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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Apr 04. 2018

내가 공부하는 방법

공부론


* 이는 제가 스스로 정한 나름의 공부 강령입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놀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흔들릴 때면, 가끔씩 꺼내서 읽으려고 써 둔 글입니다.

 


 

 이 글은 순전히 나를 위해서 쓰는 글이다. 나는 공부를 하는데 마음이 흔들릴 때면 이 글을 읽을 것이다. 이 글은 의지가 두터울 때의 나로부터, 의지가 없을 때의 내가 배우는 것이다. 사람은 외부로부터 배우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으로부터 배울 때도 있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 글을 읽고, 나로부터 더 배울 것이다.

 

 

1. 공부함에 있어 뜻을 세워야 하며후에는 향학의 정성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는 그 첫 시작은 뜻을 세우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말이지만, 실로 엄청난 결단이 요구된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끝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된다. 감히 말하건대 끝이 있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단순한 수단에 불과하다. 공부는 반드시 끝없는 길이 되어야 한다. 목적지까지만 이어져 있는 단절된 길이 아닌 것이다. 수단이란, 목적이 이루어지면 버려지기 마련이다. 진정한 공부라면 과연 버려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한 뜻을 세우는 것은 마치 계속 움직이는 목표지점을 세우는 것과 다름 아니다.

 

 뜻을 세운 후에는 그 뜻을 향해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향학에 대해서 정성을 쏟는 것이다. 만일 뜻을 세웠어도 공부를 하지 않고, 머뭇거리고 뒷날을 기약하기만 하는 것은 정성이 부족한 것이다. 어쩌면 이는 자신의 뜻을 확고히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체로 향학의 정성을 쏟지 못하는 이유는 낡은 습관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뜻을 세웠어도 저녁이면 다시 돌아온다면 필시 낡은 습관 때문이니, 이는 반드시 단칼에 베어버려야만 한다.

 

 

2. 공부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수단이자 목적이 되어야 한다.

 

 공부는 말했듯이 수단일 수 없다. 공부는 수단이자 목적이 되어야 한다. 수단이면서 목적이 되고, 목적이면서 수단이 되는 뒤엉킴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나아감에는 감히 세속적인 욕심이 자리 잡힐 겨를이 없다. 부귀한 것을 부러워하고 빈천한 것을 싫어하며, 나쁜 옷을 입고 나쁜 음식을 먹는 것을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 세속 된 잡일에 흔들려 뜻을 어지럽히지 말아야만 학문에 대한 마음가짐이 세워졌다 할 수 있다. 수단과 목적이 같다는 것은, 자신의 삶 속에서 노예가 아닌 진정한 주인이 된다는 것이다.

 

 

3. 절대로 조급해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큰 것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걸음이 느린 것에 대하여 조급해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갈 길이 멀고, 온 길이 짧다 하여서 걱정하면 안 된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때에도, 앞으로 읽게 될 페이지를 뒤적거리는 것보다는, 읽은 것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백배 낫다. 앞으로 읽을 것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져서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 일뿐이다. 보아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이 말일 것이다. 속독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반드시 숙독하여 꼼꼼히 이해한 후에 책을 넘겨야 할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은 채 넘어간다면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된다. 빨리 가려다가 더욱 늦어지는 꼴이니 우습기 짝이 없다.

 

 한 책을 이해했다는 것은 그 책의 지은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라면 이렇게 해석할 것이고, 그 사람이라면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고 등을 할 수 있다면 그 책을 이해한 것이다. 그러고 난 후에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서 그 책을 다시 한번 읽고, 나 스스로의 생각과 비교하면서 조목조목 따져본다면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다. 하루만 공부할 수 있는 것처럼 조급해하지 않아야 하지만, 하루만 공부할 수 있는 것처럼 노력해야 한다.

 

 

4. 모든 문제는 우선 나에게서부터 찾아야 한다.


 공부를 함에 있어서 벽에 부딪힌다면, 그것은 필시 나에게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 무엇이 이해가 안 될 때에, 내가 아닌 밖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는 치졸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내가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내 탓이며, 그 이유는 이 두 가지 중 하나이다. 나는 여태껏 이 이유 외의 것은 본 적이 없다.

 

 첫 째,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기초가 되어있지 않다.

 둘 째, 나는 그것을 열심히 탐구하지 않았다.

 

 

5. 하루하루 나아진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이는 필시 중요한 것이다. 만약 공부를 하는데도 나아짐이 없다면, 반드시 반성해보아야 한다. 나아짐이 없다는 것은 걸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걸어간다는 의미는 내적인 작용으로, 넘어간 페이지 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 1쪽을 공부하더라도 심도 있게 이해하려 투자했다면 발전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책의 두께를 물리적인 무게에서 찾으면 안 된다. 공부를 함에 있어서 진정한 책의 두께란, 그 책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열심히 했어도 하루에 1쪽을 공부했다면, 그것이 그 페이지의 무게인 것이니 절대 조급해하면 안 된다. 이렇게 공부한다면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써놓고 보니, 진짜 선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전 고리타분한 사람은 아닙니다. 혹시나 해서 말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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