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파일기
머리가 희끗해질 때까지 생명의 탄생에 홀려 살았다. 아기의 탄생을 보며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고 감격스러운 눈물을 흘리곤 했다. 갖가지 일을 겪었지만 참 행복한 직업이라고 스스로를 두둔했다.
완경이 오고 난 후 느껴지는 노쇠와 부모님과의 이별을 경험하며 나의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서 간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명제 앞에 죽음이라는 것을 고의적으로 외면했고 사회 문화적으로 은폐된 사실을 묵인했다. 죽음이라는 망측한 생각은 굳이 할 이유가 없었다. '죽음을 말하는 것은 망측하다'는 문화 속에 나도 모르게 녹여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외면했던 것들을 느낄 나이로 접어들자 탄생과 죽음은 한통속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우연히 2024년 5월에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를 보았다. 방송분의 한 부분에 등장하는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집에서 죽는 것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었다. 평소 내가 생각하는 "탄생과 죽음을 다시 집으로"의 주장과 일맥상통했다. 물론 집에서 아기를 낳는 탄생의 이야기는 제외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그녀가 쓴 책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를 바로 주문했고 이틑 날 바로 받았다. 꼼꼼히 읽는다.
사회운동을 할 여력과 정열은 찾을 길 없으나 나의 죽음에 대한 정리가 되는듯하다. 작은 목소리로 "인간의 탄생도 집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조금씩 실천하고 정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