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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 23. 노닐다

Switzerland Tour

by okayjjang

여행의 마지막 도시, 베른(Bern)


맛있는 점심은 지난 여행의 추억을 부른다. 우리는 4년 전, 라벤더를 보러 홋카이도를 함께 다녀왔다.


KakaoTalk_20231013_104010759.jpg 홋카이도에서 만난 라벤더, 2019


그때도 이번처럼 운전하다가 우연히 맛집을 찾은 적이 있었다. 카레 집이었다. 주인장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의 몸짓은 동네 주민이 아닌 외국 관광객의 방문을 주저하고 낯설어했던 것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KakaoTalk_20231013_103848784.jpg 홋카이도에서 우연히 만난 이름 모를 카레 맛집, 2019


자유 여행 중에 만나는 숨겨진 그 동네 맛집은 여행에 관한 찐한 기억으로 남는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꼭 한번 가고 싶다, 또는 그 동네를 찾는 이가 있다면 그곳을 꼭 가보라 권하고 싶다고 되새긴다. 혀 끝에, 입 안에 그날의 카레와 오늘의 스테이크 맛이 감도는 듯하다.


잊지 못할 맛깔스러움의 잔상을 탐미하면서, 베른을 향해 달린다.


bern_map_01.jpg Google Map: Vaulruz 發 Bern 着


사람 배가 부르니, 이제 차도 배를 채워야 한다.


20230628_141634.jpg Bern: 이제는 주유 장인(匠人)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셀프 주유를 한다.


Bern: 배 고픈 이는 우리만이 아니다. 차도 밥 좀 먹자.


이제는 스위스 식 셀프 주유는 막힘이 없다. 어느새 주유 장인(匠人) 등극. 낯설고 어색하고 어쩔 줄 모르던 열흘 전과는 다른 사림이 되었다. 현장에서의 체득을 이길 자가 없음을 실감한다.


야호, 베른이 보이기 시작한다.


베른(Bern) 구시가지 탐험


취리히, 루체른 구시가지를 거쳐온 이력이 있다. 그 덕분이기도 하고 베른이 덜 복잡하기도 해서, 네비 믿고 베른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주 편하다. 잠깐 길인지 주차장인지 헷갈리긴 했지만, 아무 일 없었던 척한다. 멤버들도 웃고 넘어가 준다.


마지막 밤을 보낼 Best Western Plus Hotel Bern에 도착한다. 고전적인 느낌의 호텔 외관이 마음에 든다.


bern_map_06.jpg Trip.com: Best Western Plus Hotel Bern


하지만, 이대로 해피 엔딩이라면 아쉽지 않겠나? 끝이 아니다. 주차장 입구가 없다. 호텔 앞에 큰 트럭이 짐을 내리고 있어, 잠깐 차를 세우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판단이 서지 않아 당황스럽다. 차를 멈추지 못하고 일단 호텔 앞을 스쳐 지나간다.


좁다란 길에 비해 큼지막한 투아렉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현지 적응 모드를 급장착한다. 다시 호텔 앞으로 돌아와 비상등을 켜고 비좁은 공간에 끼어든다. 우선, 현과 선, 희가 하차하고, 가방을 모두 내린다. 세 사람은 호텔로 들어가서 체크인을 진행하고, 호텔 주차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로 한다. 은과 함께 차를 움직여 본다. 뭐 하러? 주차하러!


호텔로 들어간 이들로부터의 정보에 의하면 호텔 자체 주차장이 없으니, 시내 공용주차장에 주차하라고 한다. 접수 완료.


bern_map_05.jpg Google Map; 베른 시내 공용주차장 위치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면서, 공용주차장 이정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베른에 들어올 때 길이 헷갈려서 다녀온 주차장이 Bahnhof Parking Bern이었다. 호텔에서 거리감이 있으니, 주차 대상에서는 제외한다. Metro-Autopark AG나 City Hall Parking Amag Bern에 주차를 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다닐수록 일방통행도 많고, 트램도 다니고, 인도와 도로의 구분이 모호한 길도 등장한다. 구시가지답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현 위치를 기준으로 시내의 여러 공용주차장의 빈 주차공간의 숫자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정표를 따라 왼쪽, 오른쪽, 유턴을 하면서, 아레 강을 세 번쯤 건너갔다 시내 중심으로 돌아온다. 주차장 근처에 왔다 싶으면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 무슨 황당한 경우란 말인가! 자동차 네비도, 구글 네비도, 눈썰미도 무용지물이다. 난, 감하다. 우와, 차 버리고 싶다.


