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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Oct 01. 2018

반야심경 한 번쯤 들어 보셨죠? (2)

1. 사전 지식과 기타 알아두면 재밌는 것들


 여러분들 반야심경 많이 들어보셨죠?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관자재보살~" 아마 우리에게 익숙한 구절일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반야심경은 재미있는 힙합 리믹스(?)도 있고 말이죠. 하지만 불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제외하면 반야심경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계신 분들은 적으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 연재를 기획했습니다. 저는 철학 관련 브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은 종교적인 글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불가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이 글의 대상은 모든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쉽게 풀어서 쓸 계획이니 차분히 연재를 읽어나가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가 사상의 느낌을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편하게 읽히기 위해 전체적인 글체는 자유롭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0. 목적과 이유

1. 사전 지식과 기타 알아두면 재밌는 것들

2. 개론

3. 해설(이 부분은 본문의 해설이므로, 어느 정도의 분량이 나올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4. 마무리






 우리가 어떤 지식을 접할 때 혹은 꼭 지식이 아니어도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어렵다면, 저는 그 이유를 두 가지에서 찾습니다. 그리고 아직 이 이외의 이유는 찾지 못했습니다.


a. 진심으로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았다.

 한번 읽어서 다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이해하려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읽어보고, 써보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책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다. 머리로 읽는 것이다. 눈으로 휙 보고 이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안될 일이다. 생각하지 않으면서 책을 읽는 것은, 씹지 않고 음식물을 삼키는 것과 같을 것이다. 


b.  아직 그것을 받아들일만한 사전 지식이 없다.

 이런 일은 특히 각종 사상서, 철학서를 읽을 때 겪는 일인데 예로, "마르크스는 청년 헤겔파에서 활동했었고 그런 가운데 헤겔의 변증법을 독창적으로 계승하여 변증법적 유물론을 발전시켰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한다면 마르크스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에게는 읽기 어려운 문장이 아니겠지만, 마르크스를 공부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외계어나 다름없을 것이다. 눈에 보이고, 소리 내어 읽을 수도 있는데 이게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 문장을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사전 지식이 참 많다. 마르크스, 청년 헤겔파, 헤겔, 변증법, 유물론 등을 알아야 한다. 이걸 알기 위에 얼마나 많은 책과 사색이 필요할까? 끔찍하다. 진심으로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은, 노력이라는 이름하에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일단 이해라는 측면에서, 반야심경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전 지식을 알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반야심경은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줄임말이다.

대반야경은 대반야바라밀다경의 줄임말이다.


반야심경은 600권으로 이루어진 대반야경을 260자로 함축했다. 600권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승들이 경전의 가장 핵심적인 요지만을 추록하여 유통시킨 것이다. 그러니 반야심경은 대반야경의 단순한 축약본이 아니라 그 정수만을 담은 것이다. 그만큼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많이 읽히는 경전이기도 하다. 전래동화들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4글자로 말해본다면 권선징악이 아닐까? 그 많은 이야기들을 단 4자로 말하고 있는데, 줄이고 줄여도 260자라면 그 속에 들어있는 내용과 가르침은 참으로 깊다고 할 수 있겠다. 동양철학은 서양철학과 다르게, 짧은 문장이나 단어에 많은 뜻을 담고 있는 형태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해하기에 힘든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번 읽고 깊이 그 뜻을 곱씹는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반야바라밀다심경을 읽는 옳은 방법은, 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이는 뒤에서 설명한다. 아, 글을 읽다가 모르는 의미의 단어가 나오게 되면 반드시 검색을 했으면 좋겠다. 스마트폰은 카톡이 목적이 아닐 테니, 이럴 때 한번 빛을 보게 해주면 좋겠다. 반야심경은 원래 산스크리트어(범어)로 된 경전이지만 이를 중국의 고승이 한문으로 번역함으로써 광범위하게 알려지고 읽혔는데, 가장 유명한 번역 고승으로는 구마라집과 현장이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읽히는 반야심경은 현장의 번역본이다. 참고로 현장법사는 삼장법사로 불려지는데 삼장법사는 이름이 아니라 경, 율, 론의 삼장에 모두 밝은 법사를 일반적으로 삼장법사라고 한다. '서유기', '날아라 슈퍼보드'의 그 삼장법사가 서역으로 불경을 찾으러 떠난 현장법사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것이다. 정확히 다시 한번 말하고 가자면, 삼장법사들 중에 현장법사님이 있는 것이다.


