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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May 08. 2018

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17.

공동체(共同體)


공동체(共同體)
영 community 독 Gemeinschaft



 오늘은 공동체에 대해서 알아볼 텐데요. 공동체는 말 그대로 함께 하나가 된다는 뜻이죠? 네 끝입니다. 전혀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대로 끝내기에는 상당히 민망하기 때문에, 공동체를 하나의 사회로 이해를 하고, 이 사회를 철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먼저 고대 그리스에서의 개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유명한 말이 있죠? 대부분 들어보셨을 텐데요. "인간은 사회적(정치적) 동물이다." 들어보셨죠? 고대에서는 사회에서 이탈된 개인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말 뜻을, 단순히 인간이라면 사회적인 활동이나, 정치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인간은 자아실현을 욕망하는 동물이며, 자아실현을 하려면 반드시 다른 사람들(사회)과 함께 있어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한 사회 내에서만 한 명의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자신을 드러내려면(인간이 인간 다우려면) 사회가 필요하니 사회적(정치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의미로 플라톤도 이렇게 말합니다. "사회에서 떨어져 나온 인간은, 몸에서 잘려나간 팔다리와 같다. 몸에서 잘려나간 팔다리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바로 이해가 되셨죠?


 고대 이후, 근대로 오게 되면, 이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와 정치가 생겨나게 됩니다. 근대적인 사회가 온 것이죠. 유명한 근대의 정치철학자로는 홉스가 있는데, 홉스는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본래' 사회적(정치적) 동물이 아니라, 한 개인들이 사회의 계약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사실 홉스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는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자신들의 '사회 계약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견해 차이가 있을 뿐, 개인들끼리 계약을 통해서 사회를 만든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고대에서 처럼 '인간은 원래 사회적이다'와는 약간 다르죠?


 정리하자면 고대는 '원래'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인 것이고, 근대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사회적 동물이 된 것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모든 이론이나 의견이 그렇듯이, 두 가지 견해가 양립하게 되면, 통합하려는 시도가 등장합니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퇴니스는 사회를 '공동 사회'와 '이익 사회'로 구분함으로써 두 의견을 통합했는데요. 먼저 공동 사회는 아주 자연적이고 유기체적인 사회입니다. 가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개인은 출생하는 순간부터 가족에 속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대한 각별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두 번째로 이익 사회는, 인위적이고 기계적인 연합방식입니다. 개인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그 안에 들어가 이익을 얻습니다. 교환에 기초를 두는 문명화된 사회가 바로 이익 사회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생활(x 같아도 참고 버티는)'에서의 사회를 말합니다. 너무 막말을 했군요.


 사회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든지, 구성원들은 서로 적당히 분배하고, 연대성을 갖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그래서 개인들이 사회를 형성하게 되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개인들이 모인 콩가루 집단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한 공동체가 지나치게 가치관을 공유하고, 강요하게 된다면, 개인을 무시하고 공동체에만 전념하게 되는 전체주의로 빠질 위험이 항상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정리하고 끝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고대에는,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근대에는, '자발적'으로 개인들이 참여하여 사회를 형성한다고 생각했다. 후에는, 이 두 의견을 통합하기 위해서, 공동 사회와 이익 사회로, 사회를 분간하고 이해했다. 하지만 사회(공동체)만을 강조하게 되면, 개인보다 사회를 중요시하는 전체주의로 빠질 위험도 있다. 정리가 되셨나요? 그럼 이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만들거나,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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