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거나 배우자를 고를 때, 갈등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고들 한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갈등이 없을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갈등을 대화로 함께 잘 풀어갈 수 있냐의 문제일 것이다.
그와는 갈등을 잘 풀어간다고 생각했다.
그와 나는 무척이나 자주 싸웠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싸웠으니 말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싸우고 나서 그날 안에 바로 풀었기 때문이다.
며칠씩 감정을 묵혀둔다거나 회피하며 연락을 하지 않아서 속 터지는 일은 없었다.
싸우면 바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였고 보통 몇 시간 안에 화해를 했다.
그러고 그다음 날이 되면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지냈다.
그런데 그 싸움이 거의 7개월가량 지속되면서 나는 점점 지쳐갔다.
분명 갈등을 그날 바로 풀어나가고 있는데, 왜 이렇게 나는 감정 소모가 많고 힘들까 싶었다.
사귀고 한참 좋은 시절인 100일 전, 싸울 때마다 이게 맞나 싶었지만 서로 맞춰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100일이 지나면 싸움의 빈도는 줄어들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100일이 지나도 싸움은 계속되었다.
200일이 넘어도 감정의 극에 치닫으며 계속 싸우고 있을 때,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나는 평소에 잘 싸우는 사람인가?
이 많은 싸움들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람들과 잘 싸우지 않는다.
지난 연애에서도 별로 싸운 적이 없다. 이렇게까지 자주 싸우는 사람은 처음이다.
그렇게 생각에 잠길 그 때, 갈등을 그날 바로 푸는 것에 대해 내가 얼마나 착각하고 있었나 깨달았다. 나는 이 사람과 갈등을 잘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또 싸우는 것은 정말 갈등이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단지 싸우고 화해하는 속도가 빨랐을 뿐, 갈등은 이삼일 내로 또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과연 진짜 잘 해결된 것일까?
우리가 싸움을 시작하는 지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제야 나는 그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감정을 잘 표출하는 사람인만큼 화도 잘 내고 화해도 잘했다. 예민한 성격의 그는 평소에는 섬세하고 다정했지만 자주 삐지고 짜증을 냈다. 그러면서 싸움이 시작되었다. 물론 내가 잘못해서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10분의 1도 안되었다. 그는 갑자기 화나서 자리를 뜬다거나 카톡 차단을 하거나 헤어지자고 했다. 욱해서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는데, 그 욱함은 이내 빨리 풀려 사그라들면 미안하다고 했다. 그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까지 나는 감정의 끝까지 가야만 했다. 울고 불며 설명할 때도 많았다. 그는 화가 풀리면 언제 그렇게 화난 사람이었냐는 듯 이내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어떨 땐 나만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것 같아 억울하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그가 갑자기 왜 화났는지 몰라서 진짜 화가 난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나는 그의 기분이 어떤지 눈치를 보게 되었다.
단지 시간 상으로 그날 바로 화해한다고 해서, 나는 그와 갈등을 잘 해결한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자주 싸워도 금방 화해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갈등이 이토록 잦은 것은 문제였다. 화해를 하고 난 후 갈등의 빈도가 줄어들면 좋을 텐데 줄어들기는커녕 계속되었다. 애초에 갈등을 자주 만드는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깨달았다. 습관적 이별통보가 얼마나 사람을 피 말리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 자체가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하는 방식이었는데, 그날 바로 화해를 했다고 해서 나는 우리가 갈등을 잘 해결한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그 화해를 하기 위해서 나는 매번 마음을 갈아 넣어야 했는데도 말이다.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상대방이 갈등을 자주 일으키는 사람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것은 그 사람 자체의 성향인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바뀌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는 상대방과 내가 정말로 맞지 않은 사람들이라서 자주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최대한 맞춰나가려고 노력했지만 그 갈등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되기만 할 때 이 사람과 내가 정말로 안 맞는 사람은 아닌지, 이 관계가 정말 건강한 관계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애든 결혼이든 이 사람과 함께했을 때 나 자신이 행복한가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오롯이 나의 감정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나를 잘 돌보는 사람이 연애도 결혼도 잘할 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