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파일기

탄생과 죽음의 공통분모

산파일기

by 김옥진

아기를 받다 보면 홀로 남겨진 산모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밤을 새우는 의료인들이나 남편, 혹은 가족들이 이상하게도 단 한 명도 곁에 없는 순간 말이다.

우연한 어떤 순간에 홀로 남게 된 산모는 다음 진통을 기다리며 숨을 고른다. 눈을 뜨자 곁에 아무도 없는 걸 깨닫는다. 고의로 홀로 남겨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진통 시작부터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신뢰는 흘러넘친다. 더 기다려야 아기를 만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은 산모는 홀로 있는 고요의 시간에 해야 할 일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리고 이완을 한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순간을 만난다.

남편을 슬그머니 내보내자 눈을 감은 산모의 신음 소리가 달라졌다. 새벽이 오는 탄생방에서 나는 소리는 자연의 소리이며 생명을 살리는 신음으로 가득 찬다. 힘이 들어가고 아드레날린으로 충만한 어머니와 아기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온 힘을 쓴다.

고요는 본능적인 힘에 또 다른 힘을 주는 촉매제이다.


이렇듯 죽음에도 홀로의 시간이 필요한 듯 보인다. "혼자 있고 싶어요" 본능적으로 아기를 낳는 이가 하는 말이나 죽음을 앞둔 사람의 호소는 공통분모로 작용한다.

받아들이는 고요의 순간은 탄생이나 죽음에서 똑같이 필요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