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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Apr 17. 2018

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7.

개념(槪念)


개념(槪念)
영 concept, 독 Begriff



 오늘은 개념(槪念)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 개념은 한문이나 영어보다는 독일어로 풀이하면 의미가 쉽게 와 닿습니다. 우선 독일어 동사인 begriffen은 무언가를 꽉 붙잡는 의미입니다. 그것의 명사형이 Begriff입니다. 영어의 grab 정도의 의미죠. 이런 예를 들어도 되려나 모르겠는데, 유명한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아시죠? 남자분들은 무조건 아실 것 같은데...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블리츠크랭크라고 있습니다. 긴 팔을 뻗어서 상대를 자기 앞으로 확 끌어옵니다. 바로 이 이미지가 Begriff입니다. 바로 이 붙잡는 행위가 개념화시키는 과정이고, 붙잡은 것이 그 대상의 개념입니다. 어디로 붙잡아 올까요? 바로 우리 머릿속에 확실하게 잡아오는 겁니다. 개념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상 이걸로도 충분할 것 같기는 한데,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 개념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리송하죠?


 어김없이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가 강아지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세상에 강아지라는 것은 없습니다. 강아지라는 개념만이 존재할 뿐이죠. 생각해보세요. 바둑이, 호두, 솜뭉치, 해피라는 이름을 가진 동물들만이 있을 뿐입니다(사실 동물이라는 것도 없겠죠?). 우리는 하나하나의 개체들을 보고, 아 저런 것들을 강아지라고 하는 것이구나 하고, 강아지라는 개념을 얻게 되는 겁니다. 인간도 그렇겠죠? 세상에 인간은 없잖아요. 철수, 영희, 준영이(내 이름)라고 불리는, 그런 식으로 생긴 개체들이 있을 뿐입니다. 다만 그런 것들을 묶어서 인간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혹은 그렇게 약속하는 거겠죠.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언어를 배웁니다. 그리고 이 언어들이 바로 세상을 개념화시키는 겁니다. 우리는 이 개념들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이해해나가게 됩니다. 이 개념이라는 것은 사실은 현실세계에서 유래되는 것들이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에서 얻은 개념을, 현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다시 현실에 적용합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구체적인 것을 보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추상적인 것을 만들어내고, 그 추상을 다시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현실에 적용하는 겁니다.


 물론, 이 개념이라는 것이 실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약속한, 그러니까 그저 이름뿐인 속 빈 강정 같은 것인지에 대한 싸움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아마 끝이 안 날 것 같네요. 이 것이 바로, 실재론과 유명론의 대립입니다. 실재론은 이 개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고, 유명론은 대화를 용이하게 하려고 만든 단어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재론과 유명론은 나중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만들거나,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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