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이 좋다.

유방암

by 김옥진

몸을 따듯하게 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 체온이 1도 오르면 면역력이 30% 이상 오르며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NK 세포나 T 세포 같은 면역세포의 활동이 왕성해진다. 사람들이 즐겨 찜질방을 가는 이유다.


도통 더운 것을 견디지 못하는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찜질방에 간 경우가 열 손가락 안에 든다. 그래서 사계절 중 제일 힘든 계절은 당연히 여름이다.

그런데 유방암 수술을 한 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수술 후유증일까 괜스레 아무 때나 오실 거리고 소름이 돋곤 한다. 요즘 들어 겨울 문턱의 공기가 살갗에 닿으면 더욱 몸서리가 쳐진다. 그러므로 겹겹이 옷들을 입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한동안 내복을 검색하느라 시간을 쏟았다. 그리고 오십 년 만에 내복 두벌을 샀다. 내복을 입음으로써 오는 둔한 불편은 감내하기로 한다. 되도록이면 피부 노출도 최대한 줄인다. 누군가 나를 보면 한겨울 동장군 면접 가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더워서 땀이 나는데 등이 축축해지고 나서야 인지한다. 흘린 땀 때문에 또다시 오싹하다. 지금 내 몸은 덥다고 느끼지 못한다. 회복되는 과정이려니 인도하다가도 정말로 면역력이 떨어진 건 아닐까 염려가 된다.


찜질방을 가서 열기를 받으면 증상이 좋아질까. 몸의 온도를 올리는 것이 면역력을 올리는데 좋다는 근거를 믿기로 한다. 집 근처 목욕탕을 검색했다. 평상시라면 지나쳤을 여성 전용 불가마를 찾았다. 성한 몸이었을 때는 하릴없는 여자들의 놀이터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몸을 덥혀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귀한 장소다. 불가마라는 생각만으로도 몸이 후끈 달아오르며 노곤해진다.


이른 아침 6시, 동지의 밤은 여전히 까맣다. 자주 베갯머리에 홍수가 나서 목뒤가 축축하다. 불가마가 떠오른다. 새벽의 불가마가 궁금하다.

이른 아침엔 조용하고 깨끗하다는 주인의 말도 떠올랐다. 주섬주섬 털옷을 입고 목도리를 두른다.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지만 체감온도 영하 10도인 오늘, 냉기에 맞설 용기는 없다. 큰길로 나오니 부지런한 사람들이 빽빽하게 길 위에 있다. 신호등 여섯 개를 지나 7분 만에 불가마에 도착한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탕에 일등으로 들어가는 야무진 기쁨을 상상한다. 고요한 청계사 입구는 대로변과는 천지 차이다. 눈 깜박할 사이에 설악산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불가마 옆 냇가에는 천둥오리들이 무리 지어 얼음을 지친다. 나보다 부지런한 사물들은 곳곳에 있다. 초겨울 바람이 시냇물과 내기를 하며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성난 복어 배가 되도록 아침 공기를 여러 번 들이마신다. 찬기에 코털이 얼어붙는다. 어릴 적 겨울을 떠오르며 마당을 두어 바퀴 돈다. 서리가 작은 모래알 사이에 백설기처럼 붙어있다. 해가 오르면 스러질 물방울들, 하나하나가 귀하다.

불가마의 고요한 거실엔 직원 세 명과 나보다 먼저 일등을 선점한 한 사람이 있다. 물을 받고 있는 탕에는 깨끗한 첫 물이 떨어진다. 일등이 아니어도 흡족하다.


병을 이기려 따듯한 것을 찾는다. 점점 그것이 좋아진다. 덕분에 불가마 러버가 된다. 숨 쉬는 한 멀쩡한 삶을 사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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