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에 내 마음을 세워두는 시간이 필요했다. 복작복작 일상의 틈바구니 속에서 휘몰아치듯 사는 모양을 탁! 하고 절연하듯 놓고 싶을 때가 있다. 복잡한 마음은 마음대로 다 불러내어 쓰는 일도 글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으나 이런 이유로 글쓰기를 한참 그만두었다.
그러나 새벽을 깨우는 일은 피곤한 육신이나 해이해진 마음이 들 때나, 허허벌판에 나를 홀로 세워둘 만할 때에도 그만두지 않았다. 유일한 내 고요한 시간이기에.
새벽에 떠지지 않는 눈은 7개월쯤 되니 쉽게 번쩍 떠진다. <하나님의 숨을 기다리며> 365일 묵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도 책이라 매일 한 장씩 읽으며 그 날에 해당하는 짧은 묵상으로 내 마음을 간추린다. 근래에는 헤르만 헤세의 <최초의 모험>을 다 보고, 법정 스님의 <스스로 행복하라>를 읽는 중이다. 두 책은 자주 드넓은 대지에 나를 세워둔다. 그래서 더없이 이런 책과 새벽 시간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없는 드넓은 세계에 고요히 나를 불러 세워놓으면 내 지나간 마음, 내 지나간 말들, 내 지나간 몸살과, 내 지나간 어처구니없던 생각들이 수면 위로 둥둥 뜬다. 그러면 그것들을 하나씩 건져 소화시키듯 되뇐다. 버릴 것은 버리고 더 꼭꼭 씹어야 할 것은 씹어 본다. 그 날 동이 트기 전 말끔히 삶아 개켜놓은 수건처럼 내 마음도 그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참 쉽지 않은 두 달 반이었다. 없던 세계를 만든다는 것은 나를 참 부풀게도 했다가 몹시 바쁜 광풍을 건너게도 했다. 어디 시간만으로 이야기가 될 것인가. 지나간 욕심 앞에 나를 불러 세워 혹독한 겸손을 배우게도 했다가 비운 마음 앞에 허허로운 시간으로 허무하기도 했다. 이제 그 모든 감정들도 다 건너가고 나는 고요히 이 새벽에 모두 건너 보낸 내 마음을 물끄러미 내다보게 되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 모든 과정 안에 나의 단단함이 자리 잡길 바란다.
새벽 시간은 이제 열정적인 삶의 시도라기보다 고요한 명상이고 비움의 시간이다. 앞으로의 나의 날들도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