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하며 차 타는 건 끔찍해서요!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드물게 때를 놓쳐 차 안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있다. 출산할 곳으로 가는 도중 약하게 오던 진통이 갑자기 세어져 힘이 들어간다면 우선 호흡으로 힘주기를 조절해야 한다. 입을 벌리고 '하아 ~하아~하아~' 소리를 내면 효과적이다. 그러나 한계를 넘어 참을 수 없이 힘이 들어간다면 아기를 낳아야 한다. 진통은 지속적으로 오지 않으므로 진통 사이에 최대한 아기를 맞을 준비를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양수가 나오게 되는데 자동차 바닥이나 의자 시트에 비닐이나 수건, 혹은 얇은 이불 등을 깔아준다. 예정일 삼주 전(37 wks)부터 이런 일들에 대비해서 소소하지만 중요하기도 한 것들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무릎담요 두어 장 , 큰 패드(디펜드:요양병원에서 사용하는 것), 아기용품, 일회용 핫팩(예정일이 가을이나 특히 겨울일 경우), 피크닉 매트도 뒷자리에 두자.


대부분 남편들은 진통하는 아내를 보면 무척 당황한다. 운전하며 아내를 돌보기란 쉽지 않지만 다행이도 진통은 쉼 없이 계속 오지 않는다. 진정시키는것이 최고의 방법인데 함께 소리내어 호흡을 하는것도 방법중 하나이다.


자동차 내에서의 출산은 보온이 제일 중요하다. 아기가 태어났다면 가지고 있는 옷이나 수건 등으로 아기를 덮어 엄마의 품에 올려준다.

아기가 잘 운다면 일단 안심해도 좋다. 산모가 아기의 숨을 느낀다면 가볍게 아기 등만 쓰다듬어 주어도 충분하다.

동시에 병원이나 119등의 도움받을 곳으로 전화를 해서 지금의 상황과 위치를 알린다.

상황을 인지한 구급대원들이라면 적절한 출산 준비를 할 것이다. 다만 아기의 피부색이 파랗거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경우엔 아기의 입이 바닥으로 가도록 팔 위에 걸쳐 놓고 등을 조금 세게 쓰다듬어 호흡이나 울음을 유도해야 한다. 엄마의 가슴에 엎드리게 해서 등을 쓸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기의 호흡이 안정되었다면 도와줄 사람이 올 동안 남편은 젖은 것들을 정리한다.

그것이 힘들다면 마른 것들로 덧대어 준다.

산모가 다시 배가 아프면 태반만출이 되는 것이므로 당황하지 말고 비닐이나 패드를 깔아준다. 피가 흐를 수 있으나 많지 않다.

아기 배꼽에 연결된 탯줄은 당겨지지 않도록 하고 어설피 탯줄을 자르는 것보다 아기와 연결된 채 의료진이나 119 요원이 도착할 때까지 그냥 두는 것이 더 안전하다.

그것이 사실 지금 유행하는 연꽃 분만 ( lotus birth)인 것이다.


도와줄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에 아기에게 젖을 물려도 좋다. 젖을 물리는 것은 또 다른 자궁수축을 유도하고 태반 만출을 도우며 만출 후 자궁출혈을 막아준다. 결국 아기와 떨어지지 않고 젖을 물리는 행위는 서로의 생명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출산이 병이 되지 않았던 과거엔 아기와 엄마는 따듯한 방에 있었다.

아기를 낳은 산모는 최소한 삼칠일 간 바깥에 나가지 않았다. 아기와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그 동안 아기는 엄마를 신뢰하고 엄마는 아기를 사랑하게 된다. 그 시간중에 놓쳐버리면 되찾을 수 없는 애착(bonding)의 첫 단추가 끼워진다.


왜 집에서 아기를 낳으려 하냐고 물었더니 다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 진통하며 차 타는 건 끔찍해서요!" 긴 세월을 이곳저곳서 아기를 받아보았던 나는 집에서 아기를 낳는 이유를 잘 안다. 내가 굳이 묻는 이유는 다인의 결연함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너무나 간단한 그녀의 대답에 나도 간단하게 대답을 했다."맞아요!"


그녀는 집에서 아기를 낳기로 했다.


다인의 가정 출산을 돕기 위해서 내가 할 일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운동시키고 음식 조절하기다.

