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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 22. 몽트뢰

Switzerland Tour

by okayjjang

스위스, 몽트뢰(Montreux)


가깝게 그리고 먼발치에서 몽블랑과 알프스를 눈에 가득 담고, 집 나간 토끼와 재회하고, 프랑스 국경을 다시 넘는다. 몽트뢰에서는 이틀을 머물 예정이고, 숙소는 에이비앤비에서 고른 넓고 전망 좋은 집이다.


Montrex_map_03.jpg Google Map: 샤모니 發 몽트뢰 着


네비를 따라 산길을 지나, 호숫가에 도착한다. 제네바 호수라고도 부르는 레만 호수다.


https://www.myswitzerland.com/ko/destinations/montreux


레만 호수의 동쪽에 자리 잡은 몽트뢰는 프랑스와 국경이 인접해 있는 덕분인지, 지명인 Montreux 자체도 프랑스어라고 한다. 호수의 크기로 보면 스위스 안에서 제일 크다. 그리고, 호수 안에 프랑스와의 국경이 그어져 있는 것도 신기하다. 호수의 남쪽 절반은 프랑스, 좌우와 북쪽은 스위스에 속한다.


Montrex_map_06.jpg Google Map: 스위스 지도


몽트뢰는 찰리 채플린,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한 도시로 유명하다. 호숫가의 경사진 언덕에 도시가 만들어진 느낌이다. 좁은 이차선 도로를 위로 위로 달려, 숙소의 주소지에 도착한다. 4층 건물이다.


Montrex_map_07.jpg Aidbnb: 몽트뢰 숙소


주인장과는 숙소로 들어가는 열쇠를 찾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보내주겠다는 메시지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메일로도 전화로도 메시지로도 해당 동영상을 받지 못했다. 다섯 명이서 각자의 방식으로 주변 탐색에 나선다. 아, 열쇠를 득(得) 하기 위한 네 자리 비밀번호는 받았다.


같은 건물 2층에 사는 아기 엄마, 맞은편 건물에 주차하신 노부인이 방황하는 우리를 도와주시려 애를 쓴다.


그 와중에 열쇠가 있는 장소를 발견한 사람은 눈썰미 좋은 은. 하지만 비밀번호를 입력할 길이 없다. 열쇠통을 만지작거리던 은이 케이스 표면을 아래로 스윽 당겼더니, 패스워드 입력 부분이 나타난다. 은의 표정에는 한 건 해냈다는 자신감과 이제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함께 묻어난다.


20230626_173828.jpg Montreux: 키 찾았다


자, 열쇠는 찾았어!


우린 어떻게 들어가?


굳게 닫힌 건물 입구 유리문은 열쇠로 열린다. 건데, 우리 숙소가 몇 층 몇 호인 지는 모른다. 그 내용은 전달받은 바 없다. 주인장에게 전화 연결을 하지만, 받지 않는다. 퇴근한 사무실로 전화를 거는 느낌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지만, 확인도 답장도 없다. 아, 곤란하다. 많이 곤란하다.


아기 엄마의 설명에 의하면, 제일 위층일 것이란다. 그래서 계단으로 달려 올라가, 조심스럽게 열쇠를 꽂아 본다. 혹시 남의 집이라면 낭패다. 맞는 듯 하지만 열리진 않는다. 열쇠를 가졌으나 집을 찾지 못한다. 종종거리고 동동거린다. 땀도 삐질 배어난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고도 집을 찾지 못한 우리를 위해 아기 엄마가 힌트를 준다. 엘리베이터 안에 열쇠를 꽂아 보라고 한다. 알려준 대로 하지만,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몇 층인지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에 열쇠를 꽂는다고? 맞는 말이었다. 열쇠를 꽂고 돌렸더니, 엘리베이터가 쿠쿵 올라간다. 그리고 펜트하우스 거실에 도착한다.


계단으로 뛰어 올라와 열어봤던 그 문이 1/2층 아래에 있다. 하지만, 그 문은 잠겨 있고 안에서도 밖에서도 열리지 않는다. 손에 쥔 열쇠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 외엔 숙소 공간으로 들어올 방법이 없다. 이해 완료.


작은 엘리베이터에 두 팀으로 나누어 숙소 공간으로 올라간다. 넓은 거실과 주방, 방 3개, 욕실 2개, 그리고 풍경 좋은 베란다. 전체적으로 멋진 공간이다. 희와 은, 선과 현은 함께 방을 쓰고 홀로 너른 방 하나를 차지한다.


