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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자유로운 삶을 꿈꾸지

by 우주우

열심히 치열하게 했던 연애를 끝으로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 누구보다 혼자 잘 산다고 떵떵거리던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혼자서는 못살게 되었다. 연애를 할수록 혼자가 되는 게 싫었고 그래서 더욱 연애를 열심히 했다. 오랜만에 하는 연애는 도파민을 분출했고 중독성을 가져다줬다. 그럴수록 내 삶에 대한 불안도가 높아졌다. 헤어져야 하는 사람임을 알면서도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헤어짐을 자꾸 미뤘다. 그날도 헤어지지 못해 괴로운 날이었다. 마음이 저 깊숙이 힘들어질 쯤에 안 되겠다 싶어 심리상담을 받았다.


-헤어져야 하는데 헤어지질 못하겠어요

-왜요?

-혼자가 되는 게 두려워요

-그럼 아직 관계유지를 하는 게 이별보다 본인한테 더 견딜만해서 그런 거예요.


지금 내 상황이 무엇을 더 잘 견디냐 못견디냥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래, 견딜 수 없을 때까지 한 번 견뎌보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견딜수록 그와의 관계가 더 힘들어졌고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지점까지 다다를 때, 드디어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너, 홀로 설 수 있잖아. 잘 해왔잖아. 넌 늘 단단한 사람이었어.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늘 불안하고 초조해서 경계선이 흐물흐물했던 마음의 모양에 갑자기 선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는 내 마음에 선을 하나씩 그으며 마음의 모양을 선명하게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내 마음이 오롯이 섰을 때, 무례한 그의 말을 듣고도 참아주고 용서해 주던 지난날들과는 달리, 나는 드디어 이별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별을 고하고도 많은 눈물을 흘렸다. 어떤 날은 그가 보고 싶어서, 어떤 날은 상처가 커서 눈물이 났다. 그렇게 날 힘들고 속상하게 했던 그였지만 그와의 행복했던 추억이 불쑥 생각나 눈물이 났고 따뜻하게 날 챙겨줬던 그가 그리워 또 눈물이 났다. 다시 연락을 해볼까 손가락을 망설인 날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나 자신이 더 소중한 사람인 걸 알기에 다시는 그 연애를 반복할 수가 없었다.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비혼으로 살든

결국은 혼자 잘 살아야 한다.

혼자 잘 살 수 없을 때 하는 연애나 결혼은 상대방에 대한 판단력을 흐린다. 비혼으로 살고 싶은데 혼자 잘 살지 못하면 그 삶 또한 힘들어진다. 어떤 형태로 살든 가장 본질적인 것은 내가 나를 오롯이 세울 수 있냐이다. 내 삶을 내 자신이 오롯이 세우고 이끌어 나갈 수 있을 때 결국 자유로운 삶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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