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고깃국
대체 나란 사람이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는 병신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자존감이 내 발보다 아래까지 치닿던 회사에 다녔을 때 팀원들이랑 밤 늦게 국밥집에 간 적이 있다. 나는 입사 초까지만 해도 채식을 어느 정도 하던 중이었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았고 가는대로 따라다녔다. 멀건 국물에 퉁퉁 불어 있는 순대가 둥둥 떠 있는 게 그렇게 비위 상하고 목젖까지 헛구역질이 나서 재채기를 하는 척도 했었지만 버티려고 먹었고 유난떠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먹었다. 먹고 난 뒤엔 또 헛구역질을 하다 눈물이 찔끔 나오기도 했다.
어떤 연애 초반에 국밥집에 저녁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몸살로 끙끙 앓았지만 시간이 없어 종일 굶다 만난 늦은 밤에, 좋아하지도 않는 국밥이 대체 웬 말인가 내 생각을 하긴 하나? 하마터면 눈물이 펑 터져 나올 뻔 했다. 속으로 얼굴로 어투로 싫은 티를 잔뜩 냈었는데 요즘 난데 없이 그 싸구려 순대 국밥이 계속 생각나서 시장 한 복판 대낮부터 반주하는 아재들 틈에 흰색 레이스 원피스 차림으로 혼자 앉아 국밥을 비웠다. 세 번 째다. 주인 할머니는 이제 나를 알아보시고 ‘섞지 않고 순대만’, 그리고 다대기를 ‘따로’ 주신다. 이제 어떤 척 하지 않고 고기를 잘 씹는다. 사년을 먹지 않던 고기를 이제는 눈물 없이 잘만 씹어 삼킨다. 그 역하던 냄새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