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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Apr 15. 2018

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5.

감각주의


감각주의(感覺主義)
영 sensualism, 독 Sensualismus



 본론에 앞서,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시작해볼까 합니다. 철학 관련 책들을 처음 접하게 되면, ~주의, ~주의, ~주의라는 개념어가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주의라는 개념은 사실 포함된 의미가 굉장히 많고, 문맥 별로, 그리고 그 글이 읽히는 시대상황에 따라서도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 철학 관련 책들을 읽을 때 이놈의 ~주의 때문에 진땀을 뺐던 기억입니다. 사회주의, 개인주의, 공산주의, 구조주의 등. 개념이 나올 때마다 사전을 아무리 뒤져도 신통하지는 못했었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잘 이해가 안 가도, 일단 꾸역꾸역 읽어나갔는데, 주의주의(主意主義)라는 개념어를 보고서는 거품을 물었던 기억도 있네요. 아무튼 이 ~주의는 엄청나게 많이 보게 되실 겁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아무튼 이 ~주의는 아주 거칠게 말해서, ~이 부분을 우선에 두고 철학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감각주의는 감각을 아주 중요한 우선순위에 두고 철학을 하는 것이겠죠? 전 편에서 '감각'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를 했으니 깊게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감각을 이해하셨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실 겁니다. 감각 작용을 우선순위에 두고 철학을 하는 입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무언가를 인식할 때, 그 인식되는 과정에 대한 의문을 품고 철학을 하는 것이죠.


 추가로 경험주의에 대해서 약간 설명을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이 감각주의는 경험주의와도 약간 비슷한데, 약간은 차이가 있습니다. 감각주의는 인식의 기원(감각 작용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 등)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고, 경험주의는 우리가 갖는 인식의 '정당성'이라는 문제와 얽혀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신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사실 감각 주의자들은 크게 반발(?)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어떤 인식에 관한 '정당성'보다는 인식하는 과정(감각 작용)에 관심이 더 많으니까요. 아마 묻는다고 하더라도, "신을 어떤 식으로 인식하게 되었는가?"를 묻겠죠. 하지만 경험주의자들은 반발(?)할 수 있는 물음입니다. 경험을 어떤 식으로 정의할지에 대해서는 경험주의자들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험주의자들은 "신은 없다."라고 말할 겁니다. 아니 어쩌면 그전에 물음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가 있습니다. 왜냐면, 신을 직접 본 적이 없으니까요. 감각주의자와 경험주의자는 이런 차이입니다. 신을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으니, 신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를 묻는 거죠.


 정리하자면, 감각주의는 우리가 인식을 할 때 어떤 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이고, 경험주의는 우리가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정보나 진리는, 직접 경험한 것들 뿐이라는 것입니다.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만들거나,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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