손 위서 버둥거린다. 엎드린 산모를 바로 눕히고 가슴에 안겨주었다. 갓난이의 작은 똥구멍에서는 새카만 태변이 계속 질금거렸다. 산모의 배 위에, 내 팔에,아기 다리 사이에, 검은 똥들이 장사진을 쳤다. 쉴 새 없이 반복되는 자궁수축 때문에 아기가 힘겨웠다는 증거다. 하지만 피부색도 좋고 활동성 또한 끝내준다. 더하여 조산원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운다.
회음열상도 없고, 출혈도 거의 없다. 건강하고 깔끔한 몸을 가진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절을 하고 싶어졌다. 둘째를 받을 때도 그런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기는 진정이 되자 곧바로 힘차게 젖을 빤다. 이런 신비, 볼 때마다 울컥울컥 감사하고 행복하다.
"누구누구는 장가 참 잘 갔네, 잘 갔어. 복이 굴러들어 와도 어찌 이렇게 넝쿨째 굴러올 수 있을까." 칭찬 너스레에 얼굴을 붉히는 남편은 내가 시킨 복창을 따라 했다.
"@@@은 장가 잘 갔다.
@@@은 장가 잘 갔다.
@@@은 장가 잘 갔다."
아침햇살이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아기가 태어나 처음으로 맞는 빛이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형, 누나와 함께 행복할 녀석은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