이번엔 집 공간이 생각보다 지저분하다는데 의견 일치. 두 사람은 장을 보러 가고, 희, 현, 은 세 사람은 집을 치우기로 한다. 청소를 한 집이라고 하기엔 심히 먼지투성이라는 난관에 봉착한다. 하지만, 살림에 진심인 세 여인은 집을 들었다 놨다 한다. 어디선가 청소도구를 찾아내고, 집안에서 먼지를 몽땅 몰아낸다. 그리고, 그 흔적을 사진으로 남긴다. 주인장에게 청소 상태가 너무 불량하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낸다.


깨끗해진 집에서 상쾌하게 만찬을 준비한다. 재료는 시내 COOP 매장에서 쓸어 담은 것이다.


거실 창을 열고, 베란다 창을 열었더니 바람이 엄청 시원하게 몰려온다. 에어컨 따위 용무 없다 전해다오.


KakaoTalk_20230929_150344620.jpg Montreux: 우리의 몽트뢰 디너


스테이크와 소시지를 굽고, 양파와 미니 당근도 굽는다. 미니 오이와 살구, 납작 복숭아를 더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밑반찬을 곁들인다. 스위스 와인 2병을 가볍게 비운다. 그래도 맥주가 남아 있다.


어느새 여행 말미에 접어들었다. 석양 아래서 지나온 여행에 대한 담소를 나눈다. 지나간 불만은 감추고, 좋은 기억들을 아로새겨 주는 센스! 동지들, 멋지오.


20230626_210504.jpg Montreux: 레만 호수 위로 스며드는 석양


어둑한 밤까지 조곤조곤 수다 타임이 이어진다. 오늘도 드라이버는 먼저 잠자러 들어가는 특권을 부여받는다.


20230626_221229.jpg Montreux: 여유로운 몽트뢰의 밤


이렇게 잠들고 나면, 딱 두 밤 남는다.


레만 호수(Lac Léman, Lake Geneva, Genfersee)


옛 사진을 보다가 알게 된 사실! 레만 호수 근처를 지난 적이 있었다. 2007년, 취리히 - 프랑스 샤모니 - 체르마트 - 취리히 루트로 이동할 적에, 레만 호수 근처에서 쉬어 갔더랬다. 사진으로 기억이 만들어진다.


DSC_7163.JPG Mont Blanc: 취리히에서 샤모니로 가는 도중 휴게소, 2007


몽블랑 등정 후, 체르마트로 넘어갈 때도 레만 호수 쪽으로 돌아간 듯하다. 체르마트로 가는 길에 들렀던 호텔 겸 레스토랑은 사라졌는지, 구글 지도에서 같은 이름으로 된 장소를 찾을 수 없다. 이번 여행 중, 체르마트에서 샤모니를 가는 동안 옛 기억 속 그 레스토랑을 찾고 싶었다. 지금에야 안 사실, 루트가 완전히 달랐다.


DSC08104.JPG Mont Blanc: 샤모니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도중 점심 먹기 위해 들린 레스토랑, 2007


짧은 기억에 의하면, 샤모니를 떠나 우연히 들렀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청했다. 사진 하나 없이 텍스트로만 되어 있던 메뉴판에서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고르는 것은 무지 어려웠다. 감사하게도 이때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우리말을 아는 독일 청년이 등장한 것이다. 제법 떨어진 자리에 어머니와 아버지, 그와 여자친구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가 우리가 메뉴를 보며 고민하는 걸 눈치챈 것이었다.


그 청년은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그의 어머니는 파독 간호사 출신이셨다. 우리말이 너무 반갑다면서, 모자가 함께 우리가 먹을만한 음식을 골라 주셨다. 메뉴를 골라주는 두 사람의 사진을 올려, 그때 그 친구와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 싶지만, 허락 없이 사진을 올리기 망설여진다.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살구 한 봉지를 선물로 건네주고, 네 사람은 먼저 떠났다. 그 동네 살구가 참 맛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이번 여행 내내 살구를 찾게 된 시발점이었다.


