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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파일기

오늘 부터는 골고루, 가볍게, 조금씩 먹자

산파일기

by 김옥진

요즘 들어 건강에 관한 TV프로그램에 관심이 간다. 눈도 침침하고 무릎도 돌아가며 삐끗거린다.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잘 알고 있다. '운동하고 소식하며, 골고루 살아있는 음식을 먹는다'다. 그러나 쉬운 듯 보이지만 실천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집에서 생활하며 3 천보 정도는 걷는다.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는 턱없이 부족 다는 걸 알지만 젊은 시절에 부지런을 떨고 산 것에 대한 보상심리는 여전히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앉아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하루 종일 집안에 있거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말을 하며 떠오른 음식을 주문해먹기도 한다. 깐깐하게 식재료를 고르며 신선함이나 조리 방법,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가를 따질 때와는 천양지차로. 더하여 그런 종류의 음식들은 건강을 위한 생채식과는 거리가 멀다. 배달된 음식을 먹고서 포만감을 느끼며 눈에 들어온 식탁 위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제야 후회를 한들 소용없다. 나를 위한 건강한 먹거리는 부지런히 장을 보고 손수 음식을 만들어야 가능하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니 그나마 다행인 셈. 인생 후반기, 내 몸을 아끼는 마음을 다시 꺼낸다. 살아있는 음식을 즐겨 먹고 부지런히 걷기로 한다.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던 사과를 꺼낸다. 제주 단호박을 찌고 방울토마토와 함께 먹는 아침. 간단하고, 건강하고, 맛있다.


패트릭 브링리가 쓴 나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All the beauty in the world)를 연이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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