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방

아기를 키우다.

by 김옥진

밤 12시, 어제 늦둥이를 낳고 집으로 돌아간 경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기가 하루 종일 안 먹고 잠만 자서 걱정이란다. 분유 보충하는 법을 알려 주었는데 먹이려 해도 아기가 깨지 않는다고 했다. 곁들여 들리는 소리는 출산 후 집에 도착해서부터 남편이 보일러를 70도로 올리고 땀을 빼고 있다고 했다. 필시 아기는 더워서 늘어져 있고 얼굴은 벌겋게 되어 땀으로 온몸이 젖어 있었음이다. 늘어진 이유는 두 가지다. 배고파 지친 것, 다른 하나는 너무 더운 것!

우선 보일러를 끄고 아기 목욕을 시키라고 했다.


지금은 6월 초, 간간히 일기예보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이런 날씨에 보일러를 틀고 방문까지 닫혀 있었으니 아기의 상태를 가히 가늠할 만했다. 신생아는 체온조절 중추가 완벽하지 않아 더운 곳에 놓으면 체온이 올라가고 벗겨놓으면 급격히 내려간다. 통화를 한 지 한 시간 후 다급한 전화가 또 왔다. 목욕도 시켰는데 다시 잔다며 울기 직전의 목소리다. 막 잠자리에 들려했는데 갑자기 정신이 확 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상은 나를 가만두질 않았다. 갓 태어난 아기가 방바닥서 구워지는 듯한 상상이 나를 두렵게 했다.


밖엔 오랜만에 유월 가뭄을 적시는 단비가 내리고 있다. 작은 폭풍처럼 바람도 거세다. 산모 집으로 가 봐야겠다고 결론을 지었다. 사실 내 직업은 날씨가 좋고 나쁘고를 따질 수 없다. 지금, 비 오는 밤 길, 고즈넉한 느낌이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가면서 다시 되짚어 보았다. 얼마큼 보일러를 켜 놓으면 아기에게 이상증세가 나타날까? 꼬리를 무는 그 의문은 스스로에게 "괜찮을 거야~아마 내가 도착할 쯤이면 깨어나 엄마젖을 먹고 있음이 분명해~방을 시원하게 하라고 했으니 깨어났겠지." 라고 기도 처럼 되뇌이게 했다
다행히도 한밤중 비바람 치는 도로는 한산했다.


20분 걸려 도착한 산모의 집은 엘리베이터 없는 5층이었다. 아기를 낳고 5층까지 올랐을 그녀가 짠하게 느껴졌다. 현관문을 대문짝만큼 열고 반기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덩달아 단숨에 오층으로 올라갔다."어머 어떡해요! 선생님이 오신다고 하니 아기가 정신을 차렸나 봐요! 깨서 젖을 잘 빨아요!" 겸연쩍어하며 그녀가 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 배시시 웃는다. 남편도 덩달아서 그랬다. 그는 소독된 분유병을 냄비에서 막 꺼내려던 참이다. "큰 애를 어떻게 키웠는지 생각이 하나도 나질 않아요. 계속 자는 아기가 얼마나 걱정되었는지 몰라요. 응급실에 가려고 했어요. 남편이 선생님께 먼저 연락해보자고 그랬죠" 젖이 늦게 도니 약 일 주일간 분유도 함께 먹이라고 다시 조언했다.


종일 잠을 자는 아기를 보고 엄마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나처럼 온갖 불안한 상상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태어난 지 24시간, 얼굴은 제법 어제보다 더 또렷하니 엄마의 코를 닮았다. 젖을 이십여분 먼저 먹였다. 보충으로 분유 40 씨씨를 더 먹이고 나니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쳐다본다. 아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시 분유 타는 법, 먹이는 법, 수유자세, 젖병 소독법 , 트림시키는 법, 싸는 법, 아기 돌보기 복습은 그렇게 한 밤중에 다시 이루어졌다.


비는 여전히 세차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밤낮으로 그렇게 애간장 태우며 우리를 기르셨을 거다. 또다시 그녀도 그렇게 아기를 기른다. 새 생명은 그렇게 이틀 밤을 맞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기 없는 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