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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Jun 02. 2020

낯선 느림

느림을 연습하다

새벽 5시 30분 일어나기 시작한 둘째 날.

고요 속에서 내 마음이 걸어오는 말들을 듣기 시작했다.


걸어오는 말들을 뿌리치지 않고 심심할 적마다 하나씩 까먹는 사탕처럼 드문드문이라도 꺼내보기로 했다.


사람이 살아지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구분한다는 자체가 우습지만

나는 오늘부터라도 여유로워져야만 하고 여유롭지 못한 순간까지도 느림으로 변형시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차를 마친 차 안에서 요즘 꽂힌 노래를 한 곡 듣고 내린다.

마트 저녁장을 볼 때, 이제껏 가장 느린 속도로 카트를 끌고

꼭 필요한 소량의 물건을 매우 천천히 담아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딛는 걸음에 시간을 꼭꼭 밟도록 주문했고

쌀을 씻을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장 본 물품을 풀어 냉장고에 넣을 때도...

내 행동과 행동 사이 퍽 많은 시간을 집어넣었다.

아이들이 물어오는 말에 천천히 대답해 주고

쏟아붓듯 흘러넘치는 상념을 일렬로 세워 꼭 하나씩만 꺼냈다.

시간 없어 못 먹던 친정아버지가 지어 주신 한약을 주섬 꺼내어 천천히 삼키고

눈을 뜨고 감는 일 조차도 천천히, 아주 느리게 해 본다.

이제껏 깔딱이던 얕은 숨을 몸 저 밑바닥까지 의식해서 밀어 넣는다.


휘몰아 붙이던 세계에서 느림의 세계로 건너오려는 내가 퍽 안쓰러웠다.

설명 안 되는 마음이 설명되기 시작했다.

울컥하기까지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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