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사상(啓蒙思想)
계몽사상(啓蒙思想)
영 philosophy of the enlightenment
독 Auf-klärungsphilosophie
계몽이라는 말은 자주는 아니어도 종종 듣게 되는 말입니다. 계몽사상은 어떤 개념이라기보다는, 18세기 유럽의 지성계, 사상계를 사로잡았던 사고방식을 의미합니다. 우선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이성을 믿고 잘 사용하자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특정한 학파의 사상이 아니라 사회에 전반적으로 일어났던 집단적인 사상운동이었습니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처럼 말이죠. 그래서 계몽사상은 상당히 포괄적입니다만, 크게 몇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이 글에서는 '이성'이라는 말이 자주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성이라는 개념은 정말 복잡합니다. 시대에 따라서 의미도 약간씩 변하는 것 같고요. 이 글에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성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읽으셔도 큰 문제는 없으실 겁니다. 감정적의 반대 의미로 이성적이다. 어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합리적이고, 명백한 논리에 입각한 사고. 흔히 이성적이다라고 말하는 그 이미지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a) 이성의 자율성을 존중합니다. 이를 대표하는 칸트의 경구를 읽고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너 자신의 이성을 스스로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이것이 계몽의 좌우명이다."
b) 독단적인 주장, 특히 종교적 독단을 거부합니다. 정말 단순하게 말해서, 중세시대처럼 "이해하기 위해서 믿어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믿기 위해서는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다!"같은 느낌이죠.
c) 자유와 평등을 통해서 당대의 정치나 사회를 이성적으로 비판해보는 것입니다.
계몽사상은 무분별하게 수용했던 과거의 행동들을, 인간의 이성을 통해 하나하나 따져보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버릴 것은 버리자는 사고방식입니다. 이젠 더 이상 종교적인 신념이나 믿음을 기초로 하여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자유롭고 '믿을만한' 이성을 기초로 하여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인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이성을 통한 계몽사상이 뭐가 문제가 되지? 하는 생각이 드시죠? 하지만 인간의 이성을 어느 정도까지 신뢰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판단이 '정말로' 이성적인가요? 이는 정말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인간은 인간의 이성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세상을 전부 인간의 이성으로 재단 하고, 결정해버리는 폭력을 일삼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기준에서 이성적인 것을 이성적인 것이라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이성이라는 개념이 출현한 뒤로, 세상의 아름다움, 신화적인 것들, 종교적인 것들, 주술적인 것들, 거친 야생의 것들은(사실 제가 야생 앞에 거칠다 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 자체가 저도 모르게 야생을 도시적인 것과 비교해서 재단하고 있습니다)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짓밟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이성 말고도 여러 방법들이 있을 겁니다. 우스갯소리지만, 막상 안경집만 가도 얼마나 많은 종류의 안경들이 있습니까? 이성도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 중 하나 일지도 모릅니다.
* 제가 썼던 다음의 두 글을 읽으시면 이성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 계몽은 이성과 연결되어 있고, 이성은 근대적인 사고방식과 연결되어있습니다.
- 과연 인간의 이성은 무엇이고, 계몽이란 무엇일까요?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만들거나,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