현장법사


* 공(空)

색즉시공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물론 임창정이 주연했던 그 영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 색즉시공의 전체는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인데 색즉시공만 알려진 것이다. 영화가 색즉시공의 대중화(?)에 한몫했다고 본다. 유가의 핵심사상이 인(仁)으로 대표되듯, 불가의 핵심 사상중 하나가 공(空)이다. 공은 空(빌 공) 자를 쓰고 있는데, 영어로 굳이 해석하면 empty 정도가 되겠다(하지만 이역시 상당히 불완전한 번역이다). 그런데 이 뜻이 아무것도 없는 무(無)가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유(有)도 아닐 것이다. 아직은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오겠지만(나 역시 절대로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다 그만큼 심오하다) 이 글을 다 읽을 때 즈음에는 공에 대해서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


* 인연(因緣)

모든 것은 인연입니다. 이 말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지의 일반적인 뜻의 인연이랑은 약간 다르다. 아 하지만 참고로 한자는 같다. 불가의 인연은 인(因)과 연(緣)이다. 인(因)은 우선해서 존재하는 하나의 동기이다. 연(緣)은 선행된 하나의 동기인 인(因)이 연쇄적인 관계로 이어짐, 연결됨을 말한다. 세계의 어떤 사물이나 상황 혹은 어떤 현상이건, 나 자신이건, 아무 이유 없이 돌연 나타나는 것은 없다. 동백나무의 씨앗이 인이라면 비, 바람, 흙, 비료 등은 연이겠다. 그렇게 여러 가지의 인연으로 인해서 현재의 동백나무가 된 것이다. "모든 것은 인연이다."라는 것이 이해가 될는지 모르겠다. 크게 보면 나 자신 또한 인연으로 인한 현상이겠다.


* 고(苦)

고등학교 할 때 고가 아니라, 고통할 때의 고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황정민이 이병헌에게 말한다.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그렇다 사실 나도 인생이 고통인 줄은 불가 사상을 접하고서야 약간 알았다. 인생은 고통이구나! 불가에서 말하는 고(苦)는 인생은 본디 번뇌이고 고통임을 뜻한다. 인생팔고(人生八苦), 인생에는 여덟 가지 고통이 있다고 한다. 이 팔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차차 알아가도록 하자.


* 업(業)

"모든 것은 업입니다." "업을 쌓지 마시지요." 이 말도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에 집착하며 살고 있다. 돈에 집착하고, 어떤 물건에 집착하고, 이런 물질적인 것 이외에도 학업에 집착, 인간관계에 집착 등등 아무튼 집착은 좋은 것은 아니겠다. 업이라는 것은 불가의 용어인데 무언가에 집착하는 가운데 쌓여가는 어떤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게 다가올 것이다. 불가에서는 계속해서 쌓아가는 업 때문에 끝없이 윤회하며, 이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을 계속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불가 가르침의 목적은 무엇인가? 집착으로 인한 업을 끊어내고, 즉 모든 업을 없애버리고 이상의 세계(피안)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윤회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윤회의 고리를 끊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무 속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교로 치면 천국에 가는 것이다.


육도윤회도(六道輪廻圖)


* 법(法)

헌법, 교통법 할 때의 이 법이 맞긴 하는데 불가에선 좀 더 많은 의미가 있다. 불가에서 법이라고 한다면 교법, 최고의 진리, 법칙, 도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신다. 이는 곧 부처님께서 불가의 가르침, 진리를 설파하신다. 이런 것이 된다. 또 하나의 뜻은 어떠한 실체, 존재의 뜻이다. 보통 이런 뜻으로 사용될 때에는, 일체법 또는 제법이라는 말로 쓰인다. 존재하는 모든 것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뜻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사실 문맥을 보고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문맥이 그리 어렵지 않고, 하나하나 한문을 해석해 나간다고 해도 260자 밖에 안되기 때문에 어떤 뜻으로 사용되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 소승(小乘), 대승(大乘)

대승불교 소승불교 이런 말 들어봤을 것이다. 소승은 작은 스님이고, 대승은 큰 스님이고 그런 뜻이 아니다. 소승은 개인의 해탈을 중요시하는 것이고, 대승은 개인의 해탈을 뛰어넘어 중생들까지도 함께 해탈하도록 돕는 것이다. 저 승은 승강기, 탑승, 승객 할 때의 그 승이다. 소승이면 공간이 작으니 혼자밖에 못 타고, 대승이면 공간이 커서 여러 중생들도 같이 탈 수 있는 것이다라고 이해를 하면 쉬울 것이다. 혼자 건, 같이 건 타고서 어디를 갈까? 이상 세계(피안)로 가는 것이다. 참고로 이 용어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사실 대승불교가 그 이전의 불교보다 우월함(?)을 보이고 싶어서 이전의 불교를 약간 견제(?) 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이다. 사실 정통 불교는 개인의 해탈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소승과 대승은 이미 널리 퍼진 용어이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겠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자면, 대승불교가 소승불교보다 뜻이 깊다거나, 소승불교가 대승불교보다 편협하다거나(일반 대중까지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해탈을 중시한다는 관점에서) 한 것이 절대 아니다.


* 반야심경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260자 밖에 안되긴 하지만) 

전반부 후반부라고 한다면, 전반부는 반야심경의 사상에 대한 설명 후반부는 주문이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미리 보고 간다면, 이 주문은 그 유명한,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이다. 참고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수리수리마수리도 불교 경전인 천수경에 나오는 주문이다. 정확히는 수리 수리 마하 수리 수 수리 사바하이다. 두 주문 모두 뒤에 사바하가 들어가는데, 공통된 뜻이 있다. 무슨 뜻인지는 차차 알아보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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