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내가 쓴다
갑자기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고 결심했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는데
그게 하필이면 서점 계단이었다.
(서점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데, 조르바가 두목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목, 당신이 밥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주십시오.
그럼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게요." 이 문장이 원인이었다. 이 문장은 나에겐 해방이었다. 나는 밥을 먹고 하는 일이 없었고 고로 아무도 아니었다. 아주 심플했다. 나는 그 문장을 학생 수첩 맨 앞장에 메모했다. 가장 좋아하는 초록색 잉크로.)
그날 나는 그 당시 나를 자기 연민에 빠지게 했던 비애, 그것의 정체를 깨달았다.
나의 비애는 아무것도 안 하고 나를 아주 괜찮은 사람으로
남들이 알아봐 주길 원했다는 것이다.
나의 비애는 스스로 인정하고 존중할 만한 그 어떤 일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이 초라함이 비애의 정체였다.
나는 이것을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채 눈물로 인정했다.
"나는 너무 후져"
-아무튼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