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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H Sep 03. 2020

나 아니면 안 되는 "이야기"

나의 이야기 만들기


말이 길다고 다 이야기가 되진 않는다.


나만의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1분, 3분, 5분, 10분 이야기를 만들어 표현하라고 하면 입도 못 떼는 아이들... 아니 아이들까지 갈 것도 없다. 어른들이 수두룩하다. 의식의 흐름대로 배고프면 "배고프다"라고 말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짜증 난다"라 말하고 뛸 듯이 기쁠 때도" 진짜 좋다"가 최상의 말이 되곤 한다. 정말 디테일하게 이야기되어야 할 감정도 몇 가지 분류의 말로 평생 살아가기에 별 불편을 못 느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긴~말속에 반은 요점 없는 날아가는 말이고, 또 반의반은 남 이야기를 주워다 연결한 말이며 또 그의 반은 이웃집 누구의 카더라 통신이 대다수 사람들의 말 습관.


"누구는 어땠어"의 말에서 "나는 어땠어"로 건너오는 말, "나는 오늘 어땠어"하는 사건의 나열에서 "내 생각은 이랬어"하는 조금 더 다듬어진 사유의 말이 그리웠다.  식상의 말에서 소통의 대화가 그리워 책방을 차린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토론 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자체 소화하고 균형 있게 해석된 상태에서 간결하고 담백하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


내가 책방을 하니까 우리 유준 유이에게 책을 엄청 읽어주고 독서교육에 열성을 올릴 것처럼 짐작하지만 실상 나는 정말 자지러지게 웃기거나 실감 나게 딱 한 번 읽어주고 한 달 쉬어버린다. 내 아이들의 책 교육(?)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하는 시간이다.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하루 딱 한 권의 그림책을 읽도록 한다. (한 권만 읽으라고 하면 더 안달나서 서너권 뽑아오기도?^^) 책을 덮거나 그림만 보면서 자신이 기억하는 내용과 소화된 이야기를 엄마인 내게 들려준다. 책의 내용을 1도 모르는 엄마에게 자신이 읽은 책, 그 내용을 알기 쉽도록 또는 재미있게 한 번 이야기해 줘보라고 부탁한다. 실지 "오늘은 무슨 책 읽어줄 거야?" 책 좀 읽어달라며 투정 부리는 뉘앙스를 풍기면 더 재미있어하곤 한다. 그 대신 나는 박장대소 웃을 준비, 혹은 오버스러운 놀라움, 눈물을 찔끔거리는 감동의 연기(?)를 준비한다. 신이 난 유이는 엄마의 표정에 따라 이야기를 더 심도 있게 각색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원본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도 있다.  차라리 책 이야기보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욱 재치 발랄, 기발하고 재미있다.


유준이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쓰기를 좋아한다. 요즘 집에 대한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는데 같이 보다가 우리는 어떤 집에 살면 좋겠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쫓아가더니 종이에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거기다 설계의 면면마다 기능을 이야기로 부여하고 사람들이 들어가 살면서 한 편의 집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낸다.


어린이 인문학에서 나는 책을 거꾸로 보고 다르게 보고 천천히 읽자고 아이들과 약속했다. 어른이 만들어 놓은 훌륭한(?) 이야기를 방향성에 맞게 잘 소화시키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른들이 하던 말을 앵무새처럼 흉내내기에 바쁜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의 말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엄마에 의한 이야기,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이야기가 아닌 자신이 가진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른이고 싶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이야기해 보고 싶도록 하는 것,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지어보고 싶은 마음이 흔쾌히 들도록 하는 것이 모임의 중요한 포인트다. 작가가 들어 쓴 그림이지만 나는 똑같은 그림에 다른 이야기를 얹을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여서 내 옆에 친구들을 웃기고 떼구루루 구르게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배워간다.


 아이들은 친구들의 이야기에도 쫑긋 귀를 기울인다. 나와 다른 이야기들, 나와 다른 생각들이 자연스럽고 재미나게 표현된다는 걸 몸으로 가져온다.  책을 책으로 여기지 않고 숱한 다양성을 가진 한 편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과정,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게 남겨야 할 말과 건너가도록 해야 할 말을 잘 정돈하는 것, 그 이야기를 맛깔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더 욕심내자면) 유쾌하게 건넬 줄 아는 능력. 나는 참 중요하고 연습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토론 운영자로서 매 토론마다 나도 잘 안 되는 부분이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 넘쳐나는 말속에서 나 아니면 안 되는 "나의 이야기"를 가지면 어떨까?



 책방 어린이 인문학 모임, 아이들이 글로 지은 이야기, 구술로 이야기하는 시간(눌러도 안 나와요^^ 사진이라. 녹음파일 궁금하신 분은 이야기 저작자인 아이들한테 허락받아 들어보세요^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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