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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Apr 19. 2018

포스트모더니즘 들어보셨죠?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하여


* 각종 인문학 서적이나, 예술 관련 글을 읽을 때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을 한 번씩은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쪽 방면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이 개념이 다소 모호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 한 번씩은 들어보셨죠? 이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이름의 사조 혹은 문화현상은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또 어느새 휙 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인문학 서적이나, 예술 관련 서적들을 읽을 때만 간간히 그 이름을 만날 뿐 그 흔적들을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한 때 사회문화 전체에 영향을 끼쳤던,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무엇일까요?


 포스트모더니즘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이런 식으로 사용됩니다. "이 양식은 포스트모더니즘 적이야.", "아직도 포스트모더니즘인가?" 이처럼 글을 읽다가 갑자기 이런 문구들이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매우 불친절하게도,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고 사용되죠. 그래서 이 개념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글을 읽을 때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다소 천방지축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사실 포스트모더니즘이 영향을 끼친 분야는 다방면으로 걸쳐있기 때문에, 그 정의를 쉽게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에서 여러분에게 최대한 간단하게,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의와 그 이미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포스트모더니즘의 단어적인 풀이에서부터 시작을 해볼까요?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대로, 포스트(post)와 모더니즘(modernism)의 합성어입니다. 자, 그럼 포스트와 모더니즘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포스트(post)

 포스트는 라틴어 접속사이고, 일반적으로 3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1. ~ 이후의(after)

2. ~ 을 반(反)하는(anti)

3. ~ 을 넘어서(trans)


 이러한 의미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해석해보면, 모더니즘(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후의, 모더니즘에 반(反)하는, 모더니즘을 넘어서는 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죠? 자, 하지만 우리는 모더니즘의 개념을 이해해야만 위의 문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어서 모더니즘을 알아보도록해보죠.


* 모더니즘(modernism)

 인류의 역사는 대개 고대, 중세, 르네상스, 근대, 현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모더니즘이란 바로 근대(modern)의 사유체계 혹은 사유방식을 의미합니다. 더 간단하게는, 그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입니다. 우리는 흔히, 세련되고, 깔끔하고, 딱딱 떨어지고, 군더더기 없어 보이고, 동그라미보다는 네모의 이미지를 볼 때, "와! 엄청 모던한 느낌인데?"라고 말합니다. 다들 경험 있으시죠? 우리가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미지는, 바로 이 '딱딱 떨어지는'입니다.


 정말 간단히 인간의 역사를 알아볼까요? 아직 어떤 체계가 잡히지 않은 고대에서, 인간들은 신의 존재를 체감합니다. 그리고 중세의 인류는 신(신앙)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자의든, 타의든 통합됩니다. 그리고 신에 대한 의심이 일어나고, 신적인 것보다는, 다시 인간적이로 자연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이성으로 세계를 다시금 이해하고, 재구축하는 근대에 이르게 됩니다. 


 인간의 이성을 믿는 '이성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판단된 것은, 내가 봐도 옳고, 남이 봐도 옳다는 말이 됩니다. '이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을 판단할 때, 최고의 시금석이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리고 이성을 통한 결론만이 진리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근대는 과학주의, 실증주의, 객관주의적인 사고방식 아래에서 발전하게 됩니다. 철학에서의 근대는 일반적으로는 철학자 '데카르트'를 그 시작으로 규정합니다.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처럼 근대는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로 구축되는 '이성의 시대'인 것이죠.




 포스트와 모더니즘의 뜻을 간단히 짚고 넘어갔는데, 상대적으로 모더니즘에 대한 설명이 길었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에 대한 이해 기반 없이는 규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포스트와 모더니즘을 알아보았으니, 이제 원래 주제였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가 볼까요? 쉽게 말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적 사고방식에 대한 반발, 즉 인간의 이성을 의심하는 사고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이성'에 대해서 반발을 하게 된 것일까요? 이는 어쩌면 근대가 시작됨과 동시에 예견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위의 모더니즘에 대한 설명에도 있듯이 이성적 사고에서는 내가 봐도 옳고, 남이 봐도 옳은 것만이 옳은 것이라고 결론지어집니다. 이는, 이성적인 생각에는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암암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의 '획일성과 동일성' 은, 이성이라는 설계도로 구축된 건축물의 그림자입니다. 인간의 '위대한 이성'으로 지어진 건축물은, 중세의 신적인 건물 보다도 훨씬 높게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인간의 이성은 위대했을까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포스트모더니즘이 시작된 것이겠죠?


 실제로 오늘날 우리는 아파트라는 상당히 모던한 건축물에 대부분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그 모양새부터 시작해서, 이해 방식까지 상당히 이성적입니다. 외형은 사각형으로 딱딱 들어맞고, 높게 솟아있는 건축물의 형태는, 흡사 인간이 가진 이성의 위대함과 우월함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며, 내부구조는 철저하고, 객관적인 것으로 대표되는 숫자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17동 1001호(참고로 우리 집 주소입니다), 619동 202호... 그리고 아파트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공간에 살고 있죠? 내부 인테리어만 다를 뿐, 근본적인 구조는 같을 테니까요. 


 결국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획일성과 동일성'을 반대하고 '특수성과 다원성'을 추구하면서, 이성의 건축물을 해체하려는 움직임입니다. 그래서 '모더니즘'이라는 단어보다, '포스트모더니즘' 에는 다소 역동적이고 실천적인 이미지가 서려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처럼 '운동'과 함께 사용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조는 철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철학자 '니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의견이 모아지는데, 비록 니체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사유의 원천을 제공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신은 죽었다."라는 말 들어보셨죠? 이 말로 대표되는 니체의 사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등한시하고, 그 후에 있을 이상적인 세계에(피안, 내세 등) 대한 욕구, 형이상학적인 것, 그리고 신앙적인 것들에 대한 반발입니다. 획일화와 동일화를 지향하는 것에 대한 이런 해체적인 입장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진 텍스트적, 사전적인 의미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더니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 내포하고 있는 역동성과 실천적 태도를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세는 신적인 것으로 고대를 통합하려 했고, 근대는 이성으로 신적인 것을 해체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성은 이성을 해체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이성은 어느 방향을 향해 가고 있을까요? 한 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의 이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 서두에서 말했듯이, 포스트모더니즘은 굉장히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단순한 개념어가 아니라 한 시대와 당시의 세계관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글로는 대강의 이미지만 잡으시고, 다양한 글을 읽으며 적용해나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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