돌고 돌아 다시금 호텔 근처에 도착할 즈음, 반가운 얼굴이 횡단보도 앞에 등장한다. 현이다. 비상등을 켜고 창을 열어 아직도 주차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멈춰 선 덕분이었을까, 현의 완벽한 설명 덕분이었을까, City Hall 공용주차장의 방향을 가리키는 아주 쪼꼬만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 따라가니 정말로 주차장 입구가 있다. 브라보!


bern_map_04.jpg Google Map: City Hall Parking Amag Bern


길고 길었던 베른 시내 자동차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입성한다. 지도를 보아하니, 호텔을 중심으로 위쪽 다리는 한 번, 아래쪽 다리는 두세 번 건넜던 것 같다. 어디를 돌아다닌 건지 뒤늦게 감은 온다.


호텔은 두 동으로 나뉘어 있다. 희와 은, 현과 선은 뒤편에서 이어진 별관의 2인실에 짐을 풀고, 혼자 본관의 1인실 키를 받는다. 블랙 톤의 1인실은 깔끔하다. 잘 골랐다는 자찬을 아끼지 않는다.


방안에 놓인 캡슐 커피로 진한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시고, 시내 투어에 나선다.


20230628_161210.jpg Bern: Best Western Plus Hotel Bern에서 캡슐 커피 한잔


베른(Bern) 구시가지 산책


베른은 스위스의 수도이고,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는 취리히라고 한다.


https://www.myswitzerland.com/ko/destinations/bern-1/


구글 맵에서 '스위스'를 검색하면 국경 안쪽으로 취리히와 베른이 큰 글자로 보이는 이유인가 보다.


bern_map_08.jpg Google Map: 스위스


호텔을 나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는 중세 시대 도심지를 걷는다.


bern_map_03.jpg Google Map: Bern 구시가지 산책


스위스 사람들은 중세의 거리에서 현대를 사는구나!


6Km에 이르는 아케이드는 비 오는 날 우산 없이도 쇼핑이 가능하다고 한다. 쇼핑? 우린 구시가지에서 쇼핑에 빠진다. 여행에서 갖고 싶은 것을 지나치고 나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안다. 스위스 여행 내내 빅토리녹스(Victorinox) 칼이 그러했다. 유명한 관광지마다 놓여 있지만, 전문점에 가면 더 다양한 종류가 있을 거라 멤버들의 손길을 거두게 했더랬다. 드디어 만났다. 온갖 종류의 칼이 도열해 있고, 가위도 있고, 여러 가지 귀여운 액세서리도 넘친다.


구시가지 초입에 있는 빅트리녹스 전문점에 한동안 자진해서 발을 묶는다. 선물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본다.


20230628_164831.jpg Bern: 베른 구시가지 1


하늘 참 맑다. 날렵한 빌딩 숲이 아닌 오랜 시간을 지켜온 옛길을 노니는 재미가 있다.


KakaoTalk_20231009_211133838.jpg Bern: 베른 구시가지 2


구시가지에서는 중심 거리보다 아케이드 쪽의 상점들을 둘러보느라 각자의 스피드대로 움직이게 된다. 금방 한 곳에 다섯 명이 같이 있다가, 둘, 셋으로 갈라지기도 하고, 돌아보면 한 명씩 따로따로 움직이기도 한다. 서두를 이유 없기에 자기만의 베른을 즐긴다.


