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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 수 Nov 02. 2019

잘생긴 남자에 관하여

Oh My Mr. Grey!

며칠 전 아침에 커피를 마시다 우리같은 집순이들이 집에서 더욱 더 벗어나지 못하게 된 원인인 넷플릭스와 그것이 주는 삶의 윤택함에 대해 예찬했다. 아이디를 공유하면서 왠지 19금만 골라 보고 있는 듯한 내 ‘찜 목록’이 조금 부끄럽긴해도 어쩌나? 자극적이지 않으면 재미가 없는데. 블록버스터건 선댄스같은 메이저에서 상을 받은 수준 높은 독립영화건 (스토리 자체가 기가 막히게 끌리면 예외이기도 하나) 안 잘생긴(못생긴) 남주가 나오면 작품성이고 뭐고 나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시청 의욕 마저 상실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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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넷플릭스 시청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보기 전과 후로 나뉜다. 그 전까지 내 맘 속 훈훈지수 1위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피터 케빈스키였는데 결국 크리스찬 그레이에게 밀리고 말았다. 피터가 풋풋하고 귀엽고 잘생기고 재밌다면 Mr. Grey는 억만장자에 잘생기고 똑똑하고 다정하며 심지어 야하기까지 한, 그야말로 다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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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섭, 사디즘 등의 성적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긴 해도 ‘결국에는 로맨스’라는 전형적인 멜로물의 틀을 따른다. 영화 곳곳에 이미 너무 많은 신데렐라 물에서 봐 온 클리셰가 범벅이더라도, 두 후속편엔 특히 혹평이 많더라도 그런 건 다 상관없다. 차가운 남주가 아나로 인해 점점 ‘일반적인’ 사람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에 나같은 단순한 관람객은 쉽게 감동하게 되며 무엇보다 그냥 보는 내내 흐뭇하고 행복했다. 잘생긴 얼굴을 보는 것은 정말.. 늘 새롭고 짜릿한 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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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예시작을 준비하는데 난데없이 그레이씨의 베드신을 상기시켜 준 쿨그레이, 웜그레이. 그리고 생각나는 크리스찬의 대사.

“I wanna punish you right now.”

잔망스럽고 뜨거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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