DSC08105.JPG Mont Blanc: 레스토랑에서 만난 파독 간호사 출신 아주머니가 선물해 주신 실구, 2007


만들어진 기억 속에 존재하던 레만 호수, 제네바 호수를 삥 둘러 드라이브에 나서기로 한다. 동에서 출발해서 남, 서로 다음은 북을 돌아 동으로 돌아온다. 이때,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국경은 두 번 넘는다. 고로, 핸드폰 네비보다는 자동차 네비를 따른다.


Montrex_map_02.jpg Google Map: 몽트뢰 - 시옹성 - 제네바 - 다시 몽트뢰


몽트뢰 시내를 떠나기 전에 먼저, 머큐리를 찾아 나선다. 1층에 MIGROS라는 큰 슈퍼마켓이 있는 쇼핑 타운에 주차한다. 몽트뢰를 사랑했던 프레디 머큐리는 레만 호숫가에 동상으로 남아 있다.


20230627_101150.jpg Montreux: 프레디 머큐리 동상


머큐리 앞에서 사진도 찍고, 그의 시선에서 레만 호수를 감상하고 돌아선다. 있다 이곳 미그로스(MIGROS)에서 오늘 저녁 장을 보기로 하고 시옹 성을 향해 출발한다.


시옹 성(Château de Chillon)


여행 이튿날, 퓌센에서 호엔슈방가우 성 투어를 다녀온 이후, 실로 오랜만에 성 구경에 나선다. 여행의 대부분이 산(山)이었다.


시옹 성은 요새로도 쓰이고, 감옥으로도 활용된 적이 있다고 한다. 입장권을 사면서, 한국어로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는 설명을 듣는다. 시옹 성으로 들어서면서 왼쪽의 기념품 가게에서 오디오 가이드 2 세트를 빌려, 선과 현에게 건넨다.


https://www.chillon.ch/en/


시옹 성에는 구역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고, 해당 구역에 도착해서 오디오 가이드의 번호를 누르면, 해당 장소에 대한 설명을 한국어로 들을 수 있다.


20230627_104803.jpg Montreux: 시옹 성 모형


너른 성 안은 사람 사는 공간, 물건 저장하는 공간, 성곽을 지키기 위한 군사 공간, 죄수를 가두기 위한 감옥 공간 등 여러 가지 성격의 장소가 혼재한다.


1688368351159.jpg Montreux: 해설 들어가면서 시옹 성 투어 중


오디오 가이드는 은의 손에 넘어가 있다. 은이 듣고, 희와 현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 준다.


1688368312445.jpg Montreux: 시옹 성 투어 중 잠시 그때 사람처럼


시옹 성에 살던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상상해 본다.


1688368367950.jpg Montreux: 시옹 성 밖 호수를 바라보며


방어를 위해 만들어졌을 철조망은 안에 앉은 사람에게 안전을 선물했을까, 나갈 수 없다는 답답함을 준 건 아니었을까? 성 안 삶, 성 밖 삶이 궁금해진다.


20230627_110758.jpg Montreux: 시옹 성에서 바라본 레만 호수


돌계단, 나무 계단을 따라 지하로, 지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시옹 성의 요모조모를 구경한다. 멤버들과 떨어져 혼자 휘리릭 돌아다닌다. 성 담벼락에는 세월이 묻어난다.


20230627_112044.jpg Montreux: 시옹 성 내 세월이 묻어나는 담벼락


조용한 성 내 정원에 홀로 앉아 초록과 하늘의 파랑을 감상한다.


20230627_105855.jpg Montreux: 시옹 성 내 정원


네 사람은 시옹 성 투어에 진심이다. 오디오 가이드에 따라 꼼꼼하게 구석구석 둘러보고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그 사이 화장실에 폰 두고 나와서는 식겁 한번 한다. 폰이 없다는 싸한 느낌에 화장실로 달려갔더니, 연이어 들어갔던 외국 친구가 문을 열고 나오면서 폰을 건네준다. 브라보!


오디오 가이드를 반납하고, 엽서랑 노트를 기념품으로 고른다.


1688368367692.jpg Montreux: 시옹 성 입구에서 잠시 쉬어 감


에비앙, 제네바, 로잔을 둘러볼까 생각하고 있으니, 혼자 마음이 바쁘다. 네 사람은 아랑곳없다. 일정을 자세히 알려 주지 않았으니 너무 당연하다. 그들은 시옹 성이 무척 마음에 드나 보다. 걸음마다 묻어나는 여유에, 괜스레 혼자 애달파 툴툴거린다. 스물스물 올라오는 얄궂은 짜증에 혼자 헛웃음을 짓는다.


