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항암 주사 3차 : 외래주사실 갈 때 준비물

by 김옥진

외래 주사실 커튼 사이로 오전에 출근한 햇살이 눈부시다. 내 침대 번호는 16번이다. 군대 막사처럼 뚫린 공간 양쪽으로 간이침대들이 줄지어 있다. 하나씩 채워지는 환자들에게는 각자의 공통 이야기가 있다. 몸이 아픈 것, 두려움, 살려는 의지, 갑자기 숙연해진다. 그렇지, 살려고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모인 사람들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작은 침대 위에는 새 시트로 싸인 베개와 반시트 2개가 있다.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지 않아 첫 항암주사 맞는 날은 좀 당황스러웠다. 깔고 덮는 것이라 생각했다. 덮는 것 치고는 너무 썰렁하다. 주사 맞느라 맨살을 내놓은 팔을 덮는 용도로 사용한다. 참고로 보호자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나의 보호자는 밖에서 대기 중이다.

유방암 T/C의 주사 시간은 보통 다섯 시간 정도 소요된다.


* 충전기

처음 주사를 맞았던 날, 공교롭게도 배터리가 방전되어 곤란을 겪었다. 당황한 목소리로 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내 목소리를 듣고 있던 옆침대 동년배쯤 보이는 아주머니가 자신은 간암치료 중이라며 선 듯 꺼내 빌려 준다. 그 손길은 마치 이것쯤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공감 가득한 몸짓이었다. 나의 귓전에 대고 아프면 나만 손해라고 말하며 등을 두드려 준다. 그곳의 모든 이들은 동병상련으로 어우러 진다.


* 무릎담요

겨울철이라 창가 쪽은 선듯하다. 입고 간 점퍼를 덮어도 되겠지만 나는 작은 담요를 가져간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일회용 군용 핫팩

어느 핫팩보다 군용(진짜 군용이지는 모르겠으나)이 오래가고 쥐는 감각이 좋다. 몸의 한 군데가 따듯하면 온몸이 점점 열기로 덮이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가뜩이나 몸과 마음이 선듯한 환자들에게는 바다의 등대 같은 물건이다. 주로 배나 손을 데운다. 주사 맞기 전 주사부위를 따듯하게 해 놓으면 혈관 잡기가 수월하다.


*온열안대

유방암 주사는 약 네다섯 시간 동안 주입된다. 멀뚱 거리고 있기엔 긴 시간이다. 유방암 환자들은 보통 진료시간 두 시간 전에 피검사를 한다. 결과에 따라 오늘 항암주사를 맞을 수 있는 몸 상태인지를 확인한다. 대부분 새벽 꼭두부터 부지런히 병원으로 온다. 진료 보는 시간보다 길에 뿌리는 시간이 몇 배다. 다행인 것은 병원의 어느 곳보다 외래 주사실엔 침대가 있어서 누울 수 있다. 사실 나도 침대가 배정되었지만 익숙지 않은 곳이라 첫 항암주사를 맞을 때는 좌불안석이었다. 하지만 두번째부터는 느긋해 졌다. 완벽하게 주사처치가 완료되자모든 것을 잊고 저절로 잠이 들어 버렸으니. 내 코 고는 소리에도 몇 번 화들짝 놀라 깬 경험도 있었다는 것은 "쉿"비밀이다.

일회용 온열안대는 따듯해서도 좋지만 빛을 차단해 주어 수면에 도움이 된다.


*보온물컵

수액이 들어가서 갈증을 느끼지 않을 것 같지만 약물이 혈관 내로 들어가면 몸은 그것들을 희석시키기 위해 물을 원하게 된다. 주사실 입구의 정수기 물을 받아 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마시기 위해 유용한 물건이다.


*간식

아침을 먹고 왔어도 오후까지 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가벼운 간식을 준비한다. 집어먹기 쉬운 과일과 음료, 샌드위치나 삶은 계란도 좋다.


무사히 3차 항암주사를 맞았다. 어린아이처럼 맞기 싫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그랬다. 그래, 한번 남았다. 4차까지. 어디, 이번엔 어떤 신세계가 펼쳐질지 기대해 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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