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만 해도 제사상에 올라간 생선의 미묘한 각도까지 지적하며 고쳐놓던 고집스러운 노인이었는데 채 일년도 안된 시간동안 마치 몇 년이나 흐른 것처럼 할머니는 변해있었다. 늙은이에겐 하루가 하루같지 않고 일 년이 일 년 같지 않다.
수십 명의 제꾼들이 몰려와 북적거리는 그 정신없는 상황에도 하루종일 채널 한 번 돌리지 않고 멍하게 티비 앞을 지키고 있는 전과 다른 할머니의 모습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내내 불편했다. 늙는다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 몸이 마음같지 않다는 것,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것, 내가 어찌 해볼 수가 없는 일련의 일들이 이제 점점 내 인생의 한 부분과도 연결고리가 생겨나는 것만 같다. 머리가 굵어져서 많은 것들이 보이고 신경쓰이고 무거워진다.
모두가 한 짐씩 싸들고 현관을 나가는 모습을 덩그러니 바라보는 혼자 남겨진 할머니. 현관문이 닫기는 그 찰나의 할머니. 종일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나이가 더해 질 수록 마음을 눌러오는 일들이 많다. 눈에 띄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이제 나에게 너무 깊게 파고든다.
-1989 첫 돌, 2017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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