20230628_171033.jpg Bern: Nydegg Bridge에서 내려다본 베른 시내


개인적으로 쇼핑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에, 책이나 엽서에 눈길을 보낼 뿐 상점 안을 섭렵하는 건 사양한다.


인터라켄에서 자동 물멍 모드를 만들어 준 아레(Aare) 강을 다시 만난다. 그 빛깔은 여기서도 참 곱다.


구시가지 쪽에서 Nydegg Bridge을 건너면서 오른쪽을 바라보면서 감탄하고,


20230628_171106.jpg Bern: Nydegg Bridge에서 바라본 Bear Pit & Aare 강


왼쪽을 바라보고 또 감탄한다. 다리의 왼쪽이 구시가지, 앞쪽엔 Untertorbrücke, 오른쪽엔 장미정원이 있다. 시원한 강바람과 정갈한 풍경에 한없이 취한다.


20230628_171138.jpg Bern: Nydegg Bridge에서 바라본 Aare 강 1


베른(Bern), 아레(Aare) 강에 반하다


인터라켄에서도 아레 강을 놀이터 삼은 이들을 몇 보긴 했다. 베른에서는 그 숫자가 훨씬 많다. 아레 강이 그냥 천연 유수풀이다.


20230628_171159.jpg Bern: Nydegg Bridge에서 바라본 Aare 강 2


Untertorbrücke 난간에 서서 가위바위보로 다이빙 순서를 정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다. 우와, 아레 강에선 저렇게 노는 거구나! 위험하다 말리는 이도 그럴 이유도 없어 보인다.


KakaoTalk_20231009_211048411.gif Bern: Untertorbrücke에서 Aare 강으로 다이빙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우리는 그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남겨 본다. 팔이 좀 길다고 해서 셀카에 자신감이 자동 세팅되어 있지는 않다. 여러 컷 중에 제일 멀쩡한 것을 고른다. 희 언니, 미안하오. 이 재주는 이만큼이구랴.


20230628_171419.jpg Bern: 능력 딸리는 단체 사진


경사가 있는 오르막을 걸어 올라, 장미정원 공원에 도착한다. 베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유유히 흐르는 아레강의 빛깔은 베른의 풍경에 경쾌함을 더한다.


20230628_172931.jpg Bern: Rosengarten Bern(장미정원 공원)에서 바라본 베른 시내


선이 좀 늦게 오나 싶어 돌아봤더니, 낯익은 사람과 함께 나타난다. 융프라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준 영국인 톰이다. 올라오는 길에 눈이 마주쳤단다. 서로 다른 여행을 하다가 다시 만나다니, 신기할세. 아레 강이 보이는 양지바른 성벽에 앉아 톰과 한참 여행 이야기를 나눈다. 그 사이 네 여인은 장미정원 탐험에 나선다.


자기네들끼리 웃고,


1688368234002.jpg Bern: Rosengarten Bern(장미정원 공원) 1


자기네들끼리 사진 찍고,


1688368236636.jpg Bern: Rosengarten Bern(장미정원 공원) 2


자기네들끼리 정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더니,


1688368227789.jpg Bern: Rosengarten Bern(장미정원 공원) 1


슬그머니 다가와 가자고 한다. 톰과는 오르막 오르면서 아는 척한 게 전부다. 함께 더 이야기를 나누고픈 눈빛을 보내는 톰을 보고 쿨하게 손을 흔든다.


KakaoTalk_20231009_213635818.jpg Bern: Rosengarten Bern(장미정원 공원)에서 초록을 즐기는 영혼의 단짝


여행 즐겁게 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공원을 내려온다. 잠깐, 왜 나만 톰이랑 둔 거오? 이야기하길래 그냥 둔 것뿐이랜다. 그러긴 했지. 잠깐, 낚싯밥 같은 느낌이 지나간 건 나만의 착각이려나?


공원에서 내려와 아이들이 다이빙을 하던 Untertorbrücke에서 아레 강을 등지고 셀카봉으로 제대로 단체 사진을 찍는다. 찍는 사진은 괜찮은데, 찍히는 사진은 늘 어색하다.


