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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Jun 02. 2023

이제 안 살아본 걸 살자구...

여행 유튜브를 찾아보는 이유


여행은 재미없다.

난 그랬다.


편하고 안락한 집에서 더 가성비 좋은 시간을 꾸리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다. 그렇다고 가성비 좋은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웠나?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귀찮고 번거로웠다.

좋아하는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무 그늘에 앉아 책 읽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해서 그런가? 또 하나 이유를 덧붙이자면 친구들끼리 가는 여행은 아무리 친해도 내 취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니 그게 싫기도 했다. 서로가 대충 만족하는 여행, 또 절반은 내 취향을 완전하게 포기해야 하는 여행이라면 글쎄 굳이... (나는 어쩔 수 없이 mbti 찐 "I"인거지!)


그렇다고 혼자 씩씩하게 여행할 생각은 더더욱 못했다. 난 매우 용기 없고 소심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래도 여행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대학교 때 유럽 배낭여행으로 서유럽도 다니고 발리, 태국, 필리핀, 일본에서의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만들었다. 지나고 보니 억지로라도 잘 다녀왔다는 생각도 들지만 정말 원해서 떠난 여행이었나 생각했을 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내가 요즘 여가 시간에 책만큼이나 즐겨하는 것이 여행 유튜브를 보는 것이다.

곽OO, 빠니보O, 원지의 OO, 둥지OO, 유랑O 등여행 유튜브를 빠짐없이 보며 미소 지을 줄은 정말이지 생각도 못했다.


탐험이라는 것은 신대륙을 발견하는 거대한 일에만 이름 붙여지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드는 생각이 나는 참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오만함을 죽이는 이 경험은 다르게 표현하자면 알아가야 할 흥미진진한 미지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나의 시야는 얼마나 좁았고 그 시야가 만드는 행동반경은 또 얼마나 위축되었는가? 그로인해 내 삶에 새로움을 넣는 일은 얼마나 소극적이었던가


그래서인지 요즘 자신의 시간 안에 새로움을 넣는 이들에게, 일들에 심히 매료되어 있다.

특히 귀찮게 느껴지던 여행에 대해서 생각이 아주 달라졌다. 평범했던 누군가가 새로운 경험을 찾아나서는 일을 목격할라치면 어마한 찬사를 보내게 된다. 그들이 모험을 대하는 자세, 고군분투 끝에 얻어낸 새로운 경험에 대리 만족도 알싸하게 느껴진다. 요즈음 내게 최대 흥밋거리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이다.  다른 것을 시도해 보려는 의욕이 솟고 그것이 사소하고 작은 일일지라도 내게는 퍽 중요하게 생각된다. 두려움이 없지 않지만 짜릿한 설렘이 그 두려움을 덮기에 충분하다.


마시던 커피만 마시던 내가 처음 보는 음료에 도전한다든가 낯익은 장소만 가던 내가 다른 장소에 도달해 보는 것. 가는 과정에서의 몇몇 불편함과 예기치 못한 일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음미해 보는 것 그리고 또 하나의 경험으로 분류해 저장하는 것!

못 보던 것을 보려고 눈을 크게 뜬다. 고개도 상하좌우 움직여 본다. 직진만 하던 내가 비로소 주변을 어리둥절 둘러보는 느낌이다. 단지 길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고 내 삶에서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던 여러 가지 일상들을 돌려세운다. 그 맛을 이제야 조금씩 야금야금 알아차린다고 할까...


이것은 내 직업인 책방을 하는데도 굉장히 플러스 요인이다. 결코 이해 안 가던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 바라보게 되는 노력이 생기고 책을 읽어도 여러 가설을 세워 다양한 접근을 해보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이러다가... 그러면서... 나는 점점 넓어지는 게 아닐까!


매일 하던 생각, 매일 먹던 음식, 매일 움직이던 근육, 매일 다니던 길, 매번 만났던 사람, 매번 하고 놀았던 놀이를 벗어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자유함이 느껴진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도 자유하지 못한 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옥죄는 감옥으로부터의 자발적 탈출 감행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하다면 나는 퍽 자유해지고 있다(고 우기고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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