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대차게 이용해 먹기

차카게 살지 말고 다르게 살자

by 오은아

갱년기 대차게 이용해 먹기


슬슬 온다

그분이 온다.

나보다 연배가 있는 책방 참여자 선생님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갱년기”

나는 학습이 잘 되어 있었다.

그 증상이네? 오네? 왔네!

내가 보아온 최상위급의 증상들은 아직 인듯싶다. 이를테면 오리락 내리락 열감에 부채질을 하고 얼음을 빠짜작 깨어 물고 이마에 식은땀을 조롱조롱 매단 모습이 아직은 나에게 없는 증상이다. 사람마다 증상의 유무와 강약도 다르겠지만 일단 심리적으로 단번에 느낀다. 잘 먹은 마음이 호르몬을 이길 수는 없구나 하는 일종의 직감 같은 것이 있다.


회복탄력성 검사를 했을 때 우리나라 성인 평균지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런 점수 다 필요 없다. 심지어 내가 마음을 잘 간수하려고 읽은 10여 년의 생존독서도 호르몬 앞에서는 무용지물인가 싶을 정도로 쿡쿡 뜬금없는 울음이 난다. 화가 나고 버럭 소리가 지르고 싶다. 울고 있는 내가 우습다가도 너무 안쓰럽다. 나이는 꽤 먹고 그럴싸하게 뭐 하나 해 놓은 건 또 없는 것 같고 다들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편안~들 하신 것 같은데 나만 아직도 마음 졸이고 종종거리고 사는 것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피곤한 몸 이끌고 공부하듯 읽는 책이며 공부도 무슨 필요가 있는가 싶다.

이런 기분으로 한동안 우울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책방에 대한 관심과 따뜻한 충고를 해 주셨다. 그런데! 이번엔 못 넘어가고 가슴에 탁! 걸렸다. 겉으로는 “아 그렇죠? 그런 것도 생각을 해봐야겠네요.”하고 웃었지만 속으로는 ‘당신들이 하면 더 잘할까? 내 일 내가 좀 알아서 하면 안 되나? 저렇게 오지랖을 피우는 것 자체의 무례함을 본인들이 하고 산다는 걸 알까? 내가 자기네들 가게가 눈에 차서 칭찬과 응원만을 입으로 낼까’

(그래 글은 솔직해야지? 내 글이고 내 마음이니까 그런데 말은 왜 솔직하지 못하지?)

내 경제 활동이 달린 문제라서? 혹은 내 평판에 스크래치라도 갈까 봐?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 말을 못 한 게 두고두고 이불킥이다.


갱년기 덕분에 든 생각, 나도 이제 대차게 살련다.


우울하지 마라.

아니 호르몬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일단 받아들이되 그렇다고 너무 땅으로 한없이 꺼지진 마라.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내 마음을 빼앗기지 마라.

누구 마음 다칠세라 전전긍긍 사람들의 기분과 마음을 살펴가며 이 책방을 운영해 왔다. 참여자 수를 세어보니 40~50명을 왔다 갔다 한다. 매주 4-50명과 최소 2시간 혹은 그 이상 인생에 대해 이야길 나누는 사이. 카페 손님까지 치면 그 숫자는 더 넘어서겠다. 내향인인 내게 이만큼의 관계는 솔직히 에너지 고갈하기 딱 좋은 일정이다. 쉽지 않다.

내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인간관계는 경제활동을 하는 한 어렵다. 마음결맞고 스트레스 없을 사람들만 골라 살 수도 없는 마당에 내 정신적 에너지, 감정 소비 덜 하려면 이제 남 비위 맞춰주며 심리적 낮춤을 그만하는 일이 우선순위로 와야 한다. 용기가 필요한 일 그 용기에 갱년기를 빌려보려고.


갱년기를 축제 삼아 거침없이 한번 살아 보려고. 사회적 체면과 나에게 좋은 평가를 위해 (결국 그들 좋은 일이 되는 경우로 귀결되는) 애써 참지 않겠다. 시간의 흐름에 내 의식을 맡겨 그래 호르몬이 시키면 어떻게 되나 화끈한 실험에 한 번 동참해 볼까 한다. 거침없어지련다. (눈치 많이 보는 내가 가능할까도 싶지만 안될 것도 없겠지. 이 나이 먹고 안절부절못하고 매번 조심스러워하고 하는 나도 참 싫다) 남 상처 주지 않는 선은 지켜가며 하고 싶은 말도 하겠다. 그런데 당신이 상식의 선과 무례의 선을 넘으면 이제 나도 안 참는다.


갱년기를 너무 우울해하지 말자.

뭐 이렇게 마음먹는다고 될지는 모르겠지만 쩔쩔매며 살았던 지난 세월을 갱년기라는 방패 보기 좋게 걸고 확! 거침없이! 자유롭게! 터프하게! 내 멋대로! 눈치 안 보고! 살아 보련다.

갑자기 왜 이래? 하면 “제가 갱년기라서요” 하려구!

대차게 살아 까이꺼.



"나 그냥 막 살거야. 봄에는 그냥 신나서 깨춤을 춰대는 꽃찌처럼 살고 여름에는 방학하는 날 우리 필구처럼. 가을에는 팔자좋은 한량처럼 가을이나 타버리지 뭐. 겨울에는 눈밭의 개처럼 살아버릴거야... "

_동백 꽃 필 무렵 동백이 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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