1688368222209.jpg Bern: Untertorbrücke에서 은이 제대로 찍어준 단체 사진


물놀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강가를 걷는다.


20230628_180940.jpg Bern: 장미정원 공원 쪽 바라보기


강가 어느 집의 낡은 조형물이 귀엽다. 그 자리가 본디 자기 자리인 양 오늘도 아레 강을 만끽한다.


20230628_181010.jpg Bern: 강가 어느 집의 낡은 자전거 타는 사람


먼발치에 보이는 Kornhausbrücke 위로는 기차가 지나간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도, 강 위를 횡단하는 기차도 그냥 한 폭의 그림이다.


20230628_181721.jpg Bern: 유유히 흐르는 아레 강


강물에 뛰어들지는 못할 망정, 발은 담가 보고 가야겠다는 선. 시원한 아레 강에 발을 담그고, 강물의 흐름을 즐기는 이들을 바라본다.


20230628_182034.jpg Bern: 아레 강에 시원하게 발 담그는 선


Untertorbrücke 즈음에서 강에 빠져든 사람들은 Kornhausbrücke를 지나자 오른쪽으로 빠져 나온다. 거기서 쉬는 사람도 있고 몇몇은 다시금 상류로 걸어간다.


Bern: 아레 강을 멋지게 즐기는 사람들


물놀이를 좋아했더라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물은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시금 구시가지로 들어와 골목길을 누빈다.


1688368216183.jpg Bern: 베른 구시가지를 산책하는 우리


이제 그만 밥집을 찾아보세. 저녁밥은 태국 식당으로 낙점한다.


20230628_183821.jpg Bern: 날은 밝지만 어느새 저녁 식사 시간


구시가지 쪽 바깥 자리는 담배 연기 때문에 포기하고, 우린 어둑한 실내 테이블에서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저녁 만찬을 즐긴다.


베른(Bern) 구시가지 밤마실


호텔로 돌아와 각자의 방에서 쉬다가, 희와 선의 유혹에 함께 밤마실을 나선다. 이번에는 낮과는 반대 방향으로 베른 감옥탑을 찾아간다.


그곳엔 감옥탑이 있다. 끝.


우리는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들에 푹 빠진다.


20230628_200530.jpg Bern: 베른 구시가지 밤마실 1


주인장의 솜씨가 좋다.


20230629_100624.jpg Bern: 베른 구시가지 밤마실 2


상점의 문이 닫힌 시간이라, 안을 구경할 수는 없지만 아케이드 쪽으로 오픈해 둔 볼거리도 오밀조밀하게 재미있다.


20230629_100620.jpg Bern: 베른 구시가지 밤마실 3


Bahnhof 정거장까지 걸어가 본다. 점잖은 베른의 야경을 스캐닝하고 호텔로 돌아온다. 그 사이 내일 들릴 초콜릿 가게를 찜해 둔다.


20230628_220636.jpg Bern: 베른 구시가지 밤마실 4


호텔로 돌아와 선과 현의 방에 모여 앉는다. 희와 은네 방에서 유리컵을 챙겨 와서는 낮에 챙겨 온 샴페인을 딴다. 마지막 밤이라는 실감이 없다. 내일 밤은 비행기 안에서 잔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침 먹고 칼 가게에도 다시 가고, 마트를 포함해서 스위스에서의 쇼핑을 갈음하기로 한다.


취리히 공항(Zurich Airport)으로 돌아가다


호텔이 깔끔한 만큼 아침 식사도 심플하고 맛있다. 식사를 끝내고 짐을 얼추 정리한 다음, 로비에서 만난다.


호텔 바로 옆에는 COOP 대형 매장이 있다. 선이 알려 준 스위스에서 꼭 사야 할 아이템을 찾아본다. 과자도 담고, 에델바이스 티(Tea)도 담고, 풋 크림도 담는다. 각자의 입맛에 맞춰 흩어졌다가 초콜릿 가게를 찾으러 가기 위해 다시 한번 뭉친다.