20230627_122412.jpg Montreux: 시옹 성을 배경 한 컷


느낌 상 공원을 걷다 보면 주차장 쪽으로 갈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걷다 보니 철길을 건너 반대편으로 갈 방법이 없다.


20230627_122502.jpg Montreux: 시옹 성을 나서서 오른쪽 공원을 거닐다


그 와중에 도마뱀을 만나기도 한다.


1688368381016.jpg Montreux: 순간 포착에 들어온 도마뱀


수국을 보러 온 듯, 조각상을 만나러 온 듯 거닐다가 시옹 성 쪽으로 되돌아간다. 철길을 건널 수 있는 다리는 시옹 성 입구 맞은편 다리 밖에 없다.


20230627_122833.jpg Montreux: 공원의 조형물, 보따리 꾸리고 어딜 가시려나?


호수 가까이 한 발 더 다가가, 호수 바람을 느껴본다. 그이를 향해 연서라도 날리는 건 아니신지? 그 방향이 한국??


1688368394107.jpg Montreux: 어디로 연서를 보내시나?


프랑스로 넘어가서 점심을 먹을까 했던 혼자만의 계획은 즉시 수정한다. 시옹 성 바로 앞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 움직이기로 한다. 런치 세트를 종류별로 고른다. 감자전 닮은 아이도, 감자튀김도 소시지도 그 옆 감자구이도 모두 성공적이다. 감자는 이 동네에서도 맛나다.


KakaoTalk_20230929_151434329.jpg Montreux: 시옹 성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런치


제네바(Geneva, Genève)


시옹 성을 출발해, 제네바로 향한다. 네비는 계속 동쪽으로 가서 로잔을 지나 제네바로 가라고 딩딩거리지만, 무시하고 남쪽으로 나아간다. 국경을 넘자 로밍한 폰이 다른 통신사를 찾기 시작한다.


프랑스 에비앙을 지나간다. Evian, 샘물 브랜드이기도 하고, LPGA의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THE AMUNDI EVIAN CHAMPIONSHIP 대회가 바로, Evian Resort Golf Club에서 열린다.


Montrex_map_08.jpg Google Map: 레만 호수 남쪽에 위치한 에비앙레벵 또는 에비앙(Évian-les-Bains or Évian)


올해는 7월 말에 대회가 있었고, 2000년에 시작해서 2020년 한 해를 빼곤 매년 열렸는데, 드디어 올해 프랑스 선수(셀린 부티에)가 처음으로 우승했다.


https://www.lpga.com/tournaments/the-evian-championship/overview


골프장을 들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실, 너무 작고 조용한 동네를 지나가는 통에 어쩜 이름만 비슷한 동네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Montrex_map_09.jpg Google Map: Evian Resort Golf Club 사진


에비앙 골프 시합 중에 비치는 바다 닮은 풍경이 레만 호수였다니,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시합에 참가한 선수들이 제네바 공항을 통해 에비앙을 찾는 이유는 접근성이었다. 그러고 보니, 샤모니로 들어가는 산 친구들도 제네바 공항으로 많이들 온다고 했다. 다만, 인천에서 제네바로 가는 직항은 없다.


Montrex_map_10.jpg Google Map: vian Resort Golf Club


작은 동네 에비앙을 지나, 국경을 다시 한번 건너 제네바로 들어간다. 폰은 또 바쁘다. 로밍 회사 리셋.


호수 쪽으로 주차장 입구가 보이는데 찜했던 곳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나친다. 그대로 멈춰 서도 되는데, 그럼 호수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는 친구들의 활기에 취해 호수에 한 번쯤 뛰어들었을지도 모르는데, 계획이 아니라는 이유로 패스. 물에 들어가는 걸 끔찍이 싫어하지만, 따뜻한 날 파란 하늘 아래 시원한 호수에서 노니는 이들이 조금 부럽다. 그 자유로움이 좋다.


레만 호수의 서쪽 끝을 지나 시내 쪽에 주차를 하고, 호수를 따라 걷는다.


1688368378537.jpg Geneva: 제네바 산책


수영하는 이들이 가득한 호수 쪽을 바라보면서 한 컷 남긴다.


