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론(決定論)
결정론(決定論)
영 determinism, 독 Determinismus
아마 살면서 결정론이니, 숙명론이니, 운명론이니 이런 말 들어보셨죠? 뭔가 종교적인 느낌이 나는데요. 이 중에서도 오늘은 결정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결정되어 있는 걸까요? 이 결정론은 철학의 큰 분과 중 하나인 형이상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입니다. 이 세계를 필연적인 인과관계의 체계라고 보며, 인간의 자유와 의지 따위는 있지를 않다는 견해입니다.
* 형이상학이라는 말은 그 범주가 너무 넓어서 간단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세계의 형성 원리라든지, 어떤 세계관을 제시한다든지, 혹은 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철학이라고 우선은 이해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가 당구공을 치면 당구공이 힘의 방향으로 움직이겠죠? 그리고 그 공은 다른 공을 쳐서 움직이게 끔 하고요. 이것을 우리가 사는 전체 세계에 적용합니다. 이 세계는 너무도 크기 때문에, 우리가 증명을 하기 힘들 뿐이지, 우리의 모든 행동들도 이 당구공이 움직이는 물리법칙처럼 인과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당구공이 움직이는 것에 자유의지가 있나요? 아니겠죠? 당구공에게 어떠한 힘이 주어지고 그 힘 때문에 움직일 뿐 당구공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어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니까요. 즉, 모든 것은 에너지의 흐름 속에서 움직일 뿐입니다. 최초의 어떤 힘만 주어진다면, 모든 것은 인과대로 흘러갈 뿐이라는 것이죠.
위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결정론의 개념은 물리학적 법칙이 그 근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정론 적인 입장에서는, 하나 또는 여러 원인이 동일하게 주어진다면, 무한히 반복해도 같은 결과가 필연적으로 나온다고 봅니다. 동일한 원인은 언제나 동일한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죠.
이대로 끝내도 되겠지만, 처음에 말한 숙명론과 운명론도 정말 간단히만 말을 하고 끝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결정론과 숙명론은 철학적으로는 엄밀하게 구분됩니다. 숙명론은 신적인(종교적인) 섭리를 어느 정도 전제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숙명론은 인간 중심적인 개념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흔히 이런 말을 하죠? "아!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겠지!" 이런 것이 숙명론 적인 개념입니다. 이 것이 신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그런 태도가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정론은 그저 과학적인, 특히 물리적인 맥락의 개념입니다.
마지막으로 운명론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운명론을 전체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이번 글에서는 간단히 운명과 우연을 비교해 보는 것으로 마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운명과 우연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거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번개를 맞는 장면을 봤습니다. 자 이건 엄청나게 우연한 일이죠? 번개 맞는 장면을 보는 것도 우연이겠거니와 번개 맞은 사람도 엄청난 우연이겠죠. 네 이런 경우는 우연적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그 번개에 맞은 사람이 내 친구나, 가족이었다면? 이는 운명적인 사건입니다. 이 우연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로 바꿔버릴 테니까요.
숙명론과 운명론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자세히 다룰 테니, 이번 글에서는 대강의 이미지만 가지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만들거나,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