베른 감옥탑 가는 길목에 있던 초콜릿 가게를 찾아 쇼핑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재미있는 건 어젯밤에 걸었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가는데, 생각보다 한참을 더 가서야 찜해둔 가게를 찾았다. 포기할 즈음 짠하고 나타나는 신통함을 여기서도 맛본다.


모두들 가방이 빵빵하게 채워졌다.


우리는 취리히 공항으로 달린다.


bern_map_02.jpg Google Map: Bern 發 Zurich Airport 着


렌터카의 반납 조건에는 '주유 가득'이 포함되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기름통을 채운다. 그리고 휴게소에 있는 마르쉐(Marche)에서 점심을 먹는다. 모두 제일 작은 접시에 소소하게 담는다. 주스 한잔으로 끝내는 이들 곁에서 홀로 에스프레소를 한잔 주문한다.


20230629_130533.jpg Bern - Zurich: 취리히 가는 길에 휴게소 마르쉐(Marche)에서 점심 식사


기억 속 첫 마르쉐는 2002년 홍콩에서 푸드 폭탄을 자청했던 곳이었다.


DSCF0161.JPG HongKong: 마르쉐에서 맥주 한잔 즐기던 그날의 홍콩 시내, 2002


마르쉐에 앉아 홍콩 전경을 홀로 즐긴 적이 있었다. 그땐 접시 크기를 정한 다음, 음식을 조금씩 골라 담는 마르쉐의 주문 방식을 몰랐다. 짧은 영어로 코너를 돌 때마다 하나씩 고르고, 시원한 맥주도 한 병 골랐다. 고기 한 접시, 생선요리 한 접시, 샐러드 한 접시로 테이블을 꽉 채웠더랬다.


bern_map_07.jpg Hongkong: 기억 속의 마르쉐, 2002


맥주만으로도 충분히 배 불렀을 그날, 진짜 폭식했다. 버리고 나올 순 없었다.


그랬던 마르쉐를 스위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다시 만났다. 이제는 진하고 쌉싸름한 에스프레소 맛만 혀 끝에 남은 듯하다.


취리히 공항에 들어오기 전에 렌터카 주차장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건 아니었다. 그냥 가다 보면 나오겠지라는 마음이었다. 공항 주차장에 들어서자 렌터카 반납 장소를 알리는 이정표가 잘 되어 있었다. 어렵지 않게 차를 반납하고 공항 터미널로 들어간다. 차도 사람도 무탈하게 공항으로 돌아온 것이다.


20230629_143900.jpg Zurich Airport: 취리히 공항에서 렌터카 반납


처음엔 엄청 어색했던 장소가 낯익고 그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 선명하다. 화장실도 잘 찾고, 출국 수속을 어디에서 해야 하는지도 훤하다. 한번 해 본 놈이 무섭다.


대한항공의 발권과 수속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에는 도착한 듯하다. 몇 번 창구가 열리는 지도 제법 기다렸던 것 같다. 모두 지쳐서 움직임이 적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낸다.


20230629_184220.jpg Zurich Airport: 대한항공 탑승 대기 중


이제는 비행기를 타고 먹고, 자고, 먹고, 자다 보면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 또한 야~ 호~~


I think...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구글 맵으로 스위스를 서너 번은 일주한 듯했다. 비행기 타고 스위스까지 건너가 진짜로 일주했고, 돌아와서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몰랐던 이야기도 덤으로 얻었다.


무지(無知)와 막연함이 주는 불안감은 이성으로 지그시 눌러 두고, 일상에서 벗어나 청명한 하늘 아래 낯선 남의 동네를 탐험하는 재미만을 살려 다녀온 여행이었다. 여행 내내 확 드러나는 불협화음은 없었다. 모두 촌사람들답게 자신의 고단함은 접고, 함께 하는 이들을 배려해 준 덕이었다.


함께 달려주신 희, 선, 현, 은!

감사하오!!


나의 여행은 이렇게 되새겨 보면서, 함께 한 이들은 어떤 여행을 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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