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리를 바로로 , ECV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보통 임신 27주부터 33주 사이에 태아는 세상을 향해 머리를 아래로 바꾼다. 대부분 그 시기에 자연스레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드물게는 계속 머리를 위로하고 (둔위, breech presentation) 있는 태아도 있다. 대부분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니 몇 주 더 기다리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기다려보다가 결국 계속 거꾸로 있으면 제왕 절개를 하면 되는 것이다. 아주 드물게 둔위 출산을 시도해 보려는 용기 있는 산모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아기의 생명을 자신의 욕심으로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하는 나쁜 엄마가 되어버린다. 사실 둔위출산의 위험성은 두정위( 아기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 있는 자세) 아기보다 30%가 높다. 그리고 둔위를 자연출산으로 받는 의사나 조산사는 사실상 거의 없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다.

출산이 의료화되지 않았던 반세기 전만해도 아기의 발부터, 혹은 엉덩이부터 나오는 둔위출산을 했다. 용기가 있어서 낳은 것이 아니고 모두들 그렇게 아기를 낳았으니 어쩔 수 없이 낳은 거다. 낳는 이나 출산을 돕는 이들은 최선을 다해 아기의 건강을 기원했다.

가끔 그 중 몇몇은 출산 전에 아기의 머리를 아래로 돌리기 위해 외회전술(ECV)을 하기도 한다. 이는 태곳적부터 시행되어 온 방법 중 하나이다. 손을 사용해 산모의 배 위에서 아기의 엉덩이와 머리를 만져서 돌리는 것이다. 아기가 임신 30주 전후로 계속 둔위로 있다면 한 번쯤은 외회전술을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키가 150cm 정도 되는 초산의 임산모가 34주가 되도록 아기가 둔위로 있다고 걱정이다. 간호사인 그녀는 임신을 하고도 일에 치여 사는 듯 보였다. 둔위 회전 술을 알려주었으나 아기가 위험할 수 있다며 하지 않았다. 특히 친정어머니가 반대했기 때문에 그냥 아기가 스스로 돌게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결국 아기는 돌지 않았고 제왕절개술로 아기를 낳았다.

산모의 몸집이 작으면 아기가 돌아길 수 있는 공간이 비좁아서 다른 산모보다 일찍 자리를 잡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도 양수의 양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들이 임산부가 마음 편히 임신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이유이다.

자연출산을 나와 함께 하기로 준비했던 산모에게 예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 예정일은 보름 이나 남아 있는 오늘, 지금까지 정상의 위치해 있던 아기가 거꾸로 돌아있다고 했다. 지금 그 병원은 사정상 수술이 안 되니 대학병원을 가라고 했단다. 게다가 자궁입구 쪽에 10cm의 근종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이 사실 이번 출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데 더 큰일이 생긴 거다. 지금으로서는 자연출산을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객관적인 조언은 필요했다. 일단 외회전술을 해볼 것을 권했다. 외회전 술을 하는 대학병원은 당장 예약하기가 어려웠다. 운 좋게 외회전술을 할 기회가 생기더라로 통상 역아는 38주에 제왕절개 날을 잡는다. 혹여 외회전술을 하다가 진통이 오게 된다면 웅급 제왕절개수술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도 있다. 미련이 남는 사람은 낳을 이나 받아낼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한 번 더 만나 보자고 했다. 원한 다면 내가 외회전술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한 표정으로 들었 온다. 초음파를 보니 아기는 여전히 오전의 둔위 모습 그대로 앉아있다. 일단 그들에겐 당장의 외회전술 보다 휴식이 필요한 듯 보였다. 따끈한 방에서 부부는 30분간 낮잠을 잤다. 나도 그들이 이완이 충분히 된 후 뭔가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 걱정 말고, 아무 생각 말라고도 했다. 하루 종일 번잡스럽고 두려웠을 아가도 덕분에 쉬어가는 거다. 산모가 잠에서 깬 뒤 다시 진찰을 하니 역시 그대로 똑같다. 지금이 임신 38주, 예상 체중 2.7킬로의 아기가 제 자리로 돌아갈 확률은 낮다. 하지만 자연출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해보는 것은 옳은 일이다.

산모를 똑바로 눕힌 후 덥혀진 나의 따듯한 손을 배에 대었다. 이완을 돕기 위해 라벤더 오일을 바른다. 나의 손에, 팔에, 배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배가 단단해 지면 수축이 풀릴 때까지 나는 아기와 이야기를 했다. 서로 사는 이야기를 더하는 이유는 지금의 행위가 의료적인 처치가 아닌 진심으로 아기와 산모를 위한다는 마음이 아기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채 십여 분이 지나지 않아 손끝에서 아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내가 돌리고자 한 쪽으로 머리가 돌아가는 느낌이 간다. 위치를 고정해서 한동안 잡고 기다렸다. 그리고 산모에게는 심호흡을 열 번 시켰다. 촉진을 해 보니 치골 위에서 동그란 것이 만져진다. 아기 머리가 엄마 골반 쪽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초음파로 확인을 해 보는 것이 제일 정확하다. 나의 자세가 바뀌고 긴 숨을 토해내는 모습을 보더니 "돌아갔나요?" 확신의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산모는 그렁그렁 코끝이 금새 빨개졌다. 어디 보자! 초음파 촉으로 산모의 치골위를 대 보니 동그랗게 아기의 머리가 있다. “아기 머리가 제 자리를 잡았네요 어휴, 축하합니다!" 부부가 감격의 눈물을 닦는다. 나도 안도의 숨을 쉬었다. 외회전술을 해 보길 참 잘했다. 이제 진통 걸려 산모가 원하는 아기마지 하는 일만 남았다. 이제부터는 더욱 더 열심히 걸으라고 말해 주었다.



거꾸로를 바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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