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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May 14. 2018

오선비의 철학사 탐방 12.

헬레니즘철학 편 - 0. 헬레니즘철학 개관


* 여러분의 철학 입문을 위해, 중요한 것을 담으면서도 최대한 쉽게 쓴 철학사입니다. 차분히 읽으시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 이 편부터는, 헬레니즘 철학이 시작됩니다.


* 고대철학 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중요한 철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철학자들은 다음에 따로 시간을 내어 특별 편으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폼페이 유적의 이수스 전투도


 희랍(고대 그리스) 국가들, 특히 그중에서도 아테네는 철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희랍의 다른 도시국가들에 비해서 가장 원숙한 발전을 이뤄냈다. 희랍은 페르시아의 습격에 대비하여 희랍의 안보차원에서 아테네를 맹주로 삼아 도시국가들 간의 동맹인 델로스 동맹을 결성했는데, 이로써 아테네의 권위는 한층 더 확고해졌다.



* 펠로폰네소스 전쟁


 델로스 동맹의 동맹국들은 맹주인 아테네에게 군사적 지원(군함이나 병사) 혹은 금전적 지원을 해야 했는데, 대부분의 동맹국은 금전적인 지원을 하였다. 그러한 자금을 통해 아테네는 군사적으로도 한층 더 강대해지고 제국주의화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영원뿐이던가? 델로스 동맹 이후 아테네의 지나친 장악에(동맹국으로부터 모인 자금의 사적 이용, 동맹국에 대한 지나친 내정 간섭 등) 불만을 품은 도시국가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여 결국엔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델로스 동맹에 반기를 든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결성되었다. 그리고 결국 델로스 동맹군과 펠로폰네소스 동맹군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치르게 되고, 최후에는 펠로폰네소스 동맹군의 승리로, 희랍의 패권은 아테네에서 스파르타로 옮겨갔다. 이후 아테네는 종속국에 가까운 상태로 전락했다. 하지만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의 승리, 곧 스파르타의 승리는 눈앞의 승리일 뿐이었고, 멀리 볼 때는 희랍 전체의 멸망이었다. 전쟁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희랍 전역에 미치게 되고, 이후 희랍에서는 잦은 내전이 이어져갔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 알렉산더 대왕의 정벌


 그러한 시기와 맞물려 마케도니아의 장성한 알렉산더 대왕은 주변 국가로 정벌 원정을 나섰다. 페르시아를 점령하고(참고로 페르시아 점령은 고작 8년이 걸렸다), 이집트를 점령했으며, 인도 부근까지 정벌하였다. 그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희랍의 도시국가들은 사라지게 되고, 그 안에 충만해 있던 희망과 이상, 철학적 업적들은 점차 시들어 갔다. 하지만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 이후 강대했던 마케도니아는 점차 분열되고 쇠락했으며, 밀려오는 로마의 지배하에 차례로 예속되었다. 이처럼 희랍의 국가들은 처음에는 마케도니아로 후에는 로마로 흡수되었다. 희랍의 국가들은 이렇게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점차 흡수되어 가게 되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정벌 영토




 제국 속에서 희랍의 국가들은 차례로 무너져 갔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숭고한 정신만은 살아남았다. 희랍은 군사적, 정치적으로는 로마의 자식이었지만, 문화적, 철학적으로는 로마의 어머니였기 때문이었다. 이후 로마는 희랍의 문화들을 자신의 문화에 접목시켰는데(사실 접목이라기보다는, 로마 문화 위에 희랍의 문화가 칠해진 것이다), 이런 과정에 걸쳐서 생성된 문화를 희랍적 로마 문화, 혹은 헬레니즘 문화라고 한다.


 시간은 연속적이고 또 영속적이어서 역사적으로 볼 때는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헬레니즘 시기인가 하는 것은 구분 짓기 힘들겠지만, 철학사적으로 볼 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죽음 이전을 희랍적, 이후를 헬레니즘적으로 분류한다(참고로 알렉산더 대왕은 아리스토텔레스보다 일 년 먼저 죽었다). 또 헬레니즘 시기를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중세시대 철학의 과도기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성(聖) 아우구스티누스 까지 약 700년간으로 보기도 한다. 헬레니즘 시기의 문화적 성격을 총괄해보면 실질적인 것, 기술적인 것, 자연과학적인 것에 편중되어 있으며 철학적, 문학적, 기타 정신적인 요소는 오히려 쇠락했다. 여러 도시국가들 속에서 싹트던 다양한 철학적 사색들과 특징들은 제국적인 통합에 의해서 상실되어 갔고, 이것은 곧 특수성의 상실이었으며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방향을 띄게 된 것이다. 모두가 거대한 제국의 시민이었기 때문에 제국 안에서 자신의 안락함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적인 입장을 띄게 되었으며, 이 거대한 제국의 시민은 더 이상 개별적인 도시국가의 시민이 아니었기에 세계시민(코스모폴리탄)의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다.


