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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Apr 20. 2018

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9.

객관성(客觀性)


객관성(客觀性)
영 objectivity, 독 Objektivität



 오늘은 객관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음... 괜히 막막해집니다. 일상적인 용어에서의 객관성과 철학적으로 사용될 때의 객관성은 약간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의 일상 속 활용을 볼까요?


 "야 넌 너무 주관적이야 객관적으로 좀 생각해!", "그러지 말고 우리 객관적으로 보자."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사용하죠? 전혀 문제가 없는 표현들입니다. 어떤 편견이나 자신의 가치관을 벗어버리고, 있는 그대로 봐보자, 혹은 수학적으로 수치적으로, 팩트만 보자 이런 뉘앙스입니다. 네 맞습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이렇게 쓰는 게 심지어 맞습니다. 하지만 철학적인 용어로 사용할 때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개념 중 하나입니다. 철학적으로 객관성은, 인식 주체(나)의 정신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의 특성을 말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죠? 네 언제나 그렇듯이 예시를 듭니다.


 친구와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지나갑니다. 친구는 그 여자를 보고 예쁘다고 말하고, 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자 여기서 누구의 의견이 주관적이고, 누구의 의견이 객관적일까요? 네, 답부터 말하면 둘 다 주관적입니다. 왜냐하면, 그저 각자의 생각대로 말을 한 것이니까요. 쉽죠? 약간 우스운 말이겠지만, 만약에 그 여자에게 각도기와 자를 들고 가서 수치를 재고 기록하는 친구가 있었다면, 그 친구는 객관적인 태도를 취한 것입니다.


 인식을 하는 나를 '주체'라고 하고, 대상을 '객체'라고 합니다. 제가 컵을 보고 있으면, 제가 주체이고, 컵이 객체입니다. 이제 여기서, 주관성이냐? 객관성이냐? 하는 것의 핵심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것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주관적입니다. 반면, 객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특성을 분석하면 객관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적인 것이 들어갈 틈이 없게 됩니다. 


 아직 아리송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객체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에 대해서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을 하시면 됩니다. 주관적이냐 객관적이냐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태도'입니다. 주관적인 것은 '인식 대상'이 아닌, 인식 주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고, 객관적인 것은 인식 주체가 아닌, 인식 대상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하나만 더 들어보면, 경찰이 어떤 사건을 조사하거나 사건에 접근할 때, 가해자 중심으로 접근하느냐? 아니면 피해자 중심으로 접근하느냐? 이런 말이 있죠? 그런 태도적인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예를 들면 그렇다는 것이지, 주체와 객체가 가해자, 피해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같은데... 글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객관성은 인식 주체(나)의 정신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의 특성을 말한다고 했었죠? 이 말을 한 번만 더 분석해볼까요? '인식 주체(나)의 정신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이 부분이 사실 중요합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자기 자신 때문에 존재하는 건가요? 가령, 지금 제 앞에 커피 한 잔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커피를 보고 있는데요, 이 커피가 제가 보고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건지를 묻는 겁니다. 아니겠죠? 이 커피는 제가 보고 있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즉 제 존재와는 관계없이 이 커피는 '독립적으로'존재한다는 겁니다. 이 간단해 보이는 사실을 우선 인정해야만 객관적인 관측이 시작됩니다. 


 만약 이 세계가, 내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객관적인 관측은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 이러한 태도를 유아론(唯我論)이라고 합니다. 오직 나뿐이다 라는 태도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겠습니다.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만들거나,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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