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결탁>(존 케네디 툴) 리뷰
그녀의 제안은 황당했다. 세상을 떠난 자기 아들이 60년대 초반에 소설 한 권을 쓴 게 있으니 한 번 읽어봐 달라는 것이었다. 제가 왜 그런 일을 하고 싶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왜냐하면 이건 훌륭한 소설이니까요, 하고 부인은 말했다. 세상에 전혀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면 이게 분명 그런 일이었다. 죽은 소설가의 모친을 상대하고, 설상가상으로 그 모친이 '훌륭하다'고 말하는 원고를 읽어야 하는 일 말이다. 그러나 부인은 끈질겼고,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내 연구실에 서있는 부인의 손에서 묵직한 원고를 건네받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이젠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p. 7)
"이그네이셔스, 나 좀 들어가자." 부인이 소리를 질렀다. "제 방에 들어오시겠다고요? 어림도 없는 소립니다." 이그네이셔스가 문 너머로 말했다. 라일리 부인이 문을 쾅쾅 두들겼다. "대체 요즘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군요, 어머니. 일시적인 정신착란에라도 빠지신 거 아닙니까. 너무 무서워서 문을 못 열겠는데요. 칼이나 깨진 와인 병 같은 걸 들고 계실지도 모르니까요." "문 좀 열어라, 이그네이셔스." 이그네이셔스가 요란스레 끙끙거렸다. "나머지 저녁 시간을 완전히 망쳐놓으셨으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p. 79)
"보건당국에서 자네한테 고발이 들어왔네, 라일리." "오, 겨우 그겁니까? 사장님 얼굴을 뵈니 무슨 간질 발작이라도 일어난 줄 알았는데." 한입 가득 핫도그를 우물거리며 들어온 이그네이셔스가 수레를 차고 안으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중략) "닥쳐, 이 돼지 굼벵이 같으니. 지금 먹고 있는 소시지, 값은 치르고 먹는 건가?" "뭐, 간접적으로는요. 제 쥐꼬리만한 급료에서 빼면 되지 않습니까? 어디 한번 말씀해보시죠. 그 케케묵은 위생 규정 중에 제가 뭘 위반했다는 겁니까? 조사관이 뭔가 위증을 한 거 같은데요." (p. 301)
거기, 현관에는 머나가 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건 머나가 아니었다. 눈앞에 보이는 저건 바로 탈주로였다. (중략) 앰뷸런스가 지나갈 때 몸을 잔뜩 구부리고 내다보던 이그네이셔스는 앰뷸런스 문에 인쇄된 '자선병원'이란 글자를 목격했다. 앰뷸런스 지붕에서 회전하는 적색 불빛이 두 차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스쳐 지나는 그 짧은 순간 차 위로 와락 튀었다. (중략) 이제부터 운명의 여신은 과연 그의 바퀴를 어느 쪽으로 돌리려는가? 새로이 닥칠 운명의 주기는 그가 이제껏 겪은 그 어떤 것과도 다르리라. (p. 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