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檢證)
검증(檢證)
영 verification, 독 Verifikation/Überprüfung
오늘은 검증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검증은 어려운 말은 아닙니다. 아주 일상적인 단어이기도 하고, 철학적으로 사용될 때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이 검증은, 증명이라는 말과도 유사하게 사용되곤 합니다. 사실 이 검증은 철학적인 용어라기보다는, 과학적인 용어입니다. 하지만 왜 철학용어로도 구분이 되느냐 하면, 밑에서 기술할 과학철학자 '포퍼'와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검증이라는 말은 어려운 말이 아니기 때문에, 검증 자체에 대한 분석보다는, 검증과 관련된 철학자 포퍼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이 될 것 같네요.
우리는 철학(특히 과학철학 분야)에서 검증에 관해서 논할 때, 철학자 포퍼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포퍼의 철학적 화두는, "과학적인 것이 무엇인가?"입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사실 어느 시대에나) 자신의 이론은 과학적인 이론이기 때문에 신뢰할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포퍼는 이런 이론들 사이에서 '진짜 과학적인 이론'을 따져보는 작업을 합니다. 과학이면 과학이지, 과학적이지 못한 과학과 과학적인 과학은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선별을 할까요? 포퍼는 한 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바로 '반증 가능성'입니다. 반증 가능성이 뭘까요? 바로 예시 들어갑니다.
끔찍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농부가 한 숨을 쉬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 명은, "이놈의 가뭄 언제 끝나려나? 언젠가는 비가 오겠지?"라고 말하고, 한 명은, "내일은 반드시 비가 올 거야!"라고 말합니다. 자 이 두 명의 농부의 말들에, 놀랍게도 한 명은 상당히 과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농부일까요?
정답은, "내일은 반드시 비가 올 거야!"라고 말한 농부가 과학적인 말을 했습니다. 약간 아리송한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일까지 기다려보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 비가 온다면, 그 농부의 말이 맞는 말이고, 안 온다면 틀린 말입니다. 즉, 우리가 그 견해(혹은 이론)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이 '확실히' 존재하면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다른 농부의 말은 왜 과학적이지 못할까요? '언젠가는'이라는 말 때문입니다. 이 '언젠가는'이라는 말은 정해진 기간이 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죠? 우리가 그것을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것이죠. 만약에 두 농부가 죽을 때까지 비가 안 온다면? 영원히 해결되지 못하는 견해겠죠? 이해가 되실 거라 생각됩니다. 어떤 견해를 확실하게 반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포퍼의 입장에서 그것은 과학적인 견해입니다. 지금의 견해가 사실이냐 사실이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 견해를 확인할 방법이 있느냐 없느냐가, 과학적인 견해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기준인 거죠.
거친 예를 하나만 더 들어볼까요? "내가 방금 산 로또는 1등에 당첨될 것이다!" 이 역시 과학적인 의견입니다. 왜인지 바로 아시겠죠? 다음 주가 되어보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에는 과학적으로 오류 없이 검증된 이론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과학적 이론이란, 아직까지는 맞다고 잠정적으로 승인된 것에 불과합니다. 왜 인지 눈치채셨나요? 과학적인 이론들은 언제나 반증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기보다는, 기존의 이론을 반박하는 반증을 들고 올 때,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은 더욱 발전을 하게 됩니다.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만들거나,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