일을 하고 있던 다인은 운동을 할 여력이 없어 보였지만 보내오는 결과들을 보면 최선을 다하고 있어 보였다. '좀 더! 좀 더 하세요! 잘하고 계세요!' 채찍과 당근으로 대답을 하곤 했지만 바쁜 다인과 주고받은 톡은 아주 많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너무나 작은 그녀의 체구가 걱정되었다.


진통이 시작되고 세 시간이 지나자 아주 잦은 4~5분 간격의 진통으로 바뀌었다. 의외다. 골반이 좋던지, 아기가 작던지, 두 가지 경우이다. 초산이라서 서둘러 가지 않아도 되지만 그 날은 진행이 빠르게 되는 느낌이라서 조금 일찍 가기로 했다. 밤 열두 시, 길은 참 한산하다. 주차된 차들이 많아 몇 바퀴 아파트를 돌다가 겨우 구석에 삐딱하게 주차를 했다.

집안은 미리 일러둔 데로 어둡다. 옷을 하나도 입지 않고 거실을 왔다 갔다 하는 다인은 이미 엄마가 된 듯 보인다. 출산 홀몬으로 취한 여성에겐 옷은 불필요하다. 자궁문은 벌써 4cm나 열려 진통은 무척 강하다. '아~작은 체구에도 넉넉한 골반을 가진 진짜 여자다!' 감탄스럽다.

삼십 분 후 둘라가 도착했다. 분만실에서 반평생을 보낸 베테랑 간호사다. 우리들은 서로 다인을 지켜보며 격려한다. 소리는 없고 움직임만 있는 공간, 남편은 그저 알려준 데로 지켜보고만 있다. 욕실을 보니 벌써 몇 번은 물에 들어갔다 나온 흔적이 역력하다. 다인은 또 다시 욕실로 가더니 더운 샤워를 한다. 얼른 뒤따라가서 온 몸에 더운물을 부어 주었다.

다시 거실로, 욕실로, 소파 위로, 침대 위로...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어찌해야 아기가 잘 내려오는지 몸과 마음으로 이미 터득한 거다.

날이 밝아 온다. 잠시 소강기에 접어들었다. 다인은 살짝씩 눈을 감고 졸기 시작한다. 골반을 받쳐주고 연결된 근육들을 모조리 풀어주는 손길에 아주 가끔씩 편안한 한숨과 신음을 한다.

졸려한다는 것은 거의 막바지 증상일 경우가 많다.

이십여분 그렇게 쉬는 시간이 흘렀다.

큰 진통이 오니 자연스레 힘들어가는 소리를 낸다. 다인의 진행이 초산치고 수월한 것은 작은 몸임에도 골반은 넉넉하기 때문이다.

함께 힘을 주었다. 연약한 몸이 몸서리를 치며 아기를 내 보낸다. 기력을 놓을까봐 함께 목청을 돋구었다. 조금씩 조금씩 아기의 머리가 나오고 들어가고를 반복한다. 진이 빠져 쓰러질 때쯤 커다란 아기가 태어났다.


3.8킬로! 흠칫 놀랐다.그 작은 몸에3.8킬로라니! 그런데 신기하게도 회음 손상은 적다. 다음 넘을 산은 출혈이다. 큰 아기를 담고 있었던 자궁에 무리가 왔을까 봐 얼른 자궁수축제의 위치를 파악하고 재빠르게 행동할 준비를 했다. 태반이 나오고 내 걱정을 비웃듯 자궁도 완벽하게 자동적으로 수축했다. 걱정했던 출혈! 없다!

회음 봉합을 했다. 깊지 않아 금세 끝났다.

의사인 남편은 옆에 앉아 봉합하는 나를 꼼꼼히 지켜보았다. 사실 그녀도 의사였다.


늦은 결혼에 고대하던 아기,

그럼에도 순조로운 출산을 했고 젖도 잘 먹이고 있다. 아기의 성장발달도 야무지다. 다인은 유튜브로 아이의 성장발달을 기록하고 있다. 나도 아기를 낳고 키웠던 경험은 있지만 아기의 하루하루를 기록으로 남기는 그녀가 참 남달라 보인다. 진통을 하며 아기 낳으러 가는 것이 싫다던 그녀의 바람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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