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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May 09. 2018

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18.

공리주의(功利主義)


공리주의(功利主義)
영 untilitarianism 독 Utilitarismus



 오늘은 공리주의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공리주의는 아마 들어보지 못하신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은데요. 아마 들어보셨다면, 고등학교 때 윤리와 사상을 공부하셨거나, 성인이 되어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책을 읽어보신 분, 혹은 원래 철학 관련 책을 읽으셨던 분이실 겁니다. 우선 공리주의를 한자 그대로 풀이해볼까요? 전 일단 그대로 풀이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공공의(功) 이익을(利) 추구하는(主義) 사상입니다. 쉽게 이해가 되시죠? 공동체의 이익을 중요시한다는 말입니다.


 공리주의라는 말은 텍스트적으로 이해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공공, 공동체, 혹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하지만 이를 실제 우리 생활에 적용을 해볼까요? 유명한 책인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예를 간단하게 편집해서 한번 보겠습니다. 우선 예를 읽어볼까요?


 당신은 기차 기관사입니다. 기차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습니다. 그런데 하필, 저 앞에 5명의 인부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가게 되면 5명의 인부는 죽을 운명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오른쪽에 비상 기찻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도 1명의 인부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그대로 직진해서 5명의 인부를 죽이시겠습니까? 아니면 5명보다는 1명이 죽는 것이 나을 테니 기차를 틀어서 1명을 죽이시겠습니까?


 읽어보셨나요? 이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5명보다는 1명이 죽는 것이 나을 것 같으니 선로를 바꾼다는 입장이 있겠고, 어차피 이 기차는 직진을 하고 있었으니, 5명이 원래 죽을 운명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가는 선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비상 기찻길에서 일하는 사람이 자신의 친구라면? 더 복잡해지죠? 혹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패닉 상태에 빠져버려서 기절할 수도 있고요. 어떤 답이 맞는 걸까요? 아 그전에, 답이 있는 문제인가요?


 이번 글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윤리에 관한 글이 아니니, 바로 공리주의적인 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공리주의적인 정답은(공리주의는 웬만하면 답이 있습니다), 선로를 틀고 1명을 죽이는 것입니다. 왜냐면 5명보다는 1명을 죽이는 선택이 나을 테니까요. 공리주의는 다른 것들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정말 쿨하게 선택합니다. 5>1이니까 1이 더 가치가 없는 것이고, 죽여도 '되는'겁니다. 공리주의를 개념 자체가 아닌 현실 속에서 읽으니까 감이 확실히 오시죠?


 이번 글에서는 최대한 예시를 많이 들어보겠습니다. 왜냐하면 공리주의는 우리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사상이거든요. 경치가 좋은 어떤 마을이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라에서 그 마을을 싹 다 밀어버리고, 주민들을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관광특구로 개발했습니다. 그러자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경제적으로 발전이 되고, 관광객들도 행복해합니다. 이는, 공리주의적인 입장에서는 '전혀'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원래의 주민들이 불행한 대신, 더 큰 행복이 올 테니까요. 어떠세요? 공리주의 무시무시하지 않나요?


 자 예시 하나 더, 여러분 혹시 '문명'이라는 게임 아시나요? 아마 남자분들은 대부분 아실 텐데요. 국가를 선택하고, 국가의 문명을 발전시키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그 게임에는 자신이 관리하는 나라의 '행복 지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정 행동을 하면, 행복 지수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지요. 이 행복 지수는 눈에 보이는 수치로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행복 지수가 높으면 그 나라에 황금기가 옵니다. 여러 가지 이득이 생기게 되죠. 그래서 플레이어는 행복 지수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바로 이 행복 지수를 관리하는 것이, 공리주의적인 행동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해가 되셨나요?


 그런데 쓰다 보니 제가 너무 안 좋은 말들만 쓴 것 같네요. 하지만 공리주의도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바로 인간들의 행복을,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을 수치화시켜서 계산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행위를 할 때, 가능한 최대 다수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공리주의는 논란의 소지가 많은 사상인 것 같습니다. 


 공리주의에서 유명한 철학자는 '벤담'과 '밀'이 있습니다. 벤담은 위의 예시들처럼, 행복(쾌락)의 양(수치, 가령 몇 명)을 중요시했으며, 밀은 양보다는 행복의 질을 중요시했습니다. 벤담의 사상에서 문제를 발견해서, 개선한 것이 밀의 공리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행복의 양이고, 어떤 것이 행복의 질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논하면 좋겠지만, 이는 개념만 간단히 알고 가는 취지의 용어 사전이니 이쯤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공리주의에 대한 이미지는 잡히셨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공리주의에 대해서 자세히 한 번 써보겠습니다.


 아, 이 예시를 들어드리면 딱 좋겠네요.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여러분 최근에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보셨나요? 영화 속 악당인 '타노스'가 바로 공리주의 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인구의 절반을 없애서, 우주가 좀 더 나아지게끔 한다는 것이죠? 여러분은 타노스가 악당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영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단기적으로 보면, 악당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영웅 같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지 않나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타노스는 악당일까요, 철학을 가진 영웅일까요? 그럼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만들거나,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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