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자.
피사체를 놓고, 앞에서도, 뒤에서도, 옆에서도 찍자. 조명을 바꿔가면서도, 가까이서도, 멀리서도 찍어보자. 모두 다 같은 피사체다. 하지만 나는 사진들 속에서 모두 다른 모습을 바라본다. 끊임없이 수집하고, 편집하자. 같은 피사체에서 나오는 무수한 양태들 속에서 영원한 혼란을 느끼자. 그리고 이 작업들의 감각은 예정되어 있듯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이 감각을 나에게로.
나는 내 인생의 피사체다. 상황에 따라, 감각에 따라 나를 다양하게 바라보고, 무수한 나를 발견해내고, 끊임없이 혼란스러워하자. 그리고 부정하자. 또 긍정하자. 그리고 역겨워하고, 구역질하고, 토악질을 해내자.
그리고 구성하자.
다양하게 양태 되는 나의 모습들을 하나로 구성하자. 그 모든 것이 나임을 자각하자. 영원히 작업하자. 죽기 전에는 인정할 수 있겠지,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나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