20230627_154145.jpg Geneva: 호수는 놀이터


호숫물은 시원하다. 쨍한 햇살을 그대로 담은 길은 뜨겁다. 걷노라면 얼굴은 쉬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땀은 줄줄 흐른다. 그 땀이 기분 나쁘진 않다. 나무 그늘로 숨거나 바람이 지나가면 땀이 식기도 한다.


1688368311485.jpg Geneva: 멀리 보이는 분수는 제네바의 랜드마크


호수를 노니는 새들도 만난다. 우리는 지나가는 객일 뿐, 그네들이 주인이다.


20230627_154932.jpg Geneva: 오리들 노닐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기대할 수 없는 바, 맥주냐 주스냐 아이스크림이냐 선택지에서 아이스크림 승. 호수를 바라보면서 그물망에 앉아 제네바를 만끽한다. 우리네 평상도 이렇게 만들어 볼까 하는 구상은 덤.


20230627_160530.jpg Geneva: 호수를 바라보며 아이스크림 타임


은의 고관절에 탈이 났다. 걷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스트레칭과 언니야들의 도움으로 제네바는 살살 걸었다. 이제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 무리하지 마세.


스위스 와인에 취하다


로잔은 가볍게 패스하고, 아침에 찜해두었던 미그노스에서 저녁 장을 본다. 아쉽게도 미니 당근, 미니 오이가 없다. 와인도 편편치 않다. 고기와 올리브, 과일만 사고 어제 장을 봤던 COOP 매장을 다시 찾는다.


어제 같은 저녁상을 오늘도 만들어낸다. 맛있다. 올리브도 잘 골랐다. 다만, 초밥은 변함없이 맛없다. 스위스 와인, 참 마음에 든다. 그리하여 우리는 와이너리를 찾아가기로 한다.


KakaoTalk_20230929_152508435.jpg Montreux: 몽트뢰에서의 두 번째 밤


방 안에서 창을 열고, 블라인드를 비스듬하게 내려 바람이 들어오게끔 만든다. 에이컨이 없어도 더운 줄 모르고 잠에 취한다.


새벽 네 시쯤 한번 깨고, 여섯 시면 모두 일어난다. 아침을 준비하는 사이, 베란다로 나와 몽트뢰의 아침을 만끽한다.


20230628_092219.jpg Montreux: 몽트뢰 아침


잔잔한 레만 호수와 몽트뢰를 파노라마로 담는다. 스위스에서 만난 공간 중 가장 넓은 숙소에서 편안하게 즐기고 우리는 간다, 베른으로.


Montreux: 몽트뢰 숙소에서 바라본 전경, 파노라마.


열쇠를 돌려주는 것으로 셀프 체크아웃하고, 주인장에게 메시지와 함께 사진을 보내고 안녕을 전한다. 이틀 전의 낯선 느낌은 깔끔하게 사라졌다.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친 차들 간의 길 양보하기, COOP 매장 찾기, 제일 중요한 열쇠로 엘리베이터 타서 집 찾기 등등. 이제는 이 동네 사람처럼 살 자신 있다.


20230628_094739.jpg Montreux: 키를 남기고 우리는 떠난다


몽트뢰 근처 와이너리


구글에서 몽트뢰 근처 와이너리를 검색하고, 그중 하나를 골라 달려간다.


20230628_102531.jpg Montreux: 와이너리 찾기 1


몽트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레만 호수 가까이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20230628_102540.jpg Montreux: 와이너리 찾기 2


따사로운 햇살 아래 호수 바람맞으면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맛보고 싶다.


20230628_102544.jpg Montreux: 와이너리 찾기 3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찾아와서인지 문을 연 와이너리를 찾을 수 없다.


20230628_102846.jpg Montreux: 와이너리 찾기 4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포도밭을 구경한다.


20230628_103410.jpg Montreux: 와이너리 찾기 5


오가는 사람이 없어, 묻고 싶어도 물어볼 재간이 없다.


1688368266802.jpg Montreux: 와이너리 찾기 6


우리는 어느새 동네 마실 나온 이들이 된다.


20230628_103946.jpg Montreux: 와이너리 찾기 7


와이너리를 찾는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암시랑토 않다.


20230628_103953.jpg Montreux: 와이너리 찾기 8


몽트뢰 인근 포도밭 구경 참 잘했다.


20230628_104124.jpg Montreux: 와이너리 찾기 9


이 포도가 탱실탱실하게 익으면, 또 맛난 와인으로 거듭나리니, 그때를 기다리기로 한다.


