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타고난 '끼'

by 바비줌마


자라면서 할머니 손에서 커서 그런지 유난히 잡기에 재주가 있었던 모양이다.

할머니와 늘 함께 있다 보니 듣는 것이 할머니 위주로 틀어놓은 전축에서 들리는 배뱅이굿과 민요가 전무였다. 그것을 나도 모르게 익히게 되고, 곧잘 따라 하여 할머니 따라 어디 마실이라도 가게 되면 완전 내 세상이었다. 꽃타령을 비롯하여 새타령, 창부타령, 매화타령 등 웬만한 민요는 줄줄이 읊고 있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 앞에서의 재롱잔치로 무척이나 사랑을 받았었다.

아직도 난 그때 불렀던 타령들을 대부분 외우고 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어디 봉사라도 가면 여전히 한, 두 곡의 타령으로 노인정의 어르신들을 즐겁게 한 기억이 있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공부는 그리 잘한 것 같지 않은데 무용선생님이 무용을 시키고 싶다고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것도 그렇고, 글씨를 잘 써서 내가 쓴 노트는 늘 전시가 되어 많은 아이들에게 본을 보였고, 학교 환경정리 역시 글씨를 잘 쓰고, 남의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도 잘해서 만화의 여주인공을 그대로 그려내는 나를 친구들이 무척 좋아했다.

지금도 재봉틀 없이 손으로 웬만한 것은 다 수선하고, 수선뿐만 아니라 유행이 지나거나 혹은 작아진 옷은 바로 버리지 않고 일단 리폼을 하여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손으로 하여 주변에서 가끔은 놀라기도 한다.

우연히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미용을 배우려고 하였는데 재료만 전부 구입한 후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그대로 주저앉았는데 기초만 배운 걸 가지고 내 머리를 자르며 익혀서 사실 미용실은 언제 갔는지 기억이 없다. 그 후로는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하고, 펌을 하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여행사진을 찍다 보니 프로들처럼 잘 찍지는 못하지만 그런 훈련들로 다른 곳에서 일을 할 때는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알게 되어 가끔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는 합격점에 이르는 것 같다.

여전히 어떤 ‘끼’와 ‘능력’이 내 안에 있는지 몰라 노력하는 타입이다. 나이가 들다 보니 다소 웅크려지는 점도 있지만 그래도 기회가 주어지면 최선을 다한다.

또 다른 ‘끼’와 ‘재능’을 찾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내일을 위해!

이전 05화친정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