보티첼리, <서재의 성(聖) 아우구스티누스>


 헬레니즘 시기의 철학은 그러한 정황 덕에 다소 염세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속적인 일을 제어하기를 포기하고, 고난으로부터의 피난, 보다 나은 왕국으로의 탈출, 인간의 숙명적이고 유한적인 것에 대한 탄식, 어떤 초자연적인 근원으로부터의 구원을 갈망하게 되었다. 그래서 헬레니즘 시기의 철학은 도덕적 내지 어느 정도는 종교적인 문제들이 중심을 이루었고, 희랍에서 발전했던 자연 자체에 대한 관심은 그 빛을 잃어 갔다. 헬레니즘 철학은 어떤 계시로, 혹은 추앙받는 교리로 나타나기도 하고, 그 교리를 중심으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종파를 형성해 갔다. 이러한 교리에 대한 순종은 곧 구원이라 여겼으며, 교리에 대한 이탈은 희망 자체에 대한 위태로움이라고 여겼다. 헬레니즘 시기의 철학을 대표하는 사조는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는데, 퀴레네~에피쿠로스학파, 퀴니코스~스토아학파, 회의주의, 신(新) 플라톤주의, 원시적인 형태의 초기 기독교이다.


 끝으로 철학은 예술과 학문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헬레니즘 시기의 예술과 학문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헬레니즘 시기의 예술은 희랍의 전통을 계승하기는 했으나, 희랍 예술이 갖고 있었고, 추구했던 인간 내면의 심층적인 것에 대한 탐구보다는 표면적인 양식에 치중하게 되어 표현의 기교적인 면이 크게 발전하였다. 특히 조각에서 그 부분이 잘 드러나는데 세밀한 표현이 극에 달했다. 그 시기의 조각품 중 유명한 것은 라오콘 군상이 있는데, 라오콘 군상에서 볼 수 있는 선과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이 놀랍기만 하다. 예술뿐 아니라 수학과 자연과학 등의 실용적인 학문 역시 굉장한 발전을 이루었으며, 참고로 천재 수학자인 유클리드와 아르키메데스 역시 이 시기의 인물들이다.


<라오콘 군상>




* 제국주의

 제국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국가의 군주가 황제인 나라를 가리키지만, 제국주의라고 한다면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제국주의는 특정 국가가(일반적으로 강대국) 다른 나라나 지역을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배하려는 정책을 말하거나 그러한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상을 말한다. 이는 영역적인 확장만을 의미함의 넘어서,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게 영향력을 확대함을 말한다. 즉, 헤게모니의 장악을 의미한다. 제국주의는 식민주의와도 크게 연관이 있으며, 참고로 식민주의에 대립하는 담론이 탈식민주의이다.


* 헤게모니(hegemony)

 헤게모니는 어떤 집단을 주도할 수 있는 권력이나 지위를 말하며, 한 지배 집단이 다른 피지배 집단을 대상으로 행하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향력을 뜻한다. 예로,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외국의 화려한 생활들에 현혹되어 자신의 국가를 비하하게 되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영어공부의 추종 역시 문화적인 헤게모니에 의해서 장악된다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 유클리드

 천재 수학자 중 한 명으로, 특히 기하학을 발전시킨 수학자이다. 흔히 배우기로 평행선은 영원히 가더라도 만날 수 없다고 배우는데 이러한 전제에서 발전시킨 기하학을 유클리드 기하학이라고 한다. 이렇게 따로 구분하는 이유는 현대에는 평행선도 만날 수 있다 라는 전제에서 발전시킨 비유클리드기하학이라는 분야도 있기 때문이다. 


* 아르키메데스

 역시 천재 수학자 중 한 명이지만, 아르키메데스는 철학, 수학, 물리학, 천문학, 공학 등 폭넓은 연구를 하였다. 수학사에서는 천재 수학자로, 과학사에서는 천재 과학자로 불린다. 지금의 시각으로 본다면 자연과학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유레카!라는 말로 유명하며, 지렛대의 원리 역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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