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머문 식탁
누워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장을 봐와서는 열두시도 훨씬 넘은 밤에 김밥을 쌌다. 집에 갈 때 마다 엄마에게 순위를 매긴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보내는데 김밥은 항상 top 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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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채썰어 단초물에 담그고 당근 볶고 달걀 지단을 부쳤다. 어질러진 싱크대를 보는 순간 대충 하긴 글렀음을 짐작했다. 참치에 다진 청양고추를 넣어 마요네즈를 섞고 밥에 참기름과 소금간을 한 뒤 식히면서 잠시 쉬는데 가슴골에 땀이 흘렀다. 손질하는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이야. 처음으로 김밥이 한 줄에 2-3천원 하는 것은 정말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은 그냥 사 먹으라던 엄마 말이 진심인 것도 이젠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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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하는 사람은 냄새에 질려서 잘 안 먹게 된다는데 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싸면서 세 줄을 먹었는데. 내일 수업 때 싸가서 초딩들에게 인기를 얻을거다. 그리고 저녁에는 콩나물국 끓여서 같이 먹을거고 남으면 계란물 입혀서 구우면 된다. 소풍날 아침에 눈 뜨면 온 집에서 나던 그 냄새와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면서 김밥으로 끼니를 떼웠던 고3 입시 시절이 떠오르는 추억이 떠ㅇ,, 아, 김밥은 그냥 너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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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떼우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쌓아둔 김밥을 보며 건강하게 나를 잘 먹여 살리는 일에 소홀하지 않는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라는 것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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