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은 알고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자연출산 이야기

by 김옥진



"평상시보다 더 자주 뭉쳐요" 셋째 낳을 아름이가 출산이 임박해짐을 알려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쩌나요! 시어머님이 오늘 돌아가셨어요!" 당연히 아름이의 셋째 아기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탄생과 죽음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면서 오만 방자하게도 아름이의 셋째를 받을 생각을 했었다. 어쩔 수가 없다. 아름이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출산 장소를 알아봐야 한다. 몇 군데 소식을 넣어 놓고서야 긴 한숨을 토해냈다. 우습게도 전화기 너머의 아름이 목소리는 천연덕스럽다. 마치 내가 꼭 아기를 받아 줄 것을 믿고 있는 말투다. 사실 태어남은 결정하고 계획한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알지만 외려 그녀의 덤덤함에 내가 편안해졌다. 그래! 어디 두고 보자! 조마조마한 삼일상이 지나갔다. 순조롭게 장례가 끝났지만 몸과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이제는 아름이의 셋째가 태어나도 된다. 하루 정도는 휴식을 취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기에게 하루만 더 있다가 만나자고 했다. 상을 치른 첫날밤은 잘 잤는지, 뒤척였는지, 기억조차 없다. 벨이 울리지 않고 날이 밝았다.
하루 쉬고 나니 힘이 난다. 또다시 날이 저물고 밤이 지나간다. 오늘은 태어나려나?


드디어 이른 새벽에 진통이 시작되었다. 아름이는 진통 소식을 전하며 자신은 골반이 작아 시간이 더 걸리니 씩씩하게 더 기다려 본 후 오겠다고 한다. 좁은 골반으로 인한 긴긴 진통으로 첫아기의 머리가 보일 때 병원으로 후송을 했었다. 사람이 조산원보다 많은 병원 분만실에서 아름이는 첫아기를 안았다. 다행인 것은 두 생명 모두가 건강했다. 둘째는 조산원에서 멋지게 낳았다.

오전 11시 30분 , 아직도 견딜만하다고 하는 아름이에게 80km 떨어져 있는 집이니 지금쯤은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챙기며 오는 길이 순조롭기를 바라며 출산 준비를 했다.

오후 1시, 무사히 아름이네 식구들이 도착했다. 80%의 진행을 보이는 아름이는 아직은 견딜만하다며 운동을 하러 나왔다. 강해진 4분 간격의 진통은 가던 걸음을 종종 멈추게 했다. 여전히 꿋꿋하다. 후드득 지나는 비가 온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내게 기댄 채 서서 아름이는 심호흡을 한다. 진통이 사라지자 우리는 씩씩하게 다시 걸었다. 김밥집에 들러 아이들 점심거리를 샀다. 단골 김밥집 젊은 할머니는 진통하고 있는 아름이가, 셋째까지 낳는 아름이가, 먼 곳서 예까지 찾아온 아름이가 기특하다며 데리야끼 샌드위치를 덤으로 주셨다. "아기 잘 낳아! 요즘 사람 같지 않네 젊은이가..." 돌아오는 내 내도 제대로 오는 진통에 걷다 서다를 반복했다. 김밥을 본 아이들이 왁자지껄 김밥을 먹었지만 아름이는 진통으로, 나는 출산을 준비하느라 김밥은 안중에 없다.


본격적인 진통을 하는 아름이의 출산 방은 아무렇지도 않고 평안하다. 말도 필요 없고 궁금한 것도 없다. 아기는 기다리면 만날 것이다. 새벽에 시작된 진통으로 졸고 있는 아름이의 모습은 지극히 정상이다. 아기던 어미던 둘 중 하나가 쉬고 싶은 거다. 잠시라도 맛있는 잠을 자라고 불을 더 어둡게 하고 소리를 차단시켰다. 약 삼십 분의 시간이 갔을까? 슬슬 진통이 올 때마다 힘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몇 번을 힘줘야 하는지는 세상 누구도 알 수 없다. 힘이 들어가면 나올 때가 다 된 것이고 아직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더 기다려도 된다. 시간은 규칙적으로 바늘을 옮기지만 태어남은 규칙적이지 않다. 나는 아름이의 몸을 알고 아름이도 나를 안다. 힘이 주어지는 것을 보니 다 된 것이다.


놀고 있던 아이들과 남편을 불렀다. 용을 쓰는 엄마의 다리 사이로 까만 것이 들락날락한다. "우와~동생 머리다! 큰 아이가 말하자 작은 아이도 똑같이 소리친다."우와~동생 머리다"

내가 21살에 처음 보았던 놀라운 출산 현장을 요 녀석들은 벌써 보았다. 그것도 동생의 탄생을...


모두가 가슴에 안긴 아기에게 인사를 한다. 손가락도 만지고 얼굴도 쳐다본다. 형이 된 둘째는 어째 얼굴이 심상찮다. 섭섭할 것이지만 굳세게 이기고, 사이좋은 형제가 될 것이다.


나도 감사의 인사를 했다."큰 일 치른 후 태어나 줘서 고맙구나! 진즉부터 기특하게도 너는 알고 있었어! 언제가 네게 제일 좋은 시간인지를 말이야"


아이들과 함께 미역국 잔치를 했다. 어둠이 내리고 식구 하나 더 생긴 아름 가족은 또다시 먼길을 떠나갔다. 한가할 때 그들이 왔던 길을 나도 한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