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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파일기

10분의 환대

출산직후 10분 정도는 축하하는 시간으로.

by 김옥진

"아기가 태어난 후 조금만 기다렸다가 탯줄을 잘라주실 수 있을까요?"출산예정일을 3주 앞둔 산모는 주치의에게 양해를 구한다. "외국에서 종종 그런 출산을 한다지만 사실 그것은 별 의미가 없어요." 침묵이 스친다."아! 네!"

출산의 생리를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산모는 의사의 대답에 섭섭한 마음이 든다. 요구를 들어주는 다른 출산장소는 없을까 하고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출산을 한 달 남기고 아기 낳을 곳을 바꾸자니 그 또한 심란하다.

고심 끝에 다니던 병원에서 출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대신 아기가 태어난 즉시 가슴에 안겨 주는 것과 그 상태로 딱 10분만 기다려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기로 마음먹는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주 조금씩 변한다. 만약 산모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별의미가 없는 일이라 여겼던 생각을 10분 만이라도 할애해 준다면, 그 10분의 시간이 변화의 초석이 된다.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말이다. 좀 더 인간적으로 말이다. 출혈의 증상이 없어야 하고 건강한 출산의 과정안에 있다면 태어나서 어머니의 가슴을 안고 더 오랫동안 축하를 받아도 된다. 나 역시 긴 시간 아기를 받으며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어머니 가슴 위로 아기를 안겨주었던 때다. 출산은 무섭기보단 가장 감격스러운 일이다. 여성만 할 수 있어서 더 소중하고 귀한 일이다. 순리데로 내버려 두어야 두 생명에 가장 이롭다.


상상해 보자. 막바지 힘을 주며 거친 숨을 쉰 산모가 아기를 가슴에 안았다. 첫 호흡을 한 아기는 따듯한 어머니의 가슴에서 생명의 연결을 느낀다. 토닥이는

어머니의 손길에서 평화를 찾는다. 그곳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방금 태어난 아기다. 짧은 시간 동안 출산방에 있는 모든 눈길과 마음은 아기를 향한다. 방금 태어난 아기를 향한 환대는 살아갈 저력으로 각인된다. 자, 그래서 딱 10분 만이라도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해 모든 것을 멈추는"10분의 환대 "운동을 벌여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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