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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Jul 10. 2018

오선비의 철학사 탐방 18

헬레니즘 철학 편 - 5. 태양이 빛을 비추지 않는 곳은 없다 B


* 여러분의 철학 입문을 위해, 중요한 것을 담으면서도 최대한 쉽게 쓴 철학사입니다. 차분히 읽으시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 편은 헬레니즘 철학 편 - 5. 태양이 빛을 비추지 않는 곳은 없다 A에서 이어지는 편입니다. 먼저 읽고 오시면 좋습니다.




 일자와 유출의 개념을 알아보았고, 이제 만물복귀(萬物復歸)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만물복귀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 위에서 언급한 플로티노스의 존재계열(存在系列)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고 시작하기로 하자. 존재계열은 모든 존재의 근원인 일자로부터 차례로 줄을 세워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일자에 가까울수록 좀 더 고위적인 존재인 것이다. 예로 백열전구 하나를 켜두었다고 하면 전구에 가까우면 빛이 밝고, 전구에서 멀어지면 빛은 희박해질 것이다. 이처럼 전구에 가까운 것이 좀 더 선한 것, 전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덜 선한 것이다.


 플로티노스는 물질과 물질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여기서의 물질은 평소 우리가 주변에서 보이는 물건을 말하는 물질의 개념이 아니다. 플로티노스에게서 물질이란 일자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즉 가장 낮은 단계의 존재이며 이를 비존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물질성이란 얼마나 물질적인가?인데, 즉 일자에 얼마나 가까운지 아니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뜻한다고 보면 된다. 일자에 가까우면 물질성이 적고, 일자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물질성은 높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질성이 높은 존재건 낮은 존재건, 완전한 선이자 절대적인 일자에게서 유출된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이 개념은 플로티노스에게서 굉장히 중요하고, 논란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며, 플로티노스 철학의 한계점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 말 뜻은 "선의 반대는 악이다"라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의 반대 개념으로 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악은 선이 부재(不在) 한 상태다"라고 보는 것이다. 즉 절대적인 악은 없다는 것이고, 그저 선이 희박한 상태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유출과 만물복귀의 개념도


 플로티노스는 이처럼 존재들의 계열을 말했고, 이 계열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누었는데 하나는 영혼의 단계, 하나는 정신의 단계, 마지막으로 일자 그 자체이며 영혼-정신-일자 순으로 높은 단계이다. 사실 각 단계별로 챕터를 꾸밀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깊겠지만, 이 책에서는 간단히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간은 영혼을 잘 다듬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플로티노스는 플라톤의 네 가지의 덕의 개념을 가져온다. 인간은 절제, 용기, 정의, 지혜의 덕을 잘 가다듬게 되면 그다음 단계인 정신의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네 가지의 덕을 넘어서, 플로티노스는 정신의 단계에서 추구할 수 있는 세 가지의 덕을 추가하였다. 그 세 가지의 덕은 예술, 우의, 논리였다. 정리하자면 네 가지의 덕(절제, 용기, 정의, 지혜)을 통해서 영혼의 단계에서 정신의 단계로 이행 가능하고 세 가지의 덕(예술, 우의, 논리)을 통해서 일자와 합일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의 이 '이행 가능성'이 곧 만물복귀의 개념이다. 다양한 덕들을 통한 상위 단계로의 복귀(궁극적으로 일자와의 합일)가 플로티노스 철학의 목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의 달성을 플로티노스는 구원이라 여겼던 것이다.


 형이상학을 어떤 존재자가 존재자로서 있을 수 있게 하는 근원적인 어떤 것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플로티노스는 일자로부터 존재의 근원을 찾고, 일자로부터 모든 것이 유출되어 존재 계열을 만드는 하향(下向)의 형이상학인 것이며, 플로티노스에게서 윤리학은 다양한 덕을(네 가지의 덕과 세 가지의 덕) 통해서 상위단계로 이행하는 구원의 상향(上向)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폴 고갱,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플로티노스의 철학은 신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일자 개념, 그리고 유출, 덕을 통한 만물복귀 가능성을 통해서 중세철학의 기반을 닦았다고 볼 수 있다(독자는 이미 기독교적인 분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플로티노스의 철학은 후에 성(聖) 아우구스티누스, 성(聖) 토마스 아퀴나스를 통해서 기독교로 발전하게 된다.






철학자 소개


* 플로티노스

 플라톤의 사상에 크게 감동한 이후 플라톤 철학의 해석자로서의 길을 걸으며 철학을 하였다. 플라톤의 철학을 계승하여 일자 개념을 통한 일원론적 철학을 발전시켰다. 후에 플로티노스의 철학은 신(新) 플라톤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으며, 헬레니즘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철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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