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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과 양심 Apr 27. 2016

돈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 2

돈에 관한 철학

조선일보가 한국갤럽·글로벌마켓인사이트와 세계 10개국의 행복 조건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두 가지' 중 첫 째는 재물에 대한 집착이다.


돈과 행복은 무관하냐고 묻는 질문에 7.2%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주목할 점은 이 수치가 우리보다 물질적으로 매우 열악한 인도네시아, 베트남보다도 훨씬 낮다.


'돈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는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다. 어디서 '돈은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말을 주워듣고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다. 그것은 돈과 관련한 내 인생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또한 이 글은 돈이 없어 밥을 굶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지도 않았다. 러셀이 '행복의 정복'을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행복을 추구하기 매우 힘든, 예컨대 시리아 난민과 같은 사람들을 향해 쓴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물질적, 사회적 안정을 누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썼듯 나의 글 역시 평범한 중산층을 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돈이 없어 밥을 굶을 정도의 사람들에게는 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본다. 정부가 포퓰리즘적 정책들을 내세우며 중산층인 우리를 돕겠다고 나설 것이 아니라 그 돈은 마땅히 저소득층에게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서론은 여기서 마치고 나의 경험이 돈에 관한 나의 가치관으로 어떻게 귀결되었는지에 관해 얘기해보려한다.


나는 늘 돈에 매여 살았다. 현재 그런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라왔다. 물질적으로 돈에 매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돈에 매여 있었다. 아버지는 돈을 인생 최대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나는 아버지가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까지도 돈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내가 받아온 가정교육은 항상 '(돈이 제일 중요하니) 좋은 대학가서 연봉 많이 주는 직장에 하루빨리 취업하라'는 것이었다. 항상 돈돈거리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나는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돈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돈이 없으면 불행해질 것만 같았다. 물질적으로는 크게 부족함이 없음에도 내 정신은 항상 돈이 부족하다고 나에게 얘기했다. 나는 반항아였지만 어릴 때부터 세뇌된 것을 쉽게 떨치지는 못했고 대학에서 상경계열의 학문을 전공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금융투자에 발을 들여 돈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가치투자에 관한 고전을 섭렵했고 나는 20대 중반 무렵에 1억이 조금 넘는 돈을 손에 쥐었다.(장학금으로 종잣돈을 마련하고 투자로 그 돈을 불렸다.) 그럼 내가 그 돈으로 인해 과연 행복했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돈이 있으니 마음의 여유는 조금 있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내가 만약 그 돈을 펑펑 썼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돈을 쓰는 잠시 동안은 쾌락에 도취했겠지만 그도 잠시뿐 텅빈 잔고를 보며 마음의 여유는 사라졌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돈이 있음으로해서 얻는 행복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면 내가 20대 중반에 1억을 모았으니 그에 만족했을까? 나는 만족하지 않았다. 1억이 생기고 보니 10억이 탐나기 시작했다. 10억만 있으면 앞으로 평생 돈 걱정 안 하고 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내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10억을 가졌던들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탐욕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합쳐져 많은 돈을 잃게 만들었다. 가령 내가 미국의 한 석유업자가 프랙킹(수압파쇄공법)이란 기술을 개발해 캐낼 수 없었던 오일을 캐내고 그것을 목도한 중동 국가들이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 석유업체를 도산시키려 생산량을 늘려버리는 의사결정을 할 지 예상할 수는 없다. 은행도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들은 2008년에 줄줄이 쓰러졌다. 심지어 국가도 종종 망한다. 미래는 정말 불확실하다. 그리고 세상은 너무나도 복잡하다. 그래서 100% 안전 자산은 존재하지 않는다.(현찰로 돈을 들고 있으면 물가상승률만큼 지속적으로 손실을 본다.) 결론적으로 내가 도달한 한 가지 생각이 있다. 워런 버핏의 파트너이자 버크셔해서웨이의 부회장 찰리 멍거는 그의 자서전에서 '경제적 자유'를 '죽을 때까지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나도 이것을 당연하게 옳은 것이라고 믿었었다. 그러나 '진정한 경제적 자유'란 어쩌면 '있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에서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삶을 돌아보면 나는 의식적으로는 항상 돈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행동은 돈을 추구하는 삶으로 향하고 있었다. '인생학교-돈' 편에서 저자 존 암스트롱은 '돈 문제'와 '돈 걱정'을 구분한다. 정말 돈이 필요한데 당장 돈이 없는 것은 돈 문제다. 가령 돈이 없어 밥을 못 먹거나 병원비를 못 내면 그것은 문제다. 반면 '돈이 있어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할텐데', '돈이 없으면 자식은 어떻게 키우지'와 같은 것들은 걱정이다. 우리가 돈에 대해 하는 생각을 한 번 잘 고찰해보자. 돈 문제도 있지만 돈 걱정이 훨씬 많다. 나도 그랬다.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여 살았다. 이것은 돈이 실제로 얼마나 있냐하는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난 개인적으로 이건희 회장도 돈 걱정에 시달릴 것이라고 추측한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결국 내가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드리고픈 말씀은 '돈이 있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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