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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May 18. 2022

놓친 것

나에게 주는 말


요즘 자주 에너지가 바닥이다.

주로 육체적인 것이 그러하지만 마음도 만만찮다..


"열심을 내다가도 이러다가 죽으면 무슨 소용이야."

"사람이 그렇게 쉽게 안 죽는다~ 뭐 큰 일 했다고"

이 두 마음이 싸운다.


이 둘이 싸우면서 난 결론이 "어정쩡"한 마음인데

쉬면서도 일을 생각하느라 쉬는 건지 일하는 건지 애매한 상태일 때가 많고

그러니 당연 몸과 뇌는 힘들다.


일을 몰아붙이더라도 예전만큼 신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의무감이나 원치 않는 상태에 자꾸 놓이다 보면 좋아하는 일의 순수성에 탁한 색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나의 모든 것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 유명강사가 그런다. 자신도 강의하는 시간이 제일 좋은데 또 제일 싫어하는 것은 강의 준비라고!


그렇게 보면 이 마음도 변덕이라고만 볼 것은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두면 될 터인데 어떨 땐 무던하게 넘길 일을 괜히 내 마음과 정신을 괴롭히는 일에 쓰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못 마땅하다.


어떤 책 모임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힘을 받아 파이팅이 넘치고 내 하는 일과 삶에 꽤 자부심이 느껴지지만

어떤 책 모임을 마치고 나면 사람들의 말소리가 없는 동굴로 숨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책방지기의 직업의식으로서는 항상 반듯하게 책 공부를 하는 삶을 아름답다고 말할 테지만 어디 세상 이치가 아름다운 시간만으로 점철되는가 말이다)




어제는 수요 독서회 선미 샘이 향기 테라피의 일종인 감정 테라피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여러 가지 천연 아로마 향으로 나의 지금 심리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향기와 심리의 연관관계를 일정 부분 밝혀놓은 과학적 데이터가 있다고 하니 조금 신뢰가 가기도 했지만 내 감정상태를 알아보고자 한 이유보다 그저 좋은 향들을 다양하게 맡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힐링의 일종이기에 게임처럼 임했다.



크게 싫은 향과 매우 좋은 향을 뽑으라는데 나름대로 그것이 가지고 있는 향일뿐 내게 그다지 와닿는 것도 달아나는 향도 없었다. 그럼에도 조금 더 좋은, 조금 더 싫은 향을 차례대로 골랐다.

고른 향과 연관되는 카드가 놓인다.

넘치는 동기부여와 열정의 상태가 1, 2번으로 등장했으나

그 반대편에서는 내가 나를 쉬게 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딱~ 버티고 있었다.


"CONSOLE 콘솔"

"이리와요, 안아줄게요, 힘을 내요"




나에게 필요한 향이라고 했다.

더불어 내게 필요한 기운이라고 했다.

책방 하면서 나를 응원해 주시는 샘들이 많지만 그때마다 내가 생각한 것은 그냥 인사겠거니... 한다.

그리고 성향상 사람을 잘 의지하지 않는다.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하면 되고 굳이 여러 사람들에게 내 마음이 어떠하다 이야기하는 자체가 부질없다고 느낀다.


내가 하는 말이 100% 전달될 수 없다는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시간과 에너지 쏟으며 구태여 내 마음의 말을 상대에게 내어 놓아야 하나? 필요성을 못 느낀다. 차라리 책이나 동경하는 철학자의 삶이나 신앙으로 해결을 본다.


당연히 내 외양적인 면만 보고 결론짓는 착한(?) 평가나 응원이나 칭찬이 내 마음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기 어렵다.


"외롭지 않아요?"

선미 샘이 묻는다.


구체적인 답을 그 자리에서 말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떤 말들을 섞고 뭉개다 보니 얼렁뚱땅 다른 화제로 넘어갔지만

내 마음에서는 이미 답하고 있다.


'외롭다고는 생각 안 해 보았는데? 그냥 나는 나를 좀 가만히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정말 더 솔직히 매우 깊이 들어가면

'간혹 외로울 때도 있는 것,,,, 같다.....!' 동굴로 떠난 내 뒷모습이 말한다.


이상하지?

동굴로 떠나고 싶은데 외롭다고도 느낀다?


"CONSOLE 콘솔"

"이리와 요, 안아줄게요, 힘을 내요"


"이 말은 타인에게서 받아야 하는 말인가요?"

 내가 묻는다.


'타인의 이런 말들이 내게 위로가 되지는 못하는데요?'

'타인에게 내 마음의 의지 공간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밖으로 꺼내놓은 말인지 마음이 하는 말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마음이 말하는 것이었고 뭉개졌어도 일부분 전달되었던 말이다.



선미 샘이 말한다.

"자신에게 해 주세요!"


'자신에게?, 나에게?'


의무적으로는 했던 말!

다시 동기부여가 되고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니까 나를 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했던 말!

"은아야 잘하고 있어!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거야~"

그런데 그것이 정말 내 속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일까?

아니다, 길어 올려져야만 내 존재에 힘을 싣기에 각색된 마음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읽혀버리고 만 것인가?


"샘 그러고 보니 제가 저에겐 참 박해요!"


"이래서 제대로 인간 구실을 하겠어? 이것밖에 안 돼? 왜 마음을 넓게 못 써? 뭐 때문에 주눅이 들어? 당당해져! 책을 그만큼을 읽고서도 미움이라는 것이 생기니? 이렇게 헐렁한 마음들이 곧 나태 아니야? 왜 불필요한 감정을 못 다스려? 이제 그딴 마음은 안 생겨야 정상 아니야?"

나에게 주로 했던 말, 다그치고 질책했던.


동굴로 떠나는 내 뒷 허리춤 어딘가에서

 이 말들이 비집고 올라온다.


'사람에게 마음을 의지한다는 것이

나의 결핍을 까발리는 것 같아!'


어제 감정 테라피는 담담하게 받았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 마음이 울렁인다.

눈물도 나고.


그러고 보면 요 근래 나는 잘 울지 않는다.

울면 나는 약한 거고 약한 나는

 내가 "바라는 나"에서 멀어지는 일이므로

웬만하면 참으려고 애쓴다.

참으려고 애쓰는 순간이 오랜 시간 발생하지 않기도 했다. 내게 집중이 안됐다는 말이다.


아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내려 노력하느라 내게는 무심했다.

부족한 딸이지만 아버지 엄마가 서운하지 않아 할 시간을 챙기느라 내 마음이 뒷전이었다.

매우 힘든 몸을 질질 끌고 나와

오는 손님과 책모임 샘들에게 소프라노 인사를 건넨다.

마스크 뒤 내 웃는 모습에 힘겨움이 줄줄 샌다. 꽤 그럴싸하게 감춘다. 잘 감출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야 되는 줄로만 알았다.


책에서 숱하게 듣던 말.

밑줄을 치고 테이프로 표시했던 그 말.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일!


힘든 건 죄가 아니다.

때론 고꾸라져 울어도 괜찮다.

그러다 다시 새 힘이 나면 그 힘으로 신나게 살고

다시 힘이 고갈되면 고갈된 채로 누워있어도 삶의 태만은 아니다.


선미 샘은 내게 줄 향을 그 자리에서 블랜딩 했다.

작은 볼이 있는 아로마 휴대용기에 오일을 담아주셨다.

첫 번째로 좋아하는 향과 두 번째로 좋아하는  향을 담으리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나에게 필요한 향이라고

스스로에게 쉼을 줄 때 사용하라고 했다.


"CONSOLE 콘솔"

"이리와요, 안아줄게요, 힘을 내요"

To.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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