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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Jun 17. 2018

오선비의 철학사 탐방 15

헬레니즘 철학 편 - 3. 진리에 대한 의심 A


* 여러분의 철학 입문을 위해, 중요한 것을 담으면서도 최대한 쉽게 쓴 철학사입니다. 차분히 읽으시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헬레니즘 철학 편 - 3. 진리에 대한 의심 편은 A, B 편으로 나누어 연재됩니다.




 수경낭자는 오랜 시간 오선비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진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그 외 여러 가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는 것을 배웠다. 그러면서 자신이 세상에 대해서 알고 있던 것들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궁금한 문제들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속에서는 조금씩 올라오는 불안감을 느꼈다. 과연 내가 확실하게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더 나아가서 과연 진리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는 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혼란스러운데 진리라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진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등의 불안감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하고 오선비에게 말을 하면 오선비는 항상 반대의 의견을 말해주거나, 애초에 자신의 질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도 한몫했다. 이러한 마음이 며칠 지속되어가자 수경낭자는 무언가 허무한 느낌이 들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마음은 좋지 못한 것이라는 직감을 느꼈다. 수경낭자는 이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오선비를 만나기 위해 저잣거리로 향했다.




수경낭자  오늘도 역시 저잣거리에 있으시네요?


오선비  이게 누구요 수경낭자가 아니오? 할 일 없는 나는 항상 저잣거리에 나와 있소. 누구보다도 이 사실은 수경낭자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아니었소? 껄껄


수경낭자  네 그렇죠. 오선비님이 할 일이 없다는 건 아마 이 마을에서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지요.


오선비  껄껄 알고 있다니 괜히 고맙구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오? 평소와는 달리 뭔가를 말하려고 찾아온 듯하오.


수경낭자  네 맞아요. 오선비님 사실 제가 요즘 큰 고민이 하나 있답니다.


오선비  허허 수경낭자가 고민을 다 하다니 처음 만났을 때와는 많이 변했구려. 무슨 고민이오?


수경낭자  오선비님 진리라는 것이 정말로 있는 것인가요? 만약에 있다고 하더라도 진리에 대한 의견이 사람들 마다 다르니 도대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진리라는 것은 없는 것이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알고자 하는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오선비  껄껄 내 들었던 수경낭자의 목소리 중 가장 심각한 듯하오. 진리야 어찌 됐건 무슨 상관이오?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고, 저잣거리에 편하게 누워있으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겠소.


수경낭자  (뾰로통한 목소리로) 오선비님 항상 그렇게 얼버무리기만 하시고! 요즘 저는 이 고민 때문에 허무한 느낌마저 들고 있답니다. 그러니 오늘은 속 시원하게 말씀을 좀 해주셔요.


오선비  껄껄 좋소 그렇게 심각하다니 내 말을 좀 해주리다. 지금 수경낭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오.


수경낭자  의심이요?


오선비  그렇소. 그건 의심이오. 어쩌면 예전과 달리 아는 것이 많아지고, 생각도 많아져서 자신이 아는 것조차 의심하게 되어버린 것이오.


수경낭자  그럴지도 몰라요. 예전보다 생각이 많아지긴 했거든요.


오선비  껄껄 그것 참 좋은 상태요. 하지만 수경낭자가 하나 알아둘 것이 있소. 이건 정말로 중요한 건데...


수경낭자  그게 뭐죠?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오선비  껄껄 좋소. 대신에... 그대의 고운 입술을 한번 맛볼 수...


수경낭자  오선비님!!


오선비  알았소. 거참 목소리도 크시오. 내 알려드리리다. 그 의심이라는 것은 사실은 굉장히 좋은 것이오. 진리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더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오. 다시 말해서 진리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말이오. 하지만 그런 의심 자체에만 푹 빠지다 보면 진리는커녕 수경낭자처럼 허무감에 빠져버리게 될 것이오.


수경낭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렇군요. 오선비님. 제가 의심 자체에 너무 빠져버리게 된 거였군요. 완벽하게 고민이 사라지지는 않았어도 오선비님의 말씀을 들으니 어느 정도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말씀대로 제가 너무 의심만 했었나 봐요.


오선비  껄껄 마음이 가벼워졌다니 다행이오. 하지만 나는 요즘 굉장한 의심에 빠졌소.


수경낭자  오선비님은 어떤 의심에 빠지셨죠?


오선비  내가 소문을 들으니, 옆 마을에 설현낭자라고 있는데 그 용모와 자태가 정말 아름답다고 하더이다. 나는 수경낭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겨버렸소.


수경낭자  어멋!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무례하시군요! 저는 이만 아버님께 돌아가 봐야겠어요!


오선비  껄껄껄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진리가 있을까? 이러한 물음 이전에 과연 진리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이러한 끝없는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시도가 어쩌면 철학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옳다고 믿어지는 다양한 전통들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철학을 하는 하나의 좋은 도구이자 방법일 것이다.


 헬레니즘 시대의 개괄에서 기술했듯이 헬레니즘 시대에는 회의주의적 사조가 대두하여 널리 퍼졌는데, 사실 회의주의적 사조는 헬레니즘 시대에 처음 생겼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헬레니즘 시대에 크게 성장하여 회의주의 학파까지 구성된 것이다. 헬레니즘 시대의 회의주의에 관해서 알아보기 전에, 회의주의의 초기 모습을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앤디워홀, <마릴린 먼로>


 회의적 태도는 사실 소크라테스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그 당시의 소피스트라고 불리는 철학자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소피스트에 관한 논의는 이 챕터의 마지막에 따로 기술하도록 하겠다). 그 당시 가장 유명했던 소피스트는 프로타고라스인데, 프로타고라스라는 이름보다도 그가 남긴 말이 훨씬 유명할 것이다.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그가 남긴 말은 바로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이다. 하지만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잠시나마 생각해보고 가는 것이 혹시 모를 이 말에 대한 오해를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동물이나 식물) 보다 우월한 지능적 존재이므로 세상을 판단하고 다룰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의 인간은 인간 전체를 의미하기보다는, 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한 개인은 각자의 인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각자가 인식하는 세계는 모두 다를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말에 담긴 의미는 절대적인 진리만을 옹호하기보다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상대주의적 입장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당시에 이러한 가치관을 가진 소피스트들이 넘쳐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절대적인 진리를 찾고자 노력했던 이가 바로 소크라테스이다(물론 상대주의적 관점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소피스트라고 일컬어지는 자들은 상대주의적 관점을 넘어 자신의 의견만을 피력하여 모르는데도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크라테스가 안타까워했던 것이다). 어쨌든, 소피스트들의 이러한 상대주의적인 입장이 약간 다른 쪽으로 변모된 것이 바로 회의주의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상대주의는 누구나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러면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하게끔 이끄는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회의(懷疑)의 사전적 의미는 의심을 품음 또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심인데 철학에서의 회의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충분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판단을 보류하거나 중지하는 상태 혹은 전통적인 권위의 긍정에 대한 의심 정도가 되겠다.




헬레니즘 철학 편 - 3. 진리에 대한 의심 B 편으로 이어집니다.


* 이번 편은 내용이 약간 적어 보일 수 있습니다. 글의 대부분이 수경낭자와 오선비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 중요한 내용을 많이 담았으니, 내용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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