1688368152125.jpg Montreux: 와이너리 찾기 10


로잔(Lausanne)


와이너리 찾기는 접고, 로잔으로 달린다. 올림픽의 도시라는 로잔의 겉모습이 살짝 궁금하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레만 호수는 뭔가 다른 게 있는지 보고 싶다.


Montrex_map_01.jpg Montreux: 몽트뢰 發 - 로잔 經由 - 베른 着


레만 호수의 전경은 그 잔잔함이 그대로 이어진 느낌이다. 해변 없는 바다 같은 느낌을 주는 대신, 밋밋하다. 그래서 실망한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매력이 그러하다.


20230628_112538.jpg Lausanne: 로잔에서 바라본 레만 호수


갓길 주차장에 차를 놓고, 호숫가를 걷는다.


20230628_112550.jpg Lausanne: 올림픽의 도시, 로잔 산책


시원한 음료 한잔 마시자고 두리번거린다. 호숫가에는 호텔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이 대부분이다. 커피 한잔만 청하기엔 여의치 않다. 식사를 해야만 환영받을 분위기이다.


이번에도 아이스크림이다. 호숫가 카페에서 한 컵씩 고른다. 나무 그늘 아래서 컵 하나씩 쓱싹 비운다. 가볍게 들린 로잔을 가벼이 떠난다.


진짜 맛있는 점심 식사(L'Artisan Boucher - Richard Demierre)


목적지는 베른이다. 하지만 우린 배가 고프다. 고로, 어딘가 들러 밥을 먹기로 한다. 로잔을 떠나면서 구글 맵에서 베른으로 가는 중간 지점에 있는 평점 괜찮은 레스토랑을 고른다.


그리고 마냥 달린다.


Montrex_map_05.jpg Google Map: L'Artisan Boucher - Richard Demierre


출발하면서 정한 레스토랑에서 튕긴다. 이유는 재료 소진. 다섯 명 분의 점심 식사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물러선다. 멀리 가기보다 동네에서 다른 레스토랑을 고르고 다시 시동을 건다.


그렇게 만난 곳이 바로 L'Artisan Boucher - Richard Demierre. 뭐라고 읽는지도 모른다.


Montrex_map_04.jpg Google Map: L'Artisan Boucher - Richard Demierre(위성)


점심 식사가 끝나갈 즈음에 도착한 듯하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편한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안팎을 돌아보고 바깥에 자리를 잡는다. 머리 위 얼기설기 그늘망이 재미있다. 마음에 쏙 든다.


20230628_130535.jpg Montreux - Bern: 맛집은 널리 알려야 한다 1


점심 메뉴는 그냥 런치 세트뿐이다. 선택은 맥주와 콜라.


그리고 에스프레소 한잔.


20230628_130410.jpg Montreux - Bern: 맛집은 널리 알려야 한다 3


수육 식감의 갈빗살 구이와 함께 나온 야채 구이, 여행 내 먹은 음식 중 Top of Top. 아, 샤모니에서의 저녁 만찬은 아쉽지만 2순위로 슬그머니 밀어낸다.


20230628_131645.jpg Montreux - Bern: 맛집은 널리 알려야 한다 2


고기와 야채 모두 진짜 맛있고, 아이스크림과 쇼콜라 케이크는 궁합이 절묘하다.


20230628_135053.jpg Montreux - Bern: 맛집은 널리 알려야 한다 4


모든 게 만족스러운 점심시간이다. 팁을 포함해 식사비를 계산하면서, 와인병이 보여 물었더니, 레스토랑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샴페인이라고 한다. 흔쾌히 한 병 산다. 한낮의 만족감을 저녁까지 이어가고 싶고,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함께 즐기자는 의미도 있다.


20230628_140138.jpg Montreux - Bern: 추억은 담아야 한다 1


목장 분위기 다분한 레스토랑 건물 한켠에 앉아 사진으로 추억을 담아낸다.


1688368278230.jpg Montreux - Bern: 추억은 담아야 한다 2


I think...


그날의 따사로운 햇살이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듯하다. 멈출 줄 모르고 흐르던 땀방울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진 한 장만 들춰도 그날의 그 온도, 그 기분이 다시 전해진다.


그리하여, 오늘도 폰을 꺼내 한 컷을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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