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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과 양심 Apr 05. 2016

'악법도 법이다'는 말은 왜 존재할까?

소크라테스와 악법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려진 ‘악법도 법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명제는 어디서부터 나온 것이며 과연 소크라테스는 정말로 이러한 말을 한 것일까?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소피스트들에게 고소를 당하고 평범한 아테네의 시민 500명으로 이루어진 배심원들로부터 유죄와 사형 판결을 받은 후에 생을 마감했다. 사형 판결을 받은 후 소크라테스가 감옥에 있을 때 친구들은 그에게 간수를 매수할 테니 도망치라는 조언을 한다. 이 때 소크라테스는 “내가 지금까지 아테네 법률을 지키며 잘 살아왔는데, 나에게 불리해졌다고 해서 법을 어기는 것은 비겁한 일이지 않는가” 라고 하며 탈출을 거절했다. 이것이 “악법도 법이다.” 라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납득할 만한 죄 없이 아테네 시민들에게 사형을 언도 받은 소크라테스가 민주정치의 허점을 몰랐을 리가 없다. 법은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이다. 그러나 대중은 우매하다. 그들은 얼마든지 말도 안 되는 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와   객관적인 도덕이 존재함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소크라테스가 존재하는 모든 법을 진심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판결을 받아들인 것은 악법도 법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죽음을 악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음이 나쁜 것이 아닌데 굳이 저항을 해가며 생을 연장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악법도 법이다” 가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니라면(했다고 해도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다면) 이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고대 로마의 법률 격언에는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Dura lex, sed lex)’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는 1930년에 그의 책에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은 실정법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한다.” 고 썼다. “악법도 법이다” 가 정녕 소크라테스가 한 말일지, 아니면 독재자들이 그들의 프로파간다에 소크라테스를 이용한 것인지 진실은 우리가 판단하기 나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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