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리고 엄마라는 존재
1. 평생 그린다고 해서 모두 대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사람이 그렸다고 해서 그 인지도만큼의 놀라움을 주는 것도 아니며 어떤 대단한 작업도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크기의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특히 정성과 시간과 고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사람 아니면 아무도 못 할,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노동 집약적 작품에 온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이 울렁거려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 사람 정말 미쳤나 봐. 장인이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했지?‘와 같은 울림 정도는 주고 죽을 수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여전히 헤매고 찾고를 반복하며 어딘지 모르고 서성이지만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나를 계속 움직여 오아시스를 찾아가도록 해주겠지. 끝없는 어쩌면 끝없을 나의 갈증에 ‘그래도 어쩌겠어 버텨야지’라고 말해주는 엄마에게 늘 감사하다.
2. 내 말을 듣던 대표님은 물었다. 어머니가 지은씨를 사랑하는 걸 느끼세요? 무한한 사랑과 확실한 믿음을 진짜 갖고 계신다고 확신해요? 너무 당연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정말로 처음 들어보는 노골적인 질문이라 당황스러운 한편 전혀 부정할 거리가 아니어서 곧바로 대답했다(오글거려서 힘들었지만).
“저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요. 제가 어떻게 되든 저를 믿어준다는 걸 확신해요.”
그러자 대표님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어떤 어려운 상황이 와서 내가 흔들리더라도 엄마라는 존재가 나를 진심으로 믿어준다는 그 맹목적 믿음이 주는 힘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어요. 그건 무의식에 생기는 힘이고 저는 그걸 확신, 아니다 맹신해요. 너무 부럽네요.“
까딱하면 눈물이 터질 뻔했는데 나는 남 앞에서 울면 죽는 쿨병에 걸린 사람이라 마스크를 눈 위까지 올려버렸다. 그게 더 이상했지만. 멋진 사람들은 멋진 말만 골라해서 나를 가끔 무력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