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곗거리가 되어버린 코로나 19
얼마 전 몸이 안 좋은 친구와 만나면서 친구가 좋아하는 오리고기를 먹기 위해 알고 있던 식당으로 갔다.
친구가 몸이 안 좋거나 친구의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딱히 뭘 해 주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그저 밥 한 끼 같이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막막할 때가 많아서 이번에도 아픈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그래도 몸 보양식으로 알고 있는 오리고기를 사주기 위해 식당엘 갔고, 아직 오픈 전이라 잠시 주차장에서 기다리다 식당으로 들어갔다.
입장 전에 들어가도 되냐고 물은 후 허락을 받고 들어가서 익히 아는 곳이라 오리백숙을 주문하니 생오리가 없으니 오리 진흙구이나 오리훈제를 먹으라고 한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고 우리는 국물이 있는 오리백숙을 먹으러 왔는데 왜 안 되냐고 하니 생오리가 없기 때문이란다.
오리고기를 파는 오리고기 전문식당에 오리가 없으면~이라며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직원의 말이 방금 다른 손님이 3마리를 포장해 가서 없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해서 밖에서 기다렸고, 물론 잠깐이긴 하지만 나가는 손님은 없었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오리고기만 파는 식당에서 3마리를 포장해 갔다고 오리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싶었다.
그러더니 우리 앞에 메뉴판을 놓고 주문하라고 한다.
메뉴는 달랑 오리 진흙구이와 오리훈제만 가능하다며 무슨 메뉴판이 필요한지!
더 이상한 것은 어느 식당이나 오리 진흙구이 같은 경우는 3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주문해야 한다고 늘 그러는데 예약도 안 한 오리 진흙구이는 되고, 생오리로 만드는 오리백숙은 안 된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사실대로 뭔가 이유를 말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식당에서 한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코로나로 어느 업소나 장사가 안 되고, 매출을 짐작을 할 수가 없어 다들 힘든 상태다.
시간이 걸리는 오리 진흙구이는 여유롭게 준비가 된 것 같고, 생오리는 오래 보관이 안 되어서 그랬는지, 그 진실은 식당 측만 알 테지만 우리가 늦은 점심에 간 것도 아니고, 오픈 전에 가서 오픈하자마자 들어간 첫 손님인데 오리가 없다는 말은 이유를 설명했지만 정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가 주저하며 다른 곳을 찾는 기미가 보이자 지금 주문하면 바로 생오리가 오고, 삶으면 되니 1시간만 기다리면 해 줄 수 있다며 해 주겠다고 한다. 웃어야 할지, 화를 내어야 할지!!
아무리 식당 주인의 맘대로 라지만 이건 정말 어이가 없었다.
친구를 위로하겠다고 가서 친구 기분은 생각도 안 하고 화가 났지만 다른 친구가 그냥 진흙구이 먹자고 하여 그대로 주문했지만 우리에게 맛은 물론 그동안의 좋았던 기억마저 다 털어내고 그 식당을 나왔다.
지금의 정책에 어느 정책이던 만족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듯싶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정책과 법에 국민들은 갈팡질팡하고, 뭐든지 법으로 만들어 국민들의 모든 걸 묶어버리는 것에 누구든지 화가 날 것이다.
최근에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 나라를 뜨고 싶다는 말을 듣게 된다.
특히나 대기업이 아닌 개인 자영업자들은 어느 영업이든 더 힘들 것이고, 그럼에도 영업을 하기로 했다면 화가 나고, 억울하고, 분한 마음도 있지만 그것을 영업장소를 찾아오는 고객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도리어 그럼에도 찾아오는 고객이라면 할 수 있는 형편 안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고객 역시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되도록 형편을 배려하게 되는데 이전에는 고객이 왕이었다면 요즘은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왕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만큼 서로를 배려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곧 명절이 다가온다.
정부 정책은 여전히 5인 이상 집합 금지다 보니 명절이라고 가족모임은 꿈도 꿀 수가 없다.
그럼에도 지혜를 모아 미리 둘씩 나누어 부모님을 찾아뵙고, 성묘를 하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게 된다.
반면 정부 정책을 따른다며 직장으로 인해 분가해 나가 살고 있는 자녀들을 부르지 않는 가정도 있다.
그동안 혼자서 해 먹던 밥이 부실할 테니 이참에 와서 맘껏 엄마 밥도 먹고, 반찬도 챙겨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일 텐데 내가 아는 일부 사람들은 나라에서 모이지 말라해서 안 모이기로 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언제부터 그렇게 정부 정책을 따랐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자녀들에게도 그렇지만 부모님에게는 더욱 가혹한 방침이다.
그저 자식들 보는 기다림으로 명절이나 생일을 기다릴 텐데 코로나로 혹시 위험해질까 봐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1년이 넘도록 못 보고 지내는 가족들이 많다.
나 역시 가족이 다 같이 보러 가는 것은 아닌 듯하여 혼자서 쪼르르 달려가 미리 뵙고 오고, 가까이 계시는 친척들에겐 미리 인사를 전했다.
다 같이는 못 보더라도 대표로 인사도 전하고, 명절인만큼 여러 음식도 전하면서 서로의 마음과 아쉬움을 나누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발병한 이래 거의 1년 이상 스킨이나 로션 외에 색조화장품을 써본 적이 없다.
그 흔한 비비크림조차 사용하지 않아 이젠 바르는 것이 더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화장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걱정이 되는 건 나만의 오지랖이지 싶지만 그만큼 우리의 모습은 사소한 일상부터 직장, 종교, 관계 등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제 코로나 이전이 더 어색할 것 같은 우리의 변화에 우리는 어느새 익숙해져가고 있고, 어느 부분에서는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장을 해서 황사가 심해도 마스크를 쓰는 것이 어색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마스크를 벗는 것이 더 어색하고, 뭔가 다 드러나지 않는 모습으로 좀 더 대담해지는 부분들도 있을 것 같다.
다들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어느 정도 입으로 시인하듯이 나 역시도 이제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생명과 연관이 있는 질병인 만큼 모두에게 중요하고, 또 조심해야 하고, 정부의 정책에도 잘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방침이나 현실을 잘못 이해하거나 잘못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 때문에~라고 말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고, 치료방법이나 해결의 방법을 찾는 것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혼식도, 장례식도, 병문안도, 일터도, 모임도 모든 것에 코로나 때문에~라고 말을 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1년이란 시간을 보낸 지금에는 이제 그것이 때문에라는 이유가 되기보다 뭔가 다른 해결책을 찾고 스스로 방법을 찾을 때도 된 것 같다.
모든 서운함, 아쉬움, 답답함을 그저 코로나 때문에라고 핑계대기보다 그럼에도~라는 말을 덧붙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당연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친구를 위로하겠다고 나선 길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여서 안타까운데 요즘처럼 영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일부러 찾아간 곳인 만큼 서로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