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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Oct 02. 2024

내 사랑 배추

어설픈 전원생활


배추값이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고 연일 방송에 나옵니다. 물론 올 여름이 너무 더워서 모든 작물이 녹아내릴 지경이었다는것은 사실이긴 합니다. 그런데 해도해도 너무 오른것이 배추라는 것이 이상합니다. 배추는 그저 어디를가나 어디에서나 늘 곁에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식당에서 김치는 인심의 잣대로 여겼던 반찬이었어요. 그냥 막 퍼 먹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던 국민 소울푸드재료인 배추가 이렇게 고공행진을 할 줄은 감히 누가 상상 할 수 있었겠어요. 농담삼아 했던"금치"라는 말이 제대로 들어맞은 셈이 되었습니다.

저같은 소시민은 "비싸면  안먹으면 된다"라고 치부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상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값이 싼 것으로 대체해서 먹어도 됩니다. 지금 상황과 같진 않겠지만 어릴적에도 배추값이 비싼 때엔 어머니는 양배추 김치로 배추김치를 대신하셨습니다. 배추김치 대신 상에 올랐던 양배추 김치맛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됩니다. 맛도 있었습니다. 꼭 배추김치를 먹고 살아야 살 수 있는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배추값이 일년 내내 지금 같이 비싸지도 않을거구요. 잠시만 좀 참아내면 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김치로 삶을 꾸리는 소상공인들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숨이 막힐 일입니다. 뭐 정부에서는 배추값 폭등을 조절하기위해 중국 배추를 11톤이나 들여온다고 합니다만 중국에 대한 신뢰가 돈독치 않으니 이것또한 문제가 되어요. 한동안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김치를 먹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로를 돕는건 일반인들이 더 잘하는 일이잖습니까. 그 힘으로 버텨온 나라잖아요. 잘 이겨낼 것입니다.  


36세 때 필리핀에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조산사인 직업을 잠시 놓았던 시절입니다. 제가 하는일은 아이들 등하교와 밥을 해 먹이는 일이었지요. 도와주는 가정부가 있어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진 않았지만 모든 먹을거리를 만드는 것은 제 손이 가야만 했습니다. 재료를 고르고 장을 보는것도 포함되었습니다. 매주 집 근처로 한국인들의 먹거리 재료를 팔러오는 차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제일 중요했던 식재료는 선선한 기후를 유지하는 바기오에서 난 배추였습니다. 상인이 가져온 배추는 한국서 보던 배추와 똑같았습니다. 좀 이상하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가끔 향수병이 도지는 때에는 한국 식재료 차에 실린 배추에 위로를 받은적도 있었답니다. 새우를 사다가 새우젓을 만들어 김치에 넣으며 한껏 한국 김치맛을 뽐내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한국인 직원이 우리집에서 먹는 음식중 제일 좋아했던 반찬은 단연 배추김치였습니다.


팔월 중순쯤에 김장 배추를 심습니다. 그래야12월 전후로 김장에 걸맞게 잘 자라납니다.

저도 올해 배추모종 60개를 사다 심었습니다.

동생네랑 함께 김장을 하기에는 충분한 양이지요. 무우씨와 갓, 여름내내 심어 잘 자라고 있는 파, 까지도. 김장에 필수 재료는 모두 확보되었습니다.

게다가 잘 자라고 있기까지 해요. 하늘거리는5센티의 배추 모종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흙에 적응을 하는 모습에 기쁘기까지 했습니다. 시골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배추밭으로 달려갑니다. 며칠 새 얼마나 자랐나하고 궁금증이 폭팔하고 며칠 머무는 사이에도 얼마나 자라는지 보는것이 낙이 되었습니다. 치맛단처럼 하늘거리는 배추잎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아직 속이 들어차지 않아 묶어주지 않았습니다. 아마 보름정도 지나게 되면 노란 속이 들어차도록 일일이 묶어주는 일을 해야 할겁니다. 모종값 6000원으로 몇 십 곱절 이윤을 낸 것 같아 기분도 좋아집니다.

그런데 정말 기후가 문제가 되는지 근처 밭들을 보면 배추가 잘 보이질 않아요. 몇개의 밭을 봐도 배추들이 비실비실해 보입니다.

이러다가는 정작 시간이 지나도 김장